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른 아침 그러니깐 ‘해’가 아직 날 반길 준비가 안 된 그런 시간에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산을 오른다. 내가 사는 곳 바로 옆에 산이 있어 좋다. 다른 무엇도 거치지 않고 그져 산을 오르고 싶을 때 두 다리만 있으면 뚜벅뚜벅 오르면 되니 어떠한 다른 길의 선택도 어떠한 시간의 늦음에 노심초사도 할 필요가 없다 그 져 어느 등산가가 말했듯이 산이 저기 있어 나는 오르면 된다. 이른 시간의 산 공기는 차다 이른 아침에 등산하는 사람들은 이 찬 공기를 마시기 위해 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방금까지 살아있었다는 듯한, 풀 냄새가 차가운 산 공기와 어우러져 내 코끝에 맴돌 때 면 나라는 존재가 방금까지 산의 어둠에 묻혀 내가 살아있는 존재인지 내가 죽어있는 존재인지를 몰라하고 있을 때 난 살아있는 존재 란걸 알려 준다. 산 공기를 마시는 내 호흡의 박자에 맞춰 두 다리를 움직인다, 이런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질 때면 내 몸은 정상을 향해 조금씩 오르지만 내 생각은 다른 어디로 가버린다 이 생각의 목적지는 산 정상이 아니며 어떠한 목적지 없이 그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버리는 바람과 같아진다 이 바람과 같은 생각은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보기도 한 다 나는 왜 이 산을 오르려는 것일까 건강을 위해서? 아니면 산의 풍경을 보기 위해서? 아니면, 아니면 스스로에 게 질문의 꼬리를 만들며 여러 가지 산을 오르려는 이유를 찾는 다 저마다 이유는 다 맞는 이유이고 맞고 아니고를 떠나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를 고르는 게 맞는 것 같다 많은 이유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는 아마 심장이 뛰고 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달리기와는 조금 다른 확인 법이다 등산이라는 것은 조금 더 정적이며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운동 아니 행위 일 것이다 산 자체가 내 자신을 한 없이 겸손하게 하는 장소이기에 한걸음, 한걸음 누군가 정해놓은 정상이라는 곳을 오르며 이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이 산길을 몇 명이나 지나간 것일까? 그리고 이제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지나갈까? 수 없이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산길 그리고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 날 갈 산길을 생각하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왜인지 겸손해진다 내 자신이 무엇이 되었건 지금 이 순간 산길을 뚜벅뚜벅 걸을 때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한낱 이 산길 위의 손님뿐인 아닌 존재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등산을 하다 산길 위에서 만나는 수없이 널 부러진 바위 덩어리들 그리고 흙들 그리고 누군가 생명이 없을 꺼라 말하는 많은 것들을 등산을 하다 지나 쳐 간다 난 저것들을 왜 생명이 없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지구를 살아 있다고 말하는 건가 아님 죽었다고 말하는 건가 당연히 살아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저 돌덩어리 흙 한 줌은 살아 있다 말하지 않는다, 산에 널 부러진 누군가 생명이 없다고 말하는 것들은 수없이도 많은 생명들의 생과 사를 지켜봐 왔을 것이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시간에서 말이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벼운 잣대로 생명과 생명 아닌 것을 규정지어 버리는 것을 아닐까 어쩌면 등산하다 마주치는 저 바위 덩어리 흙 한 줌이야 말로 수없는 시간 속에서 덤덤하게 생명을 담아내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은 그저 저 바위 흙 한 줌 사이에서 비집고 피어나 자라고 시들어 버리는 한낱 꽃에 불과하지는 않을까? 그런 시간의 무게를 생각하다 보면 은 나는 또 겸손하고 겸손해진다 이런 생각에 생각을 꼬리를 물어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을 뚜벅뚜벅 걷다 보면 은 산 위로 등산하는 이유가 정상이라는 곳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나는 그저 산이라는 커다란 무언가를 받아들이기 위해 등산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등산이야 말로 나라는 삶의 축소판이 아닐까 나는 많은 것들을 정해놓고 성공이라는 정상을 만들어 불필요한 깃발 꼽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정상을 가기 위해 조금은 안 해도 될 아웅다웅을 하는 건 아닐까? 어떨 때는 빨리 정상을 가기 위해 안전한 길 말고 위험한 길을 택하고 어떨 때는 요행으로 지름길로 정상에 도착할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이 길이 맞는지 알았는데 착각해 낭떠러지에 떨어질 수도 있고 등산이라는 것은 나의 삶과 비슷한듯하다 등산길이라는 게 수없이 많은 사람이 지나며 닦아 놓은 길이 있고 산악인만이 아는 길이 있고 내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길이 있고 정답이 없다 그져 나는 부지런히 선택을 하고 움직여 정상이라는 곳에 갈 뿐이다 하지만 나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왜 나는 정상에 가야 하는 걸까? 산을 오르다 좋은 자리가 있으면 거기쯤에 쉬다 갈 수 있고 누군가 말하는 정상 말고 더욱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고 나는 왜 꼭 누군가 말하는 정상에 가야 하며 왜 꼭 정상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등산이라는 건 그저 산을 오르는 것이다 정상을 가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산을 오르는 것 정상은 그저 정상 일뿐 목표도 목적지도 아닌 그저 내가 등산하는 산의 또 다른 종착지는 아닐까? 종착지는 그저 종착지 일뿐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