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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쨍아리 Apr 25. 2024

07. K장녀의 멀미

D-DAY (2)




응급실 입구 한편에 환자분류실에서 할아버지의 상태를 살피시던 의사분이 나오시더니 보호자를 찾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화장실 갔다가 타이밍 좋게 자리로 오려는 엄마를 보고 의사선생님이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지금 치료받던 그 부위가 문제가 아니라고.



일요일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차는 많이 막히지 않았다 .K장녀 2명과 할아버지.  세명이 탄 택시안은 고요했다. 기사님은 말도 없으셨고 음악도 틀지 않으셨다. 그 고요함 가운데 할아버지의 숨찬 소리만 크게 들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택시에 타기까지가 아픈 노인에게 조금 무리됬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좀 진정되어야하는데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지도 헐떡이는 숨소리는 계속되었다. 



‘우선은 치료받던 부위가 부어서 불편한 거… 그거 보다도 숨이 너무 찬거 아닌가? 그걸 먼저 진료해야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다가도 어차피 응급실로 가니까 의료진이 알아서 다 봐주시겠지 생각했다. 고요한 택시안에 들리는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말소리는 나누지 않았지만 내 마음도 계속 헐떡였다. 아마 엄마의 마음도 같이 헐떡이고 있었으리라.



응급실에 금세 도착하고서 할아버지는 택시에서 내리는 것도 힘겨워하셨다. 겨우 내려서는 응급실 입구까지도 K장녀 두명(엄마와 나)이서 할아버지 양쪽을 부축하고 아주 살살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도착했으니 이제 치료만 받으면 되는 건가 싶어서 나는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그치만 의료진의 확답을 들어야 했다. 이제 앞으로 대체 어떻게 되는건지.



그렇게 아무표정 없는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지금 할아버지는 다리도, 발도, 너무 많이 부었고, 숨찬것도 심한거 봐서는 심부전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그냥 환자분류실에서 관찰만 한 거고, 치료받던 그 부위는 차후에 간단하게 치료가 가능하니 지금은 심부전치료가 가능한 큰병원으로 가라면서 여기 응급실 접수 수납은 안한걸로 하겠다고 했다. 심..부전? 뭔가 ‘부전’이라는 말만 들어도 일반적인 가벼운 병은 아니지 않나. 그게 아마 원인이 되어 불편하시다는 그 부위까지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들었다. 심부전은 난생 처음듣는데 더 무언가 물어보고 싶어도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몰랐다. 



K장녀 2명과 숨을 계속 헐떡이시는 할아버지 이 세명은 심부전이라는 소식을 듣고 말은 서로 안했지만 각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어쩌나, 이제보니 많이 힘드신지 할아버지 눈에도 눈꼽도 잔뜩이다. 



우선 다른 큰 병원으로 지금 당장 갈것인지 집에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정말 집에 가고 싶었는데, 힘들어보이시는 할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서 좀 쉬게 두었다가는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는거 아닌가. 할아버지가 그래도 전에 종종 내과진료를 보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목적지를 정하고는 다시 택시를 불렀다. 심부전인거 거기가면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지. 걱정보다 좀 더 나은상태라는 의견도 받고 간단한 처치만 하고 집에 모셔가도 된다는 말을, 확답을 빨리 듣고 싶었다.



병원 응급실에서 오래 안있고 다시 집으로 갈줄 알았는데. 일요일 저녁의 급한 외출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집에 가고 싶은 내 마음도 점점 길어졌다.



그렇게 더 먼곳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이번길은 조금 막혀서 그런지 더 먼곳으로 가는 것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할아버지가 너무 걱정되었던 탓인지 앞자리에 타있는데도 계속 멀미가 낫다. 울렁거려서 눈앞도 흐려졌다. 아무도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기사님도 엄마도. 그치만 나 불편하다고 숨쉴때마다 메스껍다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이차는 할아버지를 응급실로 모셔가기 위한 차편인걸. 10분이면 도착하겠지. 아니야 이제 거의 다왔을거야. 속으로 내자신을 달랠 수 밖에. 귀에 계속 할아버지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그래 나는 K장녀의 K장녀. 고작 멀미때문에 정신을 놓을 순 없지.



도착하고 나서 드디어 숨을 조금 쉬나 싶었다. 이번엔 엄마만 할아버지를 부축할 수 있었다. 나는 부축 대신 접수요청서에 서둘러 할아버지 인적사항과 대략적인 증상을 정말 빠르게 적어야 했다. 서있기는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할아버지를 당장 빠르게 입장시켜야 했으니. 그 다음에 다시 부축하려던 나는 갈길이 막혔다. 보호자가 1명만 들어올 수 있다고. 말 한마디 더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엄마와 할아버지는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들어갔구나. 안심도 되면서 나는 아직 가시지 않은 메스꺼움과 울렁거리던 멀미를 빨리 어떻게 해야했다. 화장실로 달려가 멀미약을 털어넣고는 한참을 쉬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조금 진정이 되고 마침 응급실안의 상황도 조금 정리가 되었는지 그때 엄마와 연락할 수 있었다.



바로 할아버지께 산소부터 연결했고 검사해봐야 이후에 입원할지 어떤 상태인지 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데 우선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나 먼저 집에 가는게 좋겠다는 연락.



할아버지가 걱정 됬지만, 후..드디어 집에 가는구나 싶었다. 어차피 보호자 1명밖에 있지 못하고 이제는 각종 검사와 의료진의 이야기 등 응급실에서는 무한 기다림이 계속되지 않는가. 엄마도 나도 더 할 수 있는건 없으니까. 한 껏 지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지하철을 탔다. 집에 가면서는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할아버지 생각만 가득이었다. 심부전은 어떤 병이지? 폭풍 검색을 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나의 일요일은 걱정과 불안함, 긴장감과 함께 저물고 있었다. “왜 더 일찍 심부전임을 알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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