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Ah Dec 11. 2021

할아버지 할머니 있는 애들은 건드리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나도 그만 건드려

 나는 뭐 하나에 꽂히면 끝을 봐야 한다.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 프로그램을 했고 (엄마가 미쳤다고 했다) 두산이 우승해서 모두에게 떡을 돌렸다. 사실 방송작가도 그만둔 게 내 나름의 끝을 봤기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교양작가의 끝은 다큐멘터리였는데 그걸 하고 나니까 이제 됐다고 생각이 들어 미련 없이 끝냈다. 이런 끝을 보는 성격은 다툼에서도 발현돼 내 나름의 끝장을 봐야 싸움을 끝낸다. 그리고 그건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는 것에도 해당된다. 진짜 질려서 더 이상 보기 싫을 때 까지 주구장창 본다. 그 중 대표적인게 ‘거침없이 하이킥’과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우리 오빠는 날 보고 사골이라고 불렀다. 너무 우려 본다고..ㅋㅋㅋㅋㅋ



그런 내가 요즘 원 없이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고 있다. 사실 지금은 보다가 다음에 무슨 씬이 나오는지 어떤 대사를 치는지도 대략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너무 오래돼서 화질도 별로고 인물 설정도 공감이 안 되는 것들이 많지만 역시 재미있다.


 오늘은 민호가 같은 학교 염승현한테 괴롭힘을 당해서 순재 할아버지가 복수해주는 이야기였다. 민호는 선도부인데 염승현이 오토바이 타고 등교하다 선생님한테 걸려서 튀었다. 선생님은 사실 오토바이 탄 애가 누구인지 몰랐는데 민호가 염승현이라고 알려줬고 그걸 안 염승현이 민호한테 찾아가 ‘캔터키 프라이드 쫀쫀해요 빠밤’으로 민호를 괴롭혔다. 그걸 안 순재 할아버지는 본인이 어렸을 때 대근 할아버지한테 당한 게 오버랩이 되면서 분노했다.


 결국 순재 할아버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승현이를 찾아가 ‘캔터키 프라이드 쫀쫀해요 빠밤’을 해줬지만 그 애는 염승현이 아니었다. 그 이후 할아버지는 승현이 들을 찾아 민호의 복수를 했는데 결국 진짜 염승현에게 복수를 못 하고 애먼 승현이 들 만 당하고 끝이났다.



 그걸 보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있는 애들은 건드리면 안 되는구나’하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도 보면 엄마 아빠보다 더 맹목적으로 손자들을 챙기고 애정을 쏟아붓는 분들이다. 그래서 누가 내 손자를 건드리면 참지 않으신다. 물론 그게 과해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게 티브이에 종종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사랑을 받는 아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나도 그런 손자였다.

 우리 할아버지는 진짜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를 아끼셨다. 엄마 아빠도 할아버지 앞에서 우릴 혼내면 할아버지는 분노하셨다. 엄마 아빠가 혼내는 것에도 화내시는 분이 다른 사람들이 우리한테 뭐라고 하면 참을 리 만무했다.

 할아버지는 손자들의 든든한 뒷배였다. 그래서 나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 날이면 ‘우리 할아버지한테 이를 거야’하고 생각하며 힘을 얻기도 했다. 실제로 말씀드리지는 않았지만 뭔가 그런 생각만 해도 힘이 났다.


 그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지금도 억울하거나 사람에게 상처 받아 속상한 날이면 ‘너네 우리 할아버지한테 다 일러줄 거야’하고 생각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요 며칠 조금 서운하고 속상한 일이 있는데 할아버지한테 일러주고 났더니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다.

 



 그러니까!

할아버지 할머니 있는 애들은 함부로 건드리는  아니야.

 너네 진짜 우리 할아버지한테 이른다!!!

 “할아버지. 이것들 좀 혼내줘.” ㅋㅋ

작가의 이전글 춘천 가는 민 작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