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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Oct 30. 2021

가을은 내가 살찌는 계절

유미 웅이 안녕 ㅠㅠ


이상하게 이번 달 초부터 엄청 먹는다.

가을은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던데 내가 살찌는 중이다.

그만 먹어야지 그만 먹어야지 하면서도 곧 먹을 것을 찾는다. 장을 보러 가면 이것도 담고 저것도 담고 혼자 사는데 1번 장 볼 때마다 십만원 가량을 쓰는 거 같다.

 혼자 살아서 좋은 건 내가 먹고 싶은 걸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소고기가 먹고 싶으면 소고기를 사 먹는다. 또 다른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사 먹는다. 왜냐하면 나 혼자 먹는데 큰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돼지고기를 샀다. ‘돼지고기를 굽고 골뱅이를 무쳐서 같이 먹으면 참 맛있겠다’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마 누군가와 함께 살았다면 이렇게 내가 먹고 싶은 걸 그때 그때 먹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각자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고려할 것들이 너무 많다. 나는 매운 것을 좋아하는데 상대방은 매운 걸 못 먹으면 나의 매움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바다에 사는 친구들을 좋아하는데 의외로 해산물이나 해물을 못 먹는 사람들이 많더라.

 가격도 무시할 수 없다. 나는 혼자라 소고기 300 그람 정도로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조금 부족하겠지? 거기다 4인 이상의 가족이라면 300그램으로는 국 밖에 끓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게 뭐랄까 무엇 하나 때문에 마음이 바뀐  같지는 않다. 혼자 지내면서 그리고 혼자 감당할  없는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  옆에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항상  왔다. 그게  남편이 아니더라도  옆에 나와 함께 대화를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


 아니다 사실 이거 유미의 세포들 때문임ㅋㅋ 웅이랑 유미 동거하는 거 보면서 ‘아 저렇게 살아도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같이 장을 보고 같이 밥을 먹고 청소하고 이야기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이런 사소한 것들이 생각보다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구웅 나쁜 놈, 돈 좀 없을 수 있지 사람이 어떻게 매번 잘 되나. 조금 힘들 때는 기대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잘 될 때같이 행복하면 되는 거지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ㅠㅠ

 나의 가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던 맛있는 음식과 유미의 세포들이 끝났다. 유미와 웅이는 결국 헤어졌다.


나는 웅이와 유미를 보면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기쁨을 배웠고 맛있는 음식들로 내 배를 채웠다.

하지만 이젠 돈으로 만족하고 싶다.

말은 그깟 돈이라고 했지만 나도 돈 때문에 자꾸만 작아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사실은 누구보다 웅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나는 경제적으로나 커리어로나 내 스스로 만족이 되어야 여유가 생기는 거 같다. 그래서 아직은 누구를 만나거나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내년 이맘 때는 만족스러운 내가 되면 참 좋겠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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