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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쨍아리 Apr 11. 2024

05. 새해 그리고 나는..

일주일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이 무렵 나는 내가 하는일과 내 건강 전반적으로 심한 번아웃에 빠져있었다. 번아웃은 번아웃이고 가족들을 계속 신경쓰는 것은 항상 디폴트였다. 



상반기 계약직일은 다행히 1월 중순부터 재출근이 결정되었다. 일주일 남짓 쉴 수 있는 시간. 음.. ‘일’을 쉬는 것이지 그 시간만큼 나는 자연스레 집안을 더 돌보게 되었다. 그 늘어난 시간만큼 할아버지를 살피는 건 당연한 것이고 말이지.



12년 동안 키우던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지 이제 두달. 제작년에 먼저 떠난 막내고양이까지 2마리를 떠나 보낸 가족들은 내 생각보다 마음의 상처가 컸다. 가만 보면 내가 제일 침착하게 모든 일들을 처리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가만…나는 파워F에다가 엄마는 대문자T인데, 꼭 이럴 때는 내가 T인 것만 같다. 두 달전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장례식장에 연락하는 것부터 비용처리 등등 내가 주보호자로서 도맡아 했다. 다른 식구들은 감정을 추스르는게 더 먼저였다.



아직 두 달 밖에 안된터라 가족과의 마찰은 나도 더 피하고 싶었고, 계속 K-장녀 특유의 알 수 없는 책임감만 크게 증폭되었다. 거기다 할아버지가 누가봐도 아프다. 이건 정말 K장녀 비상상태이다. 



하루하루 아침저녁, 틈날때마다 살피는 건 물론이고, 할아버지 방에서 들려오는 기침소리, 거친 숨소리, 화장실 소리, 발자국 소리 귀도 활짝 열어놓는다. 어떤 비상상황이 생기면 바로 캐치할 수 있도록.



1월의 나는 일주일 남짓의 공백기 동안 마음이 참 어수선했다. 다시 출근하는 생활패턴으로 바뀌면 집안일과 거리를 두게 될 것이고, 할아버지도 그쯤이면 많이 회복 되실테니 시간이 약이다 라는 생각으로 번아웃과 싱숭생숭함, 무기력함, 알 수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들을 그냥 감내하려고 했다.



그치만 나의 출근은 그렇게 짧게 끝날 줄 몰랐다. 단 일주일. 재출근 시작한 지 딱 일주일만에 나는 더이상 출근할 수 없었다. 그만두게 되었거든. 하필 왜 나일까 생각이 잠깐 스쳐갔지만, 그런 생각도 감히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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