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찌르는 듯한 열기에 쓰러졌었다. 몸 쓰는 노동일이라 소금 잘 챙겨 먹으라는 주위의 말을 가볍게 들었다. 건물 안 축적된 열기 뜨겁게 달구어진 바람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두껍게 입어야 하는 옷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갈증 덥다는 고통을 넘어 도파민 분비로 짜릿한 황홀감이 느껴지도록 댑혀진 몸 결국 일을 하다 쓰러져버렸다. 병원에 와 이것저것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시.한.부 근데 이상하지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 울던데 나는 이상하게 묘한 행복감이 밀려왔었다. 뭐랄까 권고사직을 받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내가 다니는 회사들은 잘 망했다. 내가 입사를 하면 이상하리 만큼 짧게는 반년 길게는 2년 안에는 문을 닫았다. 다섯 번의 권고사직을 받았었다. 그때마다 어떻게 하면 먹고살지 보다. 좀 쉬는구나 하는 기분을 받았었다. 날 성실하게 보는 주위사람은 나를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365일 중에 쉬는 날이 10일 정도 이려나 먹고살려 저리 아득아득 일하는 줄 알았을거다.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생각하고 싶은데로 생각하게 나두었다. 사실은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있는 것도, 일이 좋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했었다. 그래서 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이상하리 만큼 강박적이게, 성실하지 않은 정신을 가지고, 성실하게 몸을 굴렸다. 강제적 방법으로 벗어 나게 되었을 때 유일하게 해방된다. 어쩐지 의사에게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의사에게 말했다. “어디다 싸인할까요.” 묘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의사 아마 충격 먹었을 꺼라 생각하는듯하다. 시한부판정을 받고 나는 일을 그만두었다. 권고사직을 받은 건 아니지만 받은 거라 마찬가지라 몸은 그리 생각한 것 같다. 이상하리만큼 성실한 강박이 안 나오는 거보면은 일을 그만두고 며칠 동안 라디오를 켜두고 벽만 계속 바라봤다. 그러다 허기가 지면 밥 먹고 또 벽만 보다. 화장실 가고 싶으면 볼일 보고 다시 벽 보고 잠 오면 자다 일어나면 또다시 벽 보고를 며칠 했다. 그러다 걷고 싶었다. 며칠 동안은 계속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들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책이 아닌 두 눈, 두귀, 두 콧구멍, 피부로 보고, 듣고, 맞고, 느끼고 싶었다. 몇 달 동안 죽음과 관련한 키워드로 여러 곳을 헤매어 다녔다. 그러다 어떤 모임을 만났다.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나름 여러 절차가 있었다. 검증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진심인지 아닌지에 대한 그런 것이다. 난 모임에 참가인원이 되었을 때 나조차도 의하했었다. 나름 모임이 체계적이었다. 어떤 나라의 안락사 서비스처럼 말이다. 카미카제처럼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 모임을 가지기도 하고 원칙적으로 한번 그 이후에는 원한다면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다. 뒷골목 안락사 서비스라 할 수 있었다. 단지 모임 인원이 나까지 포함 세명이었다. 이야기로는 여러 명이 들어왔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 같다 했다고 한다 자신들도 이 모임을 처음 만든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 둘은 제법 오랜 시간 그리고 자주 이런 시간을 가진 듯했다. 그래서인지 잘 숙성된 술처럼 이들이 말하는 죽음의 농도 또한 가볍지가 않았다. 우리는 몇 번의 만남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삶을 영위하는 방향은 아니었다. 난 이야기할 때마다 칼로 연필을 깎는 그런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었다. 연필을 깎아 글을 쓰고 다시 깎고 그리고 다시 글을 쓰다. 몽당연필이 되면 끝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한 명이 뭐든 완벽하고 잘하려며 연습이 필요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 모두 그것에 동의했고 연습을 제안했던 사람이 자신의 별장에 세 명이 모여 첫날과 둘째 날은 맛있는 음식과 향락의 시간을 가졌고 셋째 날과 넷째 날은 금식과 함께 비우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째 날 각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각각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오기로 했다. 연습이었지만 한 명이 마음이 동하였는지 몸을 떠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약을 가지고 왔다며 먹어 보라 권하였다. 약간 주저했지만 내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잠시 후 같이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 같다. 난 딱히 뭐 할 게 없어 잠을 잤다. 악몽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약간 몽하였지만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 있던 명치 쪽 통증이 사그라들어서 기분이 가뿐했졌다. 주방에 와 차가운 물을 한잔을 마시고 나니 두 명이 뭐하는지 궁금해져 왔다. 조용히 발걸음으로 각각의 방안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한 명의 방안을 들여다보니 온통 방안을 깜깜하게 해 두고 책상에 앉아 등 하나만 켜두고 종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상하리 만큼 미동이 없었다. 방을 나와 다른 방으로 발을 옮겼다. 다른 방안에는 사람 크기만 한 상자가 있었다. 관이라고 불러야 하나 관 안을 들여보니 눈을 뜨고 누워 있었다. 잠시빤히 쳐다보는데 눈을 한 번도 껌뻑이지 않았다. 나는 순간 죽은 것 같아 검지손가락을 콧구멍에 같다 되어 보았다. 얕지만 숨을 쉬고 있었다. 조용히 방안을 빠져나왔다. 바람을 쐬고 싶어 별장밖에 나와 흙바닥에 앉아 먼 산을 바라봤다. 풀냄새, 약간의 비릿한 물냄새 머리가 맑아지는 듯했다. 바닦을 보니 벌레 한 마리가 꼬물꼬물 기어 같다. 먼가 신기하게 느껴져 물끄럼히 쳐다보는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벌레를 쪼아 되기 시작했다. 몇 번을 사정없이 쪼아 되다. 꿀꺽 삼켜먹고는 가만히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 볼일을 다 보았는지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