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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Dec 04. 2021

춘천 가는 민 작가

1박은 부족해

춘천에 다녀왔다.

춘천은 촬영하러 몇 번 가고, 놀러도 몇 번 가봤는데 누구를 만나러 간 적은 처음이었다. 아. 오빠 군대 보내면서도 갔었다. 지금은 없어진 추억의 102 보충대.ㅎㅎ




 내 친구는 강원도에 산다. 그나마 내가 본가에 있을 때는 서울 가서도 만나고 같이 아웃렛도 가고 했는데 부산에 내려온 이후로는 만나는 게 정말 힘들다. 더구나 코로나 시국까지 겹쳐서 한 번 만나려면 몇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워야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무려 두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웠다. 봄에 보고 만나지 못해서 한 번 보자 보자 했는데 코로나가 너무 심했고 각자 백신을 맞느라 일정 잡는 게 힘들었다. 다행히도 백신 접종도 완료했고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라고 해서 마음이 편했다. (이렇게 다시 심해질 줄은 몰랐다.ㅠㅠ)


 춘천에는 엄마 아들(이하 오빠)과 함께 갔다. 친구와 오빠는 벌써 다섯 번 정도 봤다. 내가 본가에 있을 때 멀리서 날 보겠다고 온 친구를 위해서 엄마는 엄마를 대신해 오빠에게 친구를 대접하라고 시켰다. 효자인 오빠는 엄마의 미션을 성실하게 수행했고 그때의 인연으로 가끔 친구가 나를 보러 오면 (내가 부산에 내려와서 우린 자주 가운데인 우리 집이나 세종에서 만났다) 밥을 사주거나 커피를 사줬다. 그리고 집도 빌려줬다.

 아마도 친구는 매번 집을 빌려주고 밥을 사주는 것이 고맙고 미안했던 거 같다. 그래서 꼭 한 번 놀러 오라고 몇 번이고 말을 했었다. 이번에도 올 해가 가기 전에 꼭 보고 싶다고 말을 해 아예 날을 잡아버렸다.




 나는 가기 한 달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ㅋㅋㅋㅋㅋㅋㅋ 일단 가서 뭘 입을지를 생각했고, 그럼 옷을 뭘 사야 할지를 고민했다. 내가 앞에서 말했지만 마음만 그랬다. 부산과 강원도는 일단 날씨부터 극과 극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 사람들이 트렌치코트를 입을 때 강원도 사람들은 코트를 꺼내 입었다. 여긴 주룩주룩 비가 오는데 거긴 첫눈이 온다고 난리가 났다. 물론 눈이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눈은 구경도 못하는 부산에서는 상상도 안 되는 추위의 느낌이었다. 마치 눈 오는 곳에서 살아본 적 없는 사람처럼 내 옷장은 온통 코트와 재킷들이었다. 거기다 엄마가

 “너 거기 강원도야. 엄청 추운 동네인 거 알지?”

하며 겁을 줘서 내 고민은 더 깊어졌다. 난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패딩을 주문했고 가서 입을 두꺼운 니트도 주문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사서 못 입음ㅋㅋ)


 생각보다 춘천은 그렇게 춥지 않았다. 여기서 입는 것보다 따뜻하게 입기도 했지만 날씨도 좋았다. 주문한 패딩이 오지 않아서 코트에 털조끼까지 입었는데 너무 더워서 털은 입지도 않았다. (에코 퍼예요)



 토요일이라 차가 너무 밀려 일찍 서둘렀지만 한시가 다 돼서 도착했다. 그래서 가자마자 밥을 먹었다. 춘천 하면 닭갈비, 닭갈비는 통나무집이래서 (춘 닭 닭 통) 통나무집엘 갔는데 대기하는 줄이 어마어마했다. 이런 걸 대비해 친구가 자주 가는 근처 닭갈비 집을 추천해 그 집으로 차를 돌렸다.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까? 통나무집껄 먹어보지 못해서일까? 난 굳이 통나무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로 여기가 맛있었다.


  우리는 닭갈비에 감자전에 막걸리까지 정말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었다. 먹을 때는 몰랐다. 얼마나 먹었는지ㅋㅋ 근데 지금 생각하니까 평소엔 못 먹을 양을 먹었더라.



 소양강댐에서 내려오는 길에 친구가 전부터 강력 추천했던 카페를  갔다. 그런데 여기도 정말 너무 좋다. 사실 커피가 너무 비싸고 양이 적아서 좀 실망할 뻔했지만 뷰도 좋고 카페 자체도 좋아서 봐주기로 함.

 밤에는 유명한 구봉산 스타벅스를 갔는데 뷰 너무 좋아서 나오기 싫었다. 춘천 뭐임? 뭐 다 이렇게 좋고 맛있음?


 우리가 저녁에 먹은 곳도 진짜 맛있는데 친구가 공유하지 말라고 너무 강하게 말해서 비밀!ㅋㅋ




 오빠는 1월 첫 입대였다. 해가 바뀌자마자 바로 입대를 했는데 그날 춘천에 참 눈이 많이 왔었다. 입영통지서가 너무 늦게 와서 다들 이별할 시간이 짧았던 터라 온 가족이 오빠를 배웅하러 나섰다.

 그날 오빠는 완전 고주망태가 돼있었다. 전 날 친구들이랑 이별주를 마셔도 너무 마셔서 춘천까지 가는 내내 토를 해댔고 그러지 않으면 누워 잠을 잤다. 사실 그 지경이면 밥을 안 먹는 게 맞지만 부모 마음은 그게 아니었겠지. 엄마 아빠는 뭐라도 먹이고 보내야 한다고 오빠가 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 걸 찾아 헤맸고 기사식당이 즐비한 도로에서 두부집을 발견했다.

 그렇게 찾은 것 치고 너무 맛있어서 우리 모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고 그 이후에도 계속 생각났는데 대체 거기가 어디인지 기억이 나지를 않아 찾아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집이 춘천 맛집이란다.


그래서 오는 날 우린 그 집을 찾아갔다. 그때 우리가 먹음 두부 짜글이랑 오빠가 먹은 순두부, 두부구이까지 한 상 가득 시켜먹었는데 진짜 여기 찐이다.


  맛이 계속 생각나서  먹어 보려고 두부 .

 맛도 맛이지만 그 때의 추억이 생각나서 아마 더 좋았던 거 같다. 오빠가 입대할 때 내가 참 많이 울었었다.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학생시절을 지나 군대갈 무렵 친해지고 있었는데 오빠가 덜컥 군대를 간다는 거였다. 그 때의 나는 강원도로 군대를 가면 힘들다는 얘기를 하도 들어서 오빠가 안쓰럽고 걱정이 됐었다.

 엄마 말에 의하면 그 날 내가 너무 많이 울어서 엄마 눈물이 쏙 들어갔다고 했다.ㅋㅋㅋ




 춘천을 많이 가봐서 사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사이에 많이 변해있었다.  것도 많고  곳도 많아 1 2일이 너무 아쉬웠다. 여기엔 다 적지 못했지만 좋은 카페도 많았고 음식들도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친구도  좋았다. 거기다 오빠랑 셋이 다녀도 전혀 불편하지 않아서 더 좋았던 거 같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관계가 계속 좁아지는  낀다. 하지만 그 반면에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도 함께 느낀다. 소중한 사람들과 또 만나고 싶다.


 다음엔 부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코로나 언제까지 이럴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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