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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Feb 24. 2023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너 때문에라도

 규모를 키우고 새롭게 오픈한 학원은 이제 8개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학생수는 전과 비교해서 3분의 1 수준이다.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들어가는 돈도 어마어마한데 수익이 그만큼 나지 않으니까 받는 스트레스도 크다.

 처음부터 잘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어도 이 정도로 안 될 줄은 몰랐다. 일단 이것도 나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아무리 고민을 해보고 궁리를 해보아도 나에게는 문제가 없어 보이니 그것도 참 난감했다. 다달이 부모님한테 손을 벌려야 하는 내 처지는 비참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여기에 들인 돈, 그리고 내 노력을 생각하면 지금 포기하는 게 너무 아까웠다.



 그만두어야겠다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몇 번이나 그만둘까? 생각했고 그만두면 어떤 것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하는지도 생각했다. 그런데 놓아지지가 않았다. 그만둘까 하다가 마음을 잡고 또 놓았다가 마음을 잡기를 참 여러 번 했는데 일단 상가 계약기간인 2년만 버텨보기로 했다. 그때도 안되면 이건 그만두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 명 한 명 들어오고 있으니 분명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내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졌다. 나랑 같은 과목의 학원을 하는 친구 때문에. 나보다 한 달 늦게 시작한 친구는 다른 사람이 하던 곳을 그대로 인수받았다.

 부러웠다. 노력하지 않고도 운이 좋아 한 번에 80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받게 된 것이. 나는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을 그 친구는 가만히 앉아서 얻게 된 것이. 그런데 자꾸만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했다. 자기는 이 인원이 너무 벅차다면서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더러 거기에 오란다. 자기 걸 인수받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본다.


 내가 얼마나 불쌍했으면.

 내가 이렇게 스무 명 남짓 학생들을 늘리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우리 아이들을, 내 노력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런 말을 하지?

 자기랑 바꾸자. 또는 인수해라. 이런 말을 몇 번 했지만 그냥 장난으로 넘겼다. 내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상황이 어색해질 것 같기도 했고 그게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 나는 최대한 상처받지 않으려고 내 나름 계속 방어막을 쳤는데 오늘은 참을 수가 없었다.


싸우고 싶지 않아 좋은 말로 할 말을 했는데 내가 받은 상처는 역시 아프다. 자존심이 너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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