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반갑지 않아요
아이폰의 단점은 갤럭시처럼 스팸문자함이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을 쓰는 것은 내 기준 예쁘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을 고르는 기준에 디자인이 빠질 수 있을까?
한 번 사면 몇 년을 써야 하는데 옷 보다도 디자인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이 전자제품이 아닐까?
뭐 물론 핸드폰은 오래 써야 3년이지만
그런데 나는 4년 썼다.ㅋㅋㅋ
내가 핸드폰을 바꾸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고장이 나면.
어릴 때부터 우리 부모님은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으셨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소파가 낡아서 버렸으면 좋겠는데 멀쩡한데 왜 버리느냐며 한사코 만류한다.
세탁기도 우리가 보기엔 오늘내일하는데 아직 고장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바꿀 수가 없다.
'저러다 어느 날 갑자기 멈출 것 같은데'
내 아이폰은 그냥 15다.
맥스도 프로도 프로맥스도 아닌 그냥 15
맥스는 전에 써 보니까 너무 크고 맥스를 쓰느니 프로맥스가 나은데 프로는 예쁜 색이 없었다.
아우 베이비핑크가 어찌나 예쁘던지 나는 성능은 됐고 일단 예쁜 친구를 골랐다.
사실 나에게 고성능 아이폰은 그다지 쓸모가 없다.
인터넷 서핑을 하고, 유튜브를 보고, sns를 하는 것 말고는 크게 활용하는 것이 없으니까.
아! 요즘 인증숏을 좀 찍기는 하는데 그건 뭐 그냥 15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순전히 내 기준이지만.
나는 갤럭시에는 스팸문자함이 따로 있다는 것을 몰랐다.
아마 그 사람은 내가 그렇게라도 자기의 메시지를 읽기를 바랐겠지.
내가 차단했다고 생각했으니까.
차단한 것은 맞다. 그런데 아이폰에도 차단한 문자를 볼 수가 있었다.
스팸차단어플이 있었다.
아마 아이폰 자체 차단이 아니라 내가 그 어플에 그 사람의 번호를 등록해 놓았나 보다.
3년 전,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은 4명.
그중 세 명은 나와 꾸준히 연락을 했고 한 명만 갑자기 내 연락을 받지도 않았고 다른 세 명의 연락 역시 받지 않았다.
웃기게 나의 험담이 내 귀에 들려온 그 시점에 남은 세 사람의 험담도 우릴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었다.
확인을 하고 싶었다.
나는 그 사람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전화도 하고 메시지도 보냈다.
한 번 만나자고도 했다.
그런데 연락이 없었다.
'내가 또 사람을 믿었구나'나를 자책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런 험담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나를 욕하기는커녕 나를 응원했고 그 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 일이 있고 두 달 정도 지났으려나?
밤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나는 강릉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를 걱정해서 온 전화들이 여러 통 있었는데 그 사이에 익숙한 그 사람의 번호가 있었다.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갑자기 왜 전화를 했지?'
'한통도 아니고 이렇게나 많이'
실제로 5통은 더 와 있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람의 의도가 궁금해서 전화대신 문자를 보냈다.
'무슨 일이시죠?'
그것이 끝이었다.
답장도 오지 않았고, 다시 전화도 오지 않았다.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그 번호를 차단했고, 차단 어플에도 등록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어제 나는 그 사람의 문자를 차단 어플에서 발견했다.
차단 어플은 가끔 너무 일을 잘해서 은행이나 택배사 카드사에서 오는 문자도 차단함으로 보낸다.
그래서 한 번씩 둘러보는데 광고 같은데 광고 같지 않은 메시지가 보이는 것이었다.
클릭하지 말 걸, 왜 호기심이 들었는지 나는 그 문자를 클릭했다.
처음에는 자기를 기억하느냐는 말로 시작해서 나에 대해서 보고 있었다는 인사였다.
그 인사말에 내가 너무 단칼에 차단했나? 후회가 되던 찰나
'그렇게 살지 마세요.
당신 때문에 나는 우울증에 걸렸어요.
나를 왜 차단했어요?
그렇게 사는 거 아닙니다.'
라며 나를 비난하는 메시지가 보였다.
분풀이를 하고 싶어서 연락을 했단다.
단지 내가 자기의 전화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자기의 연락을 피했다고도 쓰여 있었다.
나보다 15살이나 많은 사람이었다.
큰 언니처럼 나를 챙겨줘서 나도 많이 따랐었다.
그런데 내가 없는 곳에서 없는 말을 지어내고 험담을 하고 다녔다.
그래도 믿고 싶었다.
그런데 내 연락을 피했던 건 본인이면서 몇 년이 지나서 굳이 나에게 저런 연락을 한 이유가 뭐였을까?
나는 이제 괜찮다.
전 같았으면 잠도 못 자고 마음 아파했겠지만 나는 이제 관계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더구나 이미 끝난 인연에는 더더욱.
내 곁에는 오랜 시간 곁을 내어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가족들이 있다.
아프다고 죽을 사주는 친구들이 있고,
우울해한다고 단 커피를 선물해 주는 동료들이 있다.
하찮은 인연에 마음 쓰지 말고 상처받지 말아야지.
나잇값 좀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