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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Sep 09. 2023

순환

 햇살이 좋아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해서 충동적이기도 한 마음 그리고 평소에 생각했던 일이기도 했던 바다를 보러 왔다. 넓고 넓은 바다 눈에도 다 담을 수 없는 바다.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적실 때며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진다. 바다라는 건 한없이 작게도 끝도 없이 부풀게도 한다. 이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려 바다에 오는듯하다. 너무 올곧은 정신으로 살기에는 이 세상은 넓다고 크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햇살이 바다에 부서지고 바다는 눈부셨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들고 따가운 오후햇살을 받으며 해변가를 걷고 있는데 평범하지만 이상하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집이 있었다. 주위의 모든 것들에서 숨으려 하는 듯하기도 하고 주위의 모든 것보다는 눈에 잘 보이기를 바라기도 한듯한 집이었다. 하얀색 같기도 회색 같기도 한 집 어떤 집일까 궁금해 가까이 다가가 주위를 둘러보는데 조그마한 팻말이 문 앞에 걸려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글씨로 적혀진 팻말이었다. 집안에 사진이 전시되어 있으니 보고 싶은 사람은 보라는 내용. 사진전시라는 말에 따가운 오후햇살을 피할 겸 잘됐다 싶어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무언가 요동치게 만드는 풍경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짙은 나무냄새와 흙냄새 집안이라고 생각 안 날 정도로 숲 속 어딘가에 냄새가 머릿속을 헤집어 났다. 서서히 냄새가 옅어져 정신차리고 집안을 둘러보니 넓지도 좁지도 않은 평범한 집 구조였다. 다만 평범한 집안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구나, 집기류는 전혀 보이지 않고 집안 구석구석 벽을 따라 여러 가지 사진들만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어떤 사람의 사진, 어떤 건물의 사진, 어떤 자연의 사진 여러 방향, 여러 구도, 여러 날씨, 여러 시간에 찍혔을 사진들이 벽면 빼곡히 걸려있었다. 각각의 사진은 따로 된 세상인데 두 눈으로 각각의 세상을 담아내어도 신비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어울렸다. 소금을 먹었지만 달고, 설탕을 먹었지만 짠 느낌이었다.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른 것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에 밀려 들어왔다. 벽면 구석구석 걸려있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두 눈으로 그리고 한마음으로 담으며 벽을 따라 천천히 방안을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정신이 홀려 어디쯤 들어왔는데 꽤 넓은 공간이 나왔다. 넓은 공간에는 굉장히 큰 벽이 하나 있었는데 그 벽에는 수십 개의 사진액자가 행과 열이 맞추어 반듯하게 걸려있었다. 약간의 먼발치에서 봐라 봤을 때는 다 똑같은 사진처럼 보이지만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사진 속 한 인물을 보고 느꼈다. 같지만 시간이 달랐다. 행으로 좌에서 우로 10개씩 사진을 걸려 있는 걸 보는데 뒤에는 바다가 보였고 바다 바로 앞 해변에는 나무로 된 의자가 하나가 있었다. 의자 앞에는 처음은 어떤 갓난아이가 앉아 있고 오른쪽으로 사진을 하나하나 보는데 배경과 의자는 똑같지만 아이는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한 액자가 일 년의 시간을 나타내었다. 처음 몇십 개는 부모님이 그 뒤로 몇십 개는 아내가 그 뒤로 몇십 개는 자식들이 그 뒤로 몇 개는 손주가 사진을 찍어주었다고 적혀있다. 사진 속 옆에는 찍어준 이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있다. 마지막 맨 밑의 사진의 날짜를 보아 지금의 시간과 몇년 지나있었다.  아마 사진 속의 사람은 죽었을 지 모르겠다. 신비로웠다. 이 사람은 이사진의 주인이 되기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러면서 한없는 허무함이 느껴왔다. 이상하리만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허함이 느껴졌다. 사진 속 바다 나무로 된 의자 그리고 한 사람 단편적인 모습이 덧없게 느껴졌다. 문득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해온다. 그러다 사진 속 사람의 모습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내 모습이 나의 얼굴 변해 있었다. 그리고 저너머 어렸을때 기억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밀려와 스치듯 지나 같다. 좋았던 기억, 슬펐던 기억, 부끄러운 기억 모든 것이 한꺼번에 스쳐지나 같다. 멍해졌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듯하다가도 모든 것이 된 존재가 된 듯도 했다. 숨이 막혀왔다. 턱턱 막혀왔다. 방안 구석구석 나던 나무냄새 흙냄새가 점점 더 짙게 느껴졌다. 냄새가 무겁게 느껴지다가 점점 마음을 가라않히니 막혀왔던 숨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잠시 사진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천천희 발걸음을 집문밖으로 돌렸다. 문을 여니 풍경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문밖 풍경 가장 눈에 들어 온건 사진 속 그 바다 모습이었다. 다만 나무로 된 의자와 의자에 앉아있던 사람 많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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