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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Mar 23. 2024

지우개

고등학생 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말마다 호텔에서 알바를 했었지 식음료 파트에서 일했었는데 일은 어려운 것이 없었어 테이블 세팅해 주고 음식 나르고, 술 나르고, 청소하고 뭐 그런 일을 했었지 보통은 결혼식행사 때만 일했지만 연말에는 동창회 망년회 신년회 같이 행사들이 많아서 많이 바빠 일손이 부족해 돈을 더 받고 일하기도 했지 누군가 그러더라 고등학생이 늦게 까지 일해도 되냐고 그때는 법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동의 개념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거든 그래서 아무 문제 될 게 없었어 음~ 뭐랄까 문제가 없다기보다는 문제가 되면 그때 문제가 되었지 그런 때였어 보통은 저녁 아홉 시에서 열한 시 즈음  마쳤는데 일을 더하게 되면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도 있었지 노동착취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오히려 좋았어 그리고 뻔하기 뻔한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뉴스에 나오는 그런 착취도 없었고 말이야 아르바이트생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택시비는 기본이고 오전에 받는 금액보다 조금 더쳐서 줬어 하지만 나중에서야 알았지 인심 쓴 게 아니라 원래 야간에 돈을 더 줘야 한다는 걸 말이야 하지만 이런 수당보다 가장 짭짤했던 건 팁이었어 야간에 행사에 오는 손님들은 술을 먹어 기분이 좋은 건지 거의 대부분 팁을 줬었어 적게는 일이만 원에서 가장 많이 받았을 때는 삼십만 원까지 받은 적이 있었지 하지만 팁은 나 혼자에 몫은 아니었어 모든 식음료파트에 일하는 직원이 그날 받은 팁을 모아 똑같이 나눠서 가졌거든 그래서 내가 팁을 적게 받은 날에는 더 많이 받을 때도 있었고 내가 많이 받은 날에는 적게 받을 때도 있었지 그래서 가끔은 삼십만 원식 많이 받은 날에는 안밨았다고 속이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 삼십 만원이면 삼일치 일당과 맞먹었으니 말이야 지금이야 무엇이 중요한지 알기에 콧방귀 뀌지만 그때는 쉽지 않았어 그래도 참았어 그런 나에 마음을 안 것인지 날동생처럼 생각해 주는 동료들이 얼마라도 조금 더 챙겨주었어 그럴 때면 솔직한 게 어쩌면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어 속이고 거짓말을 했다면 돈은 더 많이 가질지는 몰라도 마음이 불편했을 거야 그리고 들키면 껄끄러웠을 거야, 언제인가 웨이터 대장이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어 자신도 정확히 말은 해줄 수 없지만 가끔 어떤 일에서 유혹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어 그리고 그때마다 생각하는 게 인생을 뒤집을 만한 금액이 아니라면 솔직한 게 장땡이라고 했지 품돈으로 거짓말하는 게 가장후회 하는 행동이라고 했어 나는 물었지 그럼 만약 인생을 바꿀만한 돈을 보면 어떻게 하겠냐고 말이지 웨이터 대장은 말했어 그때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만약 할 거면 확실하게 하고 안 할 거면 확실히 안 할 거라 말했지 그때는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지금은 조금 어렴풋이 알듯도 해 어떤 일을 할 때 어중간한 게 가장 날 곤란하게 만들거든 무슨 일이든 한 개를 하더라도 확실히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해 어중간하면 언제인가 그 문제가 내 앞길을 망칠 날이 있거든 그때 웨이터대장도 이런 의미로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싶어, 혹시 내가 일하는 호텔에 대해 이야기해 줬던가? 내가 일하는 호텔은 그리 좋은 호텔은 아니야 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은 좋은 호텔은 아니라는 거지 예전에 유명했던 누군가가 하룻밤 잤던 곳이라 유명해졌는데 그 명성을 몇십 년째 우려먹고 있지 아직 그 방은 보통가격보다 곱절로 비싸게 예약을 받고 있어 그리고 그 방에 유명했던 그 사람의 사진도 걸려있고 말이야 그걸 기억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가 봐 그래서 뭐랄까 무리가 안될 정도로 가격은 적당히 비싸고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예전 명성 때문에 적당히 거들먹거리기는 좋은 정도의 호텔이었지 그래서 그런가 손님들 중에 나쁜 사람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사람도 없었어 관계와 관계, 사회와 사회에서 만들어진 예의가 없었다면 몇 번 안 좋은 꼴을 볼뻔한 적도 있었지 몇몇 행사에는 입에 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상스러운 곳도 있었고 몇몇 행사는 그럴듯하다가도 술만 입에 들어가면 앞에 했던 것들이 무색하게 할 정도로 게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곳도 있었지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람들이 왜 돈을 벌려하는지, 왜 권력을 탐하는지, 왜 남들위에 조금이라도 위에 있고 싶어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어 그때는 정확하게 이해는 못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생각 한편에 그런 장면들이 기억되는 거 보면 나름 나에게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더러 있었어 그들은 큰 부자도 아니었고, 티브이에 나올 정도로 성공한 사람들도 아니었어 장삼이사들 중 조금 빼어나거나 조금 쳐지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는데도 그런 것들이 느껴졌었지 그때에 나에게 있어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는 수단은 드라마나 영화 만화책정도였지 보통 영상에 나오는 암투 라던지 권력의 투쟁, 미묘한 안력싸움 같은 건 부자나 엄청난 권력가들이나 하는 것이고 보통 아래 있는 사람들은 소모용품처럼 나오기 마련인데 막상 나름의 사회에 나와 보면 딱히 부자들과 높으신 분들은 볼일이 없고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피 터지고 박터지기 싸운다는 거야. 그것을 느끼는 이유는 서로 알지만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반가 웁게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묘하게 서로가 서로의 어떤 위치를 가늠하려는 그런 것들이 보였어 노골적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 정도의 차이일 뿐 근데 이번에 내가 들어온 행사장은 친구들끼리 너무 친한 것인지 형식도 뭐도 없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난계와 난교 그 어디쯤을 넘나들며 놀았어 하지만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이런 행사가 더 좋았어 허례의식과 허례허식을 지키는 모임 같은 경우 이상하게 우리가 자잘한 일이지만 짜증 나게 일이 많았지. 무엇보다 사람들도 대하기가 껄끄러웠어 아이러니하게도 예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예의가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야 근데 조금은 상스럽게 보이는 모임일수록 오히려 우리의 할 일이 거의 없었어 팁도 많이 주었고 투박하지만 우리 기준에는 예의가 많이 많이 느껴졌어 전자는 공손하지만 욕 같고, 후자는 욕 같은데 공손했지 누구는 내입장에서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할 수 있지만 뭐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어 그리고 말하면서 인정도 했고 말이야. 짜증 나는 인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런 조그마한 공간에서도 인간군상이 느껴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야 사람 셋이 길을 걸으면 그중 스승 한 명은 있다고 하던가 다르게 생각하면 셋 중에 한 명은 X 같은 놈도 한 명쯤은 있다는 거겠지 나보다 호구도 있고 말이야 아마 그 셋 중 한 명이 안 보이면 어쩌면 그게 나일수도 있고 미친 사람, 잘난 사람, 잘난척하는 사람, 못난 사람, 아무 색깔이 없는 사람 이리저리 썩여 노는 와중에 잘난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여러 명이 꼬여있었어. 처음 행사가 시작될 때에는 본체만체 한 사람이었는데 자기 근황 소개 시간 때 대기업에 일하고 직책을 말하고부터는 줄곳 사람들이 꼬이고 있었어. 그리고 시작부터 지금까지 술을 엄청 먹고 세상은 요지경만 주주장창 부르는 사람도 있고, 음흉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주시하는 사람이 있고, 은근히 무리 속에 대장인척 군림하려는 사람도 보여 아직 세상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나이인데도 그 당시에도 그런 것들이 보였지 그렇게 사람들 구경을 하며 일하다 보면 늘 해오던 일이라 언제쯤 끝이 날지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어 그 많던 음식들은 거의 다 동이 나고 빈병들이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이고 몇몇은 눈이 맞아 먼저 나가고 아쉬워 못 죽겠는 사람들끼리만 테이블과 테이블을 연결해 주절이 주절이 떠들어 될 즈음 이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퇴근시간이 금방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연장되었지 손님들이 기분 안 나쁘게 정리를 잘해야 했어 가끔 정리하는 모습을 좀 안 좋게 보는 손님은 나가라고 시위하는 거냐고 머라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 사실 호텔 매뉴얼에도 손임들이 나가고 정리하는 것이 맞아서 그렇게 말하면 사과뿐이 답이 없었어 그래서 요령껏 잘해서 일단은 내가 치워도 되는 것부터 슬슬 치우고 그다음 치워야 할지 말 지를 좋게 잘 물어보고 치워야 했어 그렇게 퇴근을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있을 즈음 길거리에 보이는 노숙자들 행색을 한 어떤 분이 누더기 같은 옷을 그나마 가장 깔끔하게 정리한 채로 입은 것 같은 모습으로 천천히 내게 다가와 여기가 OO이 맞나요.라고 물어오 왔어 나는 맞다고 대답을 해주었고 그 사람은 행사장안으로 들어 같어 나는 궁금하기도 하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는 해야 했기에 따라 들어 같지 누더기 행색을 한 그를 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어 그리고 한둘은 궁금해서 한둘은 따질듯한 모습으로 다가갔지 그리고 그들은 한참을 누더기 옷의 그를 빤히 쳐다보고는 놀란 얼굴로 이름을 불렀지. 그리고 허름한 옷을 입은 그도 멋쩍은 듯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했어 뷔페에 있는 음식을 계속 바라보는 그에게 친구들은 밥은 먹었냐고 물었고 그는 아직 아니라며 음식이 있는 곳으로 같어 하지만 음식들은 거의 다 없어진 상태였지 친구들은 나를 보며 어떻게 안 되겠냐는 식의 눈빛을 보냈지만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이미 계약한 것만큼의 음식을 제공했고 주방장들도 계약 시 간이 끝난 뒤라 이미 퇴근한 후였었어 내일 아침에 쓸 음식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내가 어쩌지 못하는 거였지 차마 안된다는 말을 못 한 체 입을 못때고 있는대 허름한 옷의 그는 괜찮다며 음식 쪽으로 가 접시 위에 남은 것들 중에 이것저것을 담기 시작했어 그리고 테이블에 조용히가 음식을 먹기 시작했지 친구들은 술과 물 여러 가지 것들을 가져다주고는 그가 불편해할까 가만히 자리만 지켜줄 뿐 근황에 대해 묻지 않았어 오히려 그런 정막이 어색한지 누더기의 그가 음식 먹는 중간중간에 친구들의 안부를 멋쩍은 듯 물었어 그렇게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허겁지겁 음식을 먹은 뒤 그는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 호주머니에서 꾸깃한 지폐와 잔돈 몇 개를 꺼내어 그들에게 내밀었어 미안하다며 돈이 이것뿐이 없다면서 말이야 당연학게 친구들은 손을 절레절레 저으며 받지 않았지 그리고 그 모임에서 돈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돈봉투한개를 누더기 옷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었어 그리고 친구들이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여주었지 허름한 옷을 입은 그는 죽음을 앞둔 물고기의 눈빛에서 조금은 다른 눈빛을 하고는 밖으로 나 같어 그리고 친구들은 그를 배웅하지 않았지만 나가는 동안 그를 바라 봐줬지 왜인지 나는 서글퍼져 왔어 그들은 그는 화양연화 시절 누구는 이렇게 되고 누구는 저렇게 될지 알았을까? 만약 허름한 옷을 입은 그 사람에게 인생을 지우고 다시금 써 내려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는 지우개로 자신이 살아왔던 지난날을 모두 지울까? 어떤 영화에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지만 혹시나 현재 존재하는 이가 살아질까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선택했지 난 그럴 수 있을까 사실 후회하는 인생을 살지 말라고 말하지만 이제 것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 가장 뼈에 남는 사자성어는 <새옹지마>였어. 열심히 해 좋은 일이 생긴다 생각했을 때 가장 끔찍한 일의 시발점일 때도 있었고 죽을 만큼 개롭고 끔찍한 일이 가장 화련인생에 한걸음 내딛을 수 있는 일이 수 있었지 결국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아이러니한 게 인생인듯하다. 잘살려고 아득바득하는 사람이 오히려 그 누구보다 비참한 인생을 살 때가 있고 내일 죽으나 오늘 죽으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상하리만큼 잘 사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런 걸까!?   


그때는 이렇게 결론을 냈었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도 하게 됐어 누더기 옷의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그리고 그가 입은 옷과 행색 만으로 그에게 인생을 지우고 다시 써내려 가고 싶은 인생을 살았다고 쉽게 판단한 것은 아닐까? 인생을 싹지우 다시 써내려 가고 싶은 인생이었는지 아니면 백번을 살아도 백번을 전부 지금 같은 인생을 살지는 누더기의 그가 되어 그의 인생을 살아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때의 나는 단지 누더기 옷을 입었었고 냄새가 조금 났으며 음식을 작년에 왔던 거지처럼 먹었고 친구들에게 주는 돈이 눈물겨웠고 그리고 가는 모습이 초라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인생을 가늠하고 재단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엄청난 돈을 가졌지만 그 모습을 숨기기 위래 일부러 그런 행색을 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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