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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Mar 16. 2024

소시민이 쓰는 하루일기

모월모일 어느 주말 늦은 아침에 눈이 떠졌다. 온삭신이 쑤시고 아프다. 어제저녁 기분 내려 조니워커 블루를 지르는 바람에 속도 쓰리고, 맘도 쓰리고, 통장 잔고도 쓰린 채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니 온몸이 안 아파도 아프다. “다음에 술을 마시면 내가... 내가...” 내가 나한테 약속을 하는 거지만 양심에 가책이 느껴져 약속을 못하겠다. 다음에도 지랄 같은 일이 있으면 몸이 부서져라 마셔 댈게 분명하니깐. 냉장고에 기어~ 가다~ 시피~ 해서 1리터짜리 물병을 입을 대자 마자 쉼 없이 벌컥이는데 멈출 수가 없다. 어디로 들어 같는지도 모르게 물이 몸안 속으로 전부 빨려 들어 가버렸다. 머리가 찡해오고 온몸에 수분이 퍼지는 느낌에 머리와 등어리에서 식은땀이 삐질 하고 흐르는 듯하다. “X발 살 것 같네” 속이 조금 편안해지니 집꼬라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제 먹다 남은 족발부터 시작해서 방안꼬라지가 말이 아니다. “X발 이렇게 살아 뭐 하나~” 해야 할 일이 보이니 절로 신세 한탄이 나온다. 그렇게 집꼬라지를 바라보며 한참을 멍 때리니 뇌에서 카페인을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알았다 알았어”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고 내리고 캡슐을 넣고 내리고 캡슐을 넣고 내려서 3샷을 뽑아 집에서 제일 큰 병에다가 담아 얼음을 한가득 집어넣고 미친 듯이 벌컥 인다. 물을 마셔도 마셔도 끊임없이 들어간다. 온몸에 카페인이 퍼지는 것이 느껴진다. 또 한 번 머리와 등골에서 식음땀이 난다. 언제 어디서 객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몸뚱이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귀에다 이어폰을 뀌우고 노래는 가장 파이팅 있는 노래를 재생시킨다. 아무래도 첫 번째 선곡은 에미넴의 lose yourself 귓구멍에 때려 박아야 파이팅이 생긴다. 노래를 들으며 방안에 베란다에 있는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고 문도 열어서 집에 환기를 시키며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청소를 뚜닥뚜닥 하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까지 몸이 알 수 없이 나른하다. 아무래도 몸 안에 있는 술독을 빼야 할 것 같다. 동네를 한 바퀴 뛰어서 땀을 쭉 뺀 다음 사우나를 가야겠다. 뜀박질을 하는 네네 소화가 안된 것인지 헛구역질이 나서 죽는 줄 알았다. 집에서 간다한 샤워를 하고 사우나로 직행했다. 오후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잘 안 가는 편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컨디션을 되돌리려면 뜨겁게 몸을 지져서 땀을 쫙 빼고 나른한 몸으로 낮잠을 자야 했다. 그냥 어영부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집안에 게으름 피우면 오히려 더 괴로워진다. 조금이라도 몸을 괴롭혀줘야 메기를 풀어놓은 논에 미꾸라지처럼 되는 법이니 말이다. 찜질방안에서 알몸으로 땀을 빼고 있으면 좁은 공간이라 이 사람 저 사람 말들을 듣기 싫어도 듣게 된다. 집값이 내렸더라 올랐더라 정치가 X새끼 대통령욕에 알 수 없는 사돈에 팔촌욕을 듣기 싫지만 들을 수밖에 없다. 나라걱정하는 사람들이 이리 많으니 아마 우리나라는 망할 일은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탕 안에서 벌거벗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저 사람들을 뭐 해 먹고살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때가 있다. 나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까 아님 어디서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살까 벌거벗어놓으니 짐작이 잘 가지 않는다. 대부분이 올챙이 배에 무언가에 찌들려 피로를 풀러 온 사람들처럼 보이니 말이다. 간혹 가다가 목이랑 팔목에 나 부자요 하고 자랑하려는 것인지 딱 봐도 묵직한 금덩이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사람, 온몸에 예술을 했는데 예전 같았으면 피해다니거다 눈도 안 마주치려 노력했지만 요새는 딱 봐도 핏덩이 같은 아이들도 온몸에 그림을 그려놔서 그냥 저런 사람인 값다 하는 생각뿐이다. 목욕탕 안에 퍼져있는 수증기가 날 몽환에 젖어들게 만든다. 따닷한 기운이 몸에 퍼지면서 잡 걱정들이 사라진다. 사우나를 하고 나오면 달다구리 한 것을 먹어줘야 한다. 땀을 빼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보통은 단지우유를 많이들 마시지만 나는 생크림빵이 그리 땡긴다. 한때 멜론빵을 엄청 먹었지만 요즘은 그날그날 빵집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고 달달구리하고 이왕이면 생크림이 듬뿍 있는 그런 빵을 고른 다음 찐하기 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신다. 나에게 이보다. 도파민이 폭발하는 순간이 없을 거다. 날씨가 따듯해서 빵과 커피를 손에 쥐고 일부러 발길을 닫지 않던 쪽으로 걸어본다. 이렇게 걷다 보면 세상일이라는 게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것 그것 하나만 바라본다면 번뇌하지 않아도 돼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천성적으로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듯하다. 욕망하고 욕정하고 욕구한다. 늘 저런 것들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피로한 세상이 되어버린다. 해소를 하려면 범죄를 저지르거나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달달구리한 크림빵에 진하기 진한 아이스크림을 들고 골목을 걷다 보면 세상만사가 모든 것이 부질없어진다. 골목에 피어난 이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골목을 걷다 걷다. 집으로 돌아와 멍하니 방안을 훑어보면 노곤함이 몰려온다. 아직 이른 오후여서 지금 잠들어 버리면 분명 새벽에 깨어날게 분명하다. 그러면 다음 하루가 꼬여 버린다. 차라리 조금 더 있다가 잠을 자기로 한다. 오랜만에 책꽂이에서 오래전에 읽다만 소설책을 꺼내 읽기로 한다. 몇 년 전에 표시해 둔 채 안 읽어서 기억이 날까 말까 했지만 읽다 보니 머릿속에 뜨믄 뜨믄 기억이나 읽어 내려간다. 잠이 스믈스믈 온다. 소설책에서 중요한 일이 벌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잠이 깰 테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들어 버린다. 아마 피로해서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 날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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