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말라 있는 입술에 혓바닥을 살짝 내밀어 핥아본다. 침이라도 발라 조금이나마 갈증을 해소하려 했지만 수분이 없어 보푸라기처럼 올라온 피부들 때문에 까끌까끌한 촉감만 느낄 뿐이다. 소녀는 뜨거운 태양이 얄궂게 느껴진다.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도 원망한다. 소녀는 한 번도 ‘신’이라는 존재를 믿은 적도 믿으려고 한 적도 없으면서 메마른 땅을 보며 울부짖으면서 말한다. “너희들의 존재의 이유가 무엇이냐” 소녀는 늘 예쁜 꽃모양이 수놓아져 있는 하늘하늘 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평소에는 낭만적이 분위기와 자태를 만들어줄 치맛자락의 펄럭임도 바람 한 점이 없으니 그냥저냥 옷이 되었다. 점점 메말라가는 땅과, 누구의 목을 졸라서라도 욕망해야 하는 배고픔, 자신의 피라도 마시고 싶은 갈증은 참으려고 한다고 해서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탓이라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인내심이 고갈되면서 점점 하늘과 땅과 물과 신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게 된다. “내가 무엇을 잘 못 하였기에 내게 이러시는 겁니까” 몸에 수분이 사라져 안구에 있는 눈물샘마저 메마른 땅처럼 갈라졌는지 말라비틀어진 눈망울의 살갗이 갈라져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바닥에 자신의 피눈물이 똑똑하고 떨어지는 데도 소녀는 그런 것이 당연하다는 듯 하늘과 땅에게 울부짖는다. “배가 고픕니다. 목이 마릅니다. 저에게 비와 곡기를 주세요” 소녀는 헛헛하게 하늘을 올려봅니다. 하늘마저 땅과 같이 물이 없어 쩌억쩌억 갈라진 것처럼 메말라 보일 뿐입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일어나는 것일까? 왜 이겨내지 못할 시련을 주는 것일까?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고, 난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고, 누구보다 안락했으면 좋겠는데 왜 나에게 이런 갈증과 배고픔을 주는 걸까 전생에 잘못했다면 전쟁이었을 나에게 죄를 묻지 왜 나에게 묻는 것일까? 후생의 나를 위해 이런 것이면 나는 후생의 나를 잡아먹고 싶다. 그렇게 시간은 아무 감정 없이 흘러 같다. 살가죽은 점점 껍질만 남아있게 되었다. 자신의 뼈 모양을 살아생전 볼 수 있는 형태가 되어 같다. 두 눈의 안구는 살가죽이 없어 금방이라도 얼굴에서 떨어져 나갈 듯 나와 있었다. 볼에 살 이라는 것이 사라져서 해골이라고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입이 도더라 보였다. 소녀는 이제 소녀가 아니었다. 정체성과 존엄이라는 것이 얼굴에 몸에 묻어있지 않았다. 소녀는 소변을 누려해도 입에 물이 들어간 적이 없기에 소변을 눌 수 없었다. 대변이라는 누려해도 입안에 무엇이 들어온 적이 없기에 눌 수 없었다. 죽은 것처럼 보인다. 아니다, 시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아직 살아 있기에 시체는 아닌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소녀였던 존재는 겉모습은 별볼이 없어졌지만 풍기는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 고통을 부릅 짖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빛을 머금은 듯한 안광이 저 멀리 어딘가를 주시하며 고요한 바다처럼, 착 가라앉은 안개처럼 호흡하고 있었다. 육신이라는 껍데기는 소녀였던 존재에게는 갈아입는 옷처럼 느껴졌다. 소녀였던 껍질은 계절을 잘못 만난 옷처럼 벋어 버리려 하는 것 같았다. 알몸인 상태로 말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는 어떤 존재를 벋어나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려 하는 것 같았다. 공기와 물 바람처럼 있지만 없는 것 같고 없는 듯 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그런 것으로 바뀌려 하는 듯했다. 소녀도 스스로에게 매분 매초 질문은 던진다. 자신은 죽어가는 걸까 아니면 다른 삶을 선택하는 걸까 하고 말이다. 전지전능한 존재 많이 답을 알 수 있는 질문을 계속할수록 소녀의 존재는 점점 공허한 공간으로 흩어져만 같다. 껍데기만 살아진 걸까?, 아니면 다른 어떤 것도 살아진 걸까? 눈에 안 보이기에 죽은 걸까? 잔상이 남아있기에 아직은 살아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