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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쨍아리 Apr 23. 2024

06. 그날의 행보


“아부지, 얼른 옷 좀 천천히 입고계셔. 지금 아무래도 응급실 갔다오는게 낫겠어. 내일은 병원 사람도 많고 오늘 밤에 또 더 불편해지시면 어떡해” 엄마는 서둘러 병원갈 준비를 하면서 할아버지도 채비를 하시라고 말씀드리셨다. 이모도 있지만 바로 나서서 챙기는 모습이 역시 할아버지의 큰 딸 답다고 느껴진다. K-장녀의 모습을 엄마를 통해 또 한번 느낀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해가 와도 할아버지의 상태는 좋아졌다가 안좋아졌다가를 반복했다. 본인은 어떻게 느끼시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2주정도 쉬시면서 집에만 계셨다. 조금 나아보여서 움직이시면서 집앞 산책이라도 권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식사하시러 거실에 나오는 그 걸음에 또 숨차하시는 모습을 보니 산책은 무슨, 걱정이 가득 담긴 한숨이 나왔다. 



그러다 1월 14일. 일요일. 그동안 너무 안움직였으니 조금 움직일 겸 교회에 다녀오시겠다고 하신다. 아니 잠깐만, 근데 그 교회는 집에서 대중교통으로도 한시간이 좀 더걸리는 거리인데..? 무리되시는거 아닌가 괜찮으신 건가 걱정이 안들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할아버지께서는 몸이 너무 힘드니 택시를 불러달라 부탁을 하시더라. 그 날 나는 내가 출석하는 교회일정이 있어서 그렇게 택시를 요청하신 그때에 같이 있지는 못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나 대신 엄마와 이모가 호출한 카카오택시를 타고 혼자서 교회로 향하셨다.



상황이 그렇게 일단락 되는 것 같아 나도 즐겁게 교회일정을 모두 마치고 초저녁이 된 시점에 집으로 귀가하였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지 잘 다녀오셨는지 이야기가 걱정이 되니 너무 궁금한데 차마 직접 여쭤보진 못하고 엄마,이모에게 상황을 물었다. 마침, 할아버지께서는 우리집까지 태워줄 사람이 있어서 차편을 얻어타고 귀가해 계셨다. ‘뭐, 평상시와 같은 상황이군 다행이다 별탈 없었던 것 같네.. ‘이렇게 생각하던 것도 아주 잠시,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는데 대화의 흐름이 급박하게 바뀌었다.



나 - “음..? 뭐라고? 응급실을 지금 간다고?”

엄마 - “응. 할아버지가 벌써 며칠 되셨다는데 거기 있잖아 전에 진료보시던 부위가 너무 많이 부어서 불편하다고 얘기하시더라구. 근데 내일 병원에 가보시라고 하려다가 보니까 그냥 이모가 지금 이라도 응급실 다녀오는게 어떻겠냐고 하더라. 어차피 할아버지 비뇨기과 다니시던 그 병원도 응급실 있는 병원이잖아.”

나 - “헐…아 근데 아무래도 그게 낫겠다. 항상 병세는 밤에 더 심해지던데 오늘 밤 지켜보자고 했다가 확 나빠지면 내일 아침은 또 월요일이라 병원에 사람도 많을거 아니야. 엄마도 출근도 해야되고. 그냥 서로 시간될 때 미리 응급실로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네”



의학적인 지식뿐 아니라 엄마나, 나나 다 여자인지라 불편함이나 아픔을 공감을 해드리지도, 이해해드리지도 못하지만, 우선 불편함을 이야기 하시니 조금은 적극적으로 병원에 가봐도 되지않을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지금 쇠약해져있는 상황이니 걱정도 되고 말이지. 



K-장녀인 엄마가 낳은 K-장녀인 나. 나 또한 K장녀기질이 급 발휘되었던 걸까? 

서둘러 저녁을 먹던 것을 정리하고는 나도 채비를 하면서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시며 어그적 어그적 걷는 할아버지와 두명의 K-장녀는 서로 각자의 몫을 하면서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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