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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Mar 09. 2024

편지라 쓰고...

 전 새벽녘을 좋아합니다. 새벽 녘 달빛이 아롱이는 길거리를 좋아합니다. 그 시간이, 그 모습들이 날 조금 덜 외롭게 합니다. 전 비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먹구름이 낀 하늘아래 부슬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볼 때 덜 외롭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그대는 어느날을 좋아하나요. 당신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어쩌면 만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산스럽게 지나가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우연히 옷깃이 스쳤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이름도 기억도 안나는 어느 식당에서 멍하니 밥을 먹다 우연히 눈을 마주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요즘 외롭습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데 요즘 들어 외롭다는 감정이 가슴 안쪽에 차오릅니다. 무엇을 해도 이것이 떨쳐 내지지 않습니다. 조용히 방 안에서 해가지난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며 나도 모르게 옆을 봅니다. 왜 인지 누군가가 있었는데 없어진 것처럼 느껴지 거든요. 그대 혹시 제 곁에 잠시 머물다. 어디론가 가셨나요 망상인지 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대 이름은 무엇인가요 외로움이 차오를 때면 그대의 이름이라도 불러본다면 난 조금은 견뎌 내기가 쉬워질 것 같습니다. 일을 그만 두웠어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내가 죽어 있는 모습을 봅니다. 일을 하다 길바닥에 누워있는 사람이 보여 가까이 다가가면 내가 누워 있습니다. 어디를 보고 있는지 모를 초점이 없는 눈동자 그리고 어디서 떨어진 건지 깔린 건지 모르게 몸이 기괴하게 뒤틀려있습니다. 몸에 피가 다 빠진 것인지 하얗다 못해 동상이 걸린 것처럼 얼굴이 파랗습니다. 깜짝 놀라 119에 전화를 해보려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누르는데 무엇인가 이질감이 느껴져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이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시 그곳을 쳐다보면 시체는 온 데 간데없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시체가 자주 내 눈앞에 있습니다. 내 모습을 한 시체가요. 그 이후로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무시해보려 노력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사직을 하고 집에 있는 며칠동안 해가지고 해가 뜨는 것만 지켜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 날을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밥 먹으면서 울컥, 운동하다 울컥, 똥 싸다 울컥, 개그방송을 보다 울컥 시도 때도 없이 울음이 나왔습니다. 그대, 그대는 그런 적이 있는 가요. 아님 내가 지금 이상한 걸까요. 어쩌면 나를 기만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날 문득 물에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조에 잔뜩 물을 받아 욕조 속에 얼굴까지 깊이 들어가 눈을 떴습니다. 작은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가고 전구의 불빛이 눈을 따갑게 합니다. 속으로 하나둘 하나둘을 외치며 평소 공기를 들이마시듯 코로 숨을 쉬었습니다. 퀙퀙퀙 화장실 바닥을 알몸으로 뒹굴거리며 한참을 기침을 해댔습니다. 그대 내가 지금 잘못된 건가요 아님 뭐일까요. 어느 날 술을 잔뜩 먹어도 취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비싼 양주를 두 병을 사서 금방 두병을 한꺼번에 마셨습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많은 일을 겪고 눈을 떴을 때 난 병원 침대 위에 누워있고 팔뚝에는 주삿바늘이 꼽혀있었습니다.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는데 나에 눈빛의 의중이 무엇인지 알아챈 간호사처럼 보이는 누군가 말합니다. 삼일동안 누워 있었다고 내가 이상한 것일까요. 그대여 어느 날 잠을 자지 않아도 평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삼일동안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눈을 떴는데 웬일인지 개운한 느낌이 들어 거울을 보는데 머리카락이 다 잘려 있었습니다. 누군가 아무렇게나 자르듯이 말이죠 칠일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 하고 십지 않았아요 그래서 그이후로 일곱번 정도를 더 해보았지만 결국 잘되지 않았어요. 그대여 내가 잘못된 걸 까요 아님 무엇이 이상한 것일까요. 그대와 만나기를 기다립니다. 어쩌면 누군가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이행동을 멈추게 해 줄 분은 그대뿐입니다. 난 어디로 가야 그대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요. 길도 방법도 모르겠습니다. 난 나침판이 고장 난 사람 같습니다. 그대여 더 이상 울지 않을게요.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부탁이니 조그마 한 것이 라도 알려주시겠습니까. 그대를 찾을 수 있게 말입니다. “전 높은 곳에 있어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그럼 보일 거예요. 당신은 날아 저에게 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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