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로서의 설움은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어렴풋하게 있다가도 어떤 날은 진하게 나를 후려치기도 했다. 왜 나만 ? 동생도 있는데 왜 내가?
이런 의문이 들때면 그런일을 지시한 어른을 탓하려고 했다. 주로 그 원인은 엄마였다. 하루 가장많은 시간을 붙어있으니까.
엄마는 왜 ‘나’를 콕 집어서 시켰을까? 집안일도 그렇고 , 동생을 챙기는 일. 엄마가 없을 때 엄마 대신해야하는 일들.
어릴 적부터 과도한 책임감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면서도 시달렸던 나는.
이런 부조리함을 느낀다고 해도 그누구에게도 불평불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족은 예전과 달라진게 없는데 불공평하다면서 불만을 느끼는 내 스스로가 너무 싫었다.
가족을 위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해가 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으니까.
외롭지만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이런 불만을 사그라트려야 했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기거나 낙서를 하고 일기를 쓰면서 지냈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진 곳에는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나에게 “왜” 그럴까? 이 “왜”를 찾기 위해 우선, 엄마를 이해해보려고 했다.
엄마는 내 나이때 어떤 어린시절을 보냇길래 지금 이런 상황이 자연스러운 거지?
앗..그녀도 장녀였다. 엄마의 가족을 엄마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니 조금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더라.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엄마는 어린시절부터 꽤나 완벽하게 장녀의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나는 동생이 한명밖에 없지만 동생이 무려 두명이나 있었다. 지금 나에겐 이모와 삼촌.
집안일을 거들고 동생들을 챙기느라 공부가 뒷전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럼 나도 그 핑계로 학교공부 같은거, 좀 게으름 피우면 되지 않을까? 전혀 그럴 수 없었다.
엄마는 그녀의 어린시절. 전기세 때문에 제발 공부좀 그만하라는 잔소리를 들으면서 컷다고 한다. 밤늦게 까지 항상 책읽고 공부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그리고 그녀의 행동은 그렇게 전해오는 이야기로만 증명되는게 아니었다.
A4클리어화일에 그녀의 표창장,성적우수상들이 가득차 있었고, 그 말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아, 장녀라면 어쩔 수 없는거구나 오히려 내가 참 부족한 사람인 거구나
더더욱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느껴지는 부조리함과 차별대우 들은 그걸 부정적으로 느끼는 내 감정을 죽이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나는 K장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