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아프면 안 된다니까 이 몸뚱아!
학생수가 많이 줄어서 소일거리처럼 일을 하나 더 시작했다. 별 건 아니고 지역에 같은 일을 하는 선생님들에게 글 잘 쓰는 법 정도 알려주는 일인데 몸이 바로 반응한다.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나는 생활리듬이 다른 사람들하고는 좀 다르다. 어릴 때부터 늦게 자는 아이였는데 중학교 때 그룹과외를 하면서 완전 더 늦어버렸다. 그 선생님은 시험기간만 되면 우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 새벽까지 공부를 시켰다. 집에 돌아오면 기본이 새벽 세네시였고 그 선생님과 고등학교 2학년까지 공부를 했으니 몇 년 동안 그게 굳어져버렸다. 그러다가도 일을 시작하면 다른 회사원들처럼 바뀌기도 하던데 나는 하필 방송을 하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그때부터 나는 보통 2시 넘어서 자고 아침에는 10시쯤 일어났다. 다행히도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주로 해서 별로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달 들어 자주 일찍. 그러니까 다른 회사원들처럼 7시에 일어나는 날들이 많아졌고 난 하루에 3시간 4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 그러더니 결국 병이 난 것이다. 뭐 몸살을 병이라고 하기엔 좀 웃기지만 아무튼 아프니까.
어제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내 몸상태는 원래 내가 제일 잘 알듯이 아침에 일어나는 거 보면 감이 온다. 그런데 어제 아침 미팅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도저히 일어나 지지가 않았다.
‘아 이거 큰일이다. 나 아프다.’ 생각은 들었지만 부러 여기까지 와서 만나기로 한터라 취소할 수가 없어 억지로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내가 컨디션이 안 좋다는 말에 만나기로 한 선생님께서 약이며 과일이며 바리바리 사 오셔서 어제는 그나마 그 약을 먹으며 버텼다. 병원을 갈 걸 그랬나? 생각했지만 사실 병원 갈 시간도 없었다.
그러더니 오늘 병이 나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일어날 수도 없었고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열이 났다. 온몸은 누구한테 맞은 것처럼 너무 아팠다. 결국 난 오늘 미팅에 불참했다. 가지 못 할 거 같다고 너무 아프다고 책임자에게 문자를 보내고 다시 누워 한 참을 자는데 전화가 온다.
“선생님 아프다면서요. 아파서 어떡해요.”
같이 만나기로 한 다른 선생님이 걱정된다며 연락을 해오셨다. 뭐라도 먹어야 한다면서 밥 꼭 챙겨 먹으라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어쨌든 수업은 해야 할 거 같아서 겨우 일어나서 씻는데 또 다른 분에게 메시지가 왔다.
‘많이 아프냐고. 병원은 갔다 왔냐고. 혼자 있는데 아파서 어떡하냐고’
이 선생님은 내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인데 내가 아프다는 말에 너무 걱정이 됐다면서 연락을 해오셨다. 그리고는 다음엔 아프면 자기를 부르란다.
이 메시지를 보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엄마가 보고 싶고 이렇게 나를 걱정해주는 마음에 감사해서 한참을 울었다. 선생님은 메시지를 보내고 죽까지 보내주시면서 얼른 나으라고 응원을 해주셨다.
나는 오늘 중학생들 수업을 제외하고 모든 수업을 취소했다. 다행스럽게 어머니들이 양해해주셔서 쉴 수 있었다. 약도 먹고 하루 종일 쉬었더니 아침보다는 훨씬 몸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밥이 넘어가지는 않아서 먹다 말았다. 아니 왜? 대체 왜 아프면 밥을 안 먹어?
좀 전에 책임자에게 또 괜찮으냐고 연락이 왔다.
나 여기에서 혼자라는 거 때문에 서럽기도 하고 많이 외로웠는데 오늘 이 연락이 참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몸은 아파도 손가락은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몸은 불 떵이 인데 손가락은 이렇게 잘 움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