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채식인이 되었다. 어떤 신념, 어떤 가치관, 어떤 성격에 의해서 채식을 하게 된 것은 아니다. 행운이 좋았던 어느 날 공돈이 내 주머니에 들어왔다. 비싸고 멋진 옷을 사 입고 평생을 한번 가볼까 말까 한 고급진 레스토랑에 같다. 가장 비싼 코스요리를 주문을 하고 커다란 유리창 밖 야경이 너무 좋아 취할 것 같았다. 난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주문을 했다. 소믈리에가 요리와는 궁합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했지만 오늘은 요리보다 기분에 맞추고 싶다 했다. 소믈리에는 그런 나를 보고 싱긋 웃어 보이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 같다. 난 건물안과 밖의 풍경을 안주 삼아 요리가 나올 때까지 와인을 홀짝였다. 여러 번 접시가 바뀌었고 드디어 메인 요리인 잘 구워진 고기한 덩어리가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접시 위의 예술과 향기를 충분히 맡고 감상한 후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한입크기로 조각내고 있는데 이상한 잔상이 고기와 겹쳐 보였다. 육즙이 진한 피로 보였고 살덩이는 구워져있지 않은 살아있는 살덩이 처럼보였다. 그러자 속에서 신물이 왈칵하고 쏟아져 나오려 했다.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가 속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비워내고 나서야 속이 괜찮아졌다. 처음에는 어떤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에 다시 돌아와 스테이크를 먹으려 했다. 하지만 또다시 속이 메스꺼워졌다. 다른 이상한 것을 먹어서였다고 하기에는 내가 썰다가 만 고깃덩이를 먹으려 할 때만 속이 뒤집히듯 구역질이 났다. 그래도 돈이 아까워 억지로라도 먹으려 했지만 도저히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저렴한 식당이었으면 맘이라도 안 아팠을 텐데 예술에 가까운 요리에서 풍겨오는 냄새라도 역한 것이라면 차라리 침 한번 뱉고 나왔을 텐데 눈과 입과 뇌는 먹으라 하는데 속 안은 입덧하는 것처럼 메스꺼워진다. 결국 고깃덩어리를 남기고 계산대에 왔다. 그런 날 웨이터가 물어왔다.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냐고 솔직하게 속이 안 좋아져 못 먹었다고 말하면 될걸 난 이상한 변명을 해버렸다. 채식을 했는데... 채식 안 하려고 왔는데 안 먹어졌다고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의 거짓말보다 더 당황한 건 나에 말을 이해한다는 식의 웨이터의 반응이었다. 그래서 이날 이후부터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었다. 생선까지는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생선 또한 이상하리 입에서 모래알을 씹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국 몇 달을 풀때기만 먹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다이어트 중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풀만 먹기에 생각보다 힘들었다. 고기를 좋아했을 때는 죄다 당뇨병 식단처럼 보였는데 막상 풀때기만 먹으려 하니 고기를 사 먹는 것보다 돈이 더 들어가는 느낌이다. 풀 값이 금값처럼 느껴졌다. 길바닥에 널려 있는 게 민들레요 쑥인데 속으로는 전봇대 주변에 자라고 있는 것을 뜯어가고 싶지만 무얼 먹고 자랐는지 모르기에 뜯어 간다 한들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었어 그냥 사 먹기로 했다. 하지만 문득 가계에 파는 풀들은 깨끗하게 자란 곳에서 재배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재배가 아닌 돈이 만이 안 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풀을 어디서 구해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단 돈으로 사 먹는 거니 강제로 믿고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원효대사 해골물을 마시는 기분으로 말이다. 이쯤의 해탈의 감정이 되니 방금 지나온 전봇대 풀들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왜 이런 증상이 생긴 것인지 인생에서 복이라면 복이었던 아무런 알레르기가 없고 잡식성이었던 내가 흙을 퍼먹어도 분명 소화시킬 수 있던 내가 없어서 못 먹는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동물들이 불쌍하냐고 아니 육식동물이 고기를 탐하듯 고기를 먹는 것을 껄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감정이 없다. 예를 든다면 개고기 딱히 반대하지도 찬성하지도 않는다 아무 관심이 없다. 기근으로 인육까지 탐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못 먹을 것도 없지 생각하면서도 지금의 시대를 생각하면 껄끄럽기도 한 것 같다 정도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정도랄까 그리고 이 거저 거다 다 떠나 나 또한 누군가에 의해 다른 의미로 약육강식을 당하고 그 값으로 먹는 것이기에 죄책감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풀이라고 잡아 먹히고 싶어서 먹히겠는가 울음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존재라 군말 없이 먹히는 것이지 태어났기에 무언가를 먹어야 하고 무언가를 정하고 먹기에는 내 삶이 퍽이나 팍팍했다.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정이입이 잘되지 않았다. 나 자신이 누군가의 음식이 되면 다른 문제이겠지만 일단 태어나기를 이렇게 태어났으니 뭐 어쩔 수 없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이해는 하려 하지만 정확히 잘 알지 못하는 것과 같지 않으려나 보이는 풍경이 다르면 생각이 달라진다는 말 이게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맴돈다. 어떤 공포증 때문일까? 피에로 공포증 같은 육륙에 대한 공포증이 있을까 찾아보았는 데 있었다. 더 놀라웠던 건 세상에 생각보다 공포증이 많았다는 거다. 별별요상한 공포증이 있더라 뭐 당사자에게는 악몽이겠지만 글로써만 내용을 알 수 있는 나는 그냥 헛웃음만나 왔다. 몇몇은 이해가지만, 몇몇은 그로테스크 한 것도 있었다. 공포증이라는 게 있기는 있는데 영상에서 글에서 설명해 주는 내용이 와닸지는 않았다. 전문가와 상담해 보라는 말 또한 돈 나갈 것 같은 느낌이라 전혀 감흥이 없었다. 그냥 이러다 말겠지 하는 기분이었다 누구는 일부러 하는 생식 나야뭐 그냥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뿐이다. 송충이처럼 솔잎만 먹었어야 했나 괜히 비싼 식당에 가서 그런가 그냥 가성비가 좋은 인당 19620 원하는 고기뷔페에 같어야 했나 싶다. 예전에는 코끼리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개로 육식을 했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코끼리덩치만큼은 고기를 먹었을 거다. 그런 내가 몇 달을 풀때기만 먹으니 전에 먹은 고기들은 이미 내 몸 안에서 소화되다 못해 DNA이 마저 다 배출돼서 몸은 가벼워진 것 같으나 뭔가 속 빈 강정이 된 느낌이다. 고기를 먹고 싶지만 못 먹어 풀로 이런 허기를 채우니 뱀이 지꼬리를 먹고 배불러하는 느낌처럼 느껴진다. 육식을 해야 하는 내가 이렇게 풀만 먹다 보면 자기가 자신을 갉가먹고 있는지 모르고 서서히 난 사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