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즐겁지는 않았어. 많이 아팠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였을까.
나는 결국 응급실 침대에 누웠다. 하루 종일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계속 힘이 없고 어지러웠다. 엄마랑 통화 중에도 당장 가서 눕고 싶을 정도로 현기증이 났지만 또 아프다고 할 수가 없어서 꾹꾹 참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침대에 가는 순간 픽 쓰러졌다. 몸을 가눌 수가 없었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몸속에 있는 장기들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이석증이었다.
나는 안다. 왜냐하면 벌써 세 번째니까.
첫 번째는 서울에 있을 때였다.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다람쥐통을 탄 것처럼 어지러웠다. 뭐 가끔 핑 돌고 그런 적이 있어서 나는 눈을 다시 감았다. 그리고 다시 떴다. 평소 같으면 이제 어지럽지 않아야 하는데 이건 이상하게 더 어지러웠다.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고 일어날 수도 없었다.
두 번째는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엄청난 충격을 받고 몇 날 며칠을 울고 힘들어했었다. 그러더니 그때도 아침에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때는 정신도 잃다시피 해서 응급실 천장을 보며 “여기가 어디예요?”를 시전 했다.
그러더니 이번에 또 터진 것이다.
여기를 정리하기로 한 이후부터, 고향에서 새로 학원을 열기로 한 이후부터 사실 잠을 잘 못 잤다. 그리고 엄마들한테 그만두게 됐다고 말을 하면서는 매일이 불편했다. 그러더니 결국 탈이 난 것이다.
이별 선물을 준비하고 싶다는 나에게 아이가 있는 친구는 좋은 생각이라고 해줬고, 아는 원장님들은 그런 짓을 왜 하냐며 타박을 했다. 선생님은 아쉽고 미안하고 하겠지만 사실 애들은 선물을 좋아하는 거라고. 애들도 서운하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오래가지 않으니 헛 돈 쓰지 말라고.
이렇게 아픈 거 보면 애들의 마음이랑 상관없이 내가 참 미안한가 보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들의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에도 나는 죄인이 되는 기분이니까.
돈도 돈이고 아쉬워하지 않는 아이들도 신경 쓰이지만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니들은 나 기억 안 해도 돼. 내가 하면 되니까.
그래도 선생님이 미안해하고 갔다는 건 알아줬으면..
그만두고 가는 길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단다.
응급실에 혼자 누워있으면서 생각했다.
엄마 곁으로 가기로 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이제 혼자 안 아파도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