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Ah Dec 26. 2021

마음에 감사하다

이래서 사람의 본성은 안 좋을 때 나타난다는 건가 봐요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우리 엄마는 외가에서 육 남매 중 다섯 째다. 위에 이모 2, 삼촌 2, 이렇게 네 분이 계시는데 첫 째 이모가 엄마랑 20살 차이가 난다. 둘 째도 이모인데 둘째 이모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가끔 나도 모르게 이모들한테 “할머니”라고 부른다. 더 웃긴 건 이모들도 이상한 걸 못 느낌.ㅋㅋ

엄마가 이렇게 어리니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도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엄마는 큰 외삼촌 댁에 가면서 항상

내 친정 가야지.” 하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런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이제 우리 엄마는 친정이 없다. 물론 다른 이모들도 계시고 작은 외삼촌도 계시니 명절에 갈 곳이 없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매 번 가던 집에 이젠 부모님도 오빠도 없고 갈 수 없다는 게 마음이 아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가 너무 안쓰럽다.




 외삼촌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집에서 뒹굴 거리던 나는 부랴부랴 씻고 짐을 챙겨 올라갔다. 수업을 못 할 수도 있으니까 대신 연락을 해달라고 관리자에게 연락을 하는데 울음이 터져 나왔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내가 또 느꼈다.

이미 관리자에게 말을 해뒀고 나는 학부모 연락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됐지만 이상하게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관리자는 관리자고 내가 문자로라도 연락을 하자 싶어 문자를 돌렸다. 기대하지도 않았고 혹여 우리 할아버지 때처럼 누가 불편해할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어머니들 문자가 올 때마다 뭉클했고 결국 울고 말았다.




이곳에서 문제가 조금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업체를 끼고 하다 보니까 가끔 이해관계가 얽히고 그 때문에 불편한 일들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 나를 농락했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부모님까지 닭 쫓던 개를 만들었다. 나도 화가 많이 났지만 우리 부모님 역시 나에게 한 그런 행동들에 화가 나셔서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올라오라고 하셨다. 내가 겨우 진정을 시켜서 당장 올라오라는 말씀은 이제 안 하시지만 차차 정리해서 올라오면 좋겠다는 말은 계속하신다.

 더구나 이번에 외삼촌 장례 때 만나는 어른들 (사촌 언니 오빠 포함) 도 엄마 아빠 옆에 있으라고 한 마디씩 하셨다. 사촌오빠(외삼촌 아들)가 미국에 살아서 급하게 들어와도 이틀이 지난 후였고 자가격리 면제권을 받아도 장례식장 측에서 허가를 안 해줘 빈소를 지키지도 못했다. 이 일을 얘기하며 다들 부모님 곁에 있으라며 한 마디씩을 했다. 나 역시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난 참이었고 사촌 오빠를 보며 마음이 아팠어서 어른들의 말씀이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정말 정리하고 올라가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장례 때문에 수업이 어렵다고 보낸 문자에 엄마들 답장이 내 마음을 주저앉혔다. 화내기는커녕 나에게 위로 문자까지 보내주신 분들이 더 많았다.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내 맘이나 추스르라며 장문의 문자를 보내신 분들도 계셨다.

 나는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배려해주시고 신경 써주시는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서글프기도 해서 한참을 울었다.

심지어 한 엄마는 내가 모르고 연락을 빼서 수업하러 왔다가 전화를 몇 통을 하고 기다렸다가 가셨단다. 내가 나중에 통화 목록보고 전화드렸는데 괜찮다고, 내가 너무 죄송해하니까

선생님. 그러시지 마세요. 어른이 돌아가셨는데 경황이 없으면 그러실 수 있죠. 저는 괜찮으니까 선생님 몸 추스르세요.”

하고 얘기해주셨다.

내가 참 감사한 마음을 받았다.




나는 지금도 고민 중이다.

친구도 가족도 하나 없는 이곳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 게 맞는지. 그런데 또 날 좋아해 주고 믿어주는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두고 가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자꾸 가려고만 하면 아이들 얼굴이 떠오른다.


작가의 이전글 할아버지 할머니 있는 애들은 건드리는 거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