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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Jan 14. 2022

이렇게 나이를 또 먹었습니다.

생일은 좋은데 늙는 건 싫어 ㅠㅠㅋㅋ

혼자 산 햇수로 나는 올 해가 16년째다.

처음 집을 나오던 날이 1월 4일이었고 난 집을 나온(?) 해부터 생일을 집이 아닌 곳에서 보냈어야 했다. 그래도 첫 해에는 친구가 와줬고 두 번째는 엄마가 왔었다. 세 번째부터는 혼자서 밥을 챙겨 먹고 저녁에 친구들을 만났다. 그래도 참 감사하게 항상 옆에 있어주던 사람들이 있어서 외로운 줄을 모르고 지냈다.




그런데 여기 오니까 다르다. 나는 이름 붙은 날이 싫었다. 그런 날만 되면 혼자 있는 게 더욱더 외롭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매번 본가에 갈 수도 없었다. 멀어도 너무 멀었고 코로나 때문에 대중교통이 불안해 내가 운전해야 갔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집에 한 번 다녀오면 피곤이 쌓여서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늙어서 그런가?)

 특히 겨울에는 이름 붙은 날이 많아서 나는 두 배로 추웠다.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새 해가 돌아왔고 그러고 나면 바로 내 생일이었다. 자기애가 남다른 나에겐 다른 그 어떤 날보다 중요한 날인데 여기와서는 너무나 하찮게 보냈다. 그렇다고 이만큼 나이를 먹고서 엄마 아빠한테 오라고 하는 것도 미안했고 징징거리는 건 꼴 보기 싫었다. 야속하게도 왜 또 평일이 생일인 건지. 어디 갈 수도 없고 수업하며 보내야 하는 게 속상했다. 올해도 역시 내 생일은 평일이었다. 하필 또 교육까지 있는 날이라 늦잠도 잘 수가 없어 조금 짜증이 났다.


 내 생일은 올해도 여전히 시끌벅적하게 시작했다. 전 날 아빠의 주책맞은 축하 전화를 시작으로 12시 땡 하자마자 친구들과 지인들이 축하를 해왔다. 연신 울리는 메시지 알림음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참 이상하지. 매 해 항상 이렇게 생일을 시작해도 잠자리에 들 때는 뭔가 서글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너무 행복해서 웃으며 잠자리에 누웠다.

 그런 마음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아침부터 일어나 오늘의 주인공답게 한 껏 멋을 부렸다. 다른 사람들이 몰라줘도 괜찮았다. 내 스스로 나를 주인공이라고 생각한거니까. 그렇게 멋을 부리고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카톡에 뜨는 내 생일을 보신 한 원장님이 케이크랑 선물을 준비해놓으신

것이다. 졸지에 진짜 주인공이 되어 여러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친하지도 않고 얼굴만 아는 사람들까지 축하를 해줘서 정말 몸둘바를 몰랐다. 가 정답인데 난 참 즐거웠다. 좀 관종끼가 있음.ㅋㅋ 그렇게 파티를 하고 혼자 살아서 미역국도 못 먹었을거라고 밥까지 사줘서 제대로 축하받고 돌아왔다. 너무 간곡하게 말해서 집에 미역국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차마 할수가 없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런데도 나는 외로웠다. 멀리에서도 나를 기억해주고 축하해주는 것도 좋았지만 뭔가 한바탕 메시지 소동이 끝나고 나면 너무나 공허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하루 종일 우울한 생일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어릴 때, 내 옆에 사람들이 많을 때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엄마가 매일 하는 말의 의미를 알겠다. 사람은 혼자서 절대 살 수 없다고, 같이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고, 그러니까 좋은 사람들을 옆에 두라고. 그리고 결혼 좀 하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은 하지 않아도 내 옆에서 나를 응원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해야지. 그리고 멀리서도 언제나 날 응원해주는 내 사람들에게도.


오빠는 절대 할 수 없는 인사를 해보았다.ㅋㅋ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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