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더 잘될 거야. 기대해.
내가 여기 와서 나를 사랑하는 두 분이 떠나셨다.
언제나 나의 든든한 빽이었던 우리 할아버지랑 만나면 항상 예쁘다며 내가 작가라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셨던 큰외삼촌.
내가 나이가 들었으니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인데 나는 내가 이곳에 와서인것만 같다.
이곳에 와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다.
오던 첫 해에는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많이 힘들었고, 그 이후에도 나는 사람을 견디고 내 마음을 다독이는 것에 시간을 써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상처만 받고 집으로 돌아가기 싫었다. 웃으며 돌아가고 싶었다.
누구 하나 마음 둘 곳 없는 곳에서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 내 마음을 나눌 사람은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걸 여기서 살아내면서 알게됐다.
그리고 또 다른 걸 알았다. 내가 정말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 내가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또 어떤 누군가는 나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걸. 그게 다른 것도 아닌 우리 가족들이라는 걸.
새해에 혼자 있는 내가 걱정이 됐는지 아는 동생이 나를 찾아왔다. 그 아이와 교외 예쁜 카페로 드라이브를 갔는데 오는 길에 그 동생이 그랬다.
우리 가족이 부럽다고. 이렇게 화목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드물다고. 사촌들까지 사이가 좋고 걱정해주는 가족이 얼마나 되겠냐고.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부러우면서도 열등감이 느껴졌다고. 자기 생각이지만 아마 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걸 보며 이상한 자격지심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그냥 자기가 혼자 부러워하고 말면 참 좋은데 더러는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을 걸 가진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기도 하지 않냐고.
31일에 작은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언제나 나보다 빠른 작은 엄마에게 내가 사랑받는다는 걸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더니
‘우리가 너를 사랑하는 건 정말 당연한 거야’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내내 이런 집에서 이런 가족들과 살았다. 우리는 서로를 참 많이 좋아하고 응원한다. 나보다 공부도 잘 하고 좋은 직업을 가진 사촌 동생이 자랑스럽고 기특하다. 우리 오빠가 아파트를 산게 내가 산 것 처럼 정말 행복하고 사촌동생이 힘들어 하는게 맘이 아프다.
이렇게 당연하게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여기서 믿고 마음을 줬던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맞아 얼얼하고 마음이 아팠는데 내가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 내내 알게해주는 가족 곁에선 이런 일을 겪어도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그 동생이 그랬다. 누군가를 엄청 질투하면 그 사람이 잘 안 된다고. 그러니까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질투하라고. 복수해야 한다고.
그런데 난 그러지 않기로 했다.
누구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기로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군가가 잘 안 되기를 바라고 상처주는 패배자가 되기는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