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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Mar 02. 2024

착각을 쓰다.

1

며칠 전부터 하얀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타이핑을 하고 다시 지우고 다시 타이핑하기를 반복한다. 이러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낯 뜨거워 부끄러워 미칠 것 같다. 연인과 헤어지기 위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 할지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 나 자신이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생을 잘해줄 것처럼 말하면서 사귀자고 매달리지나 말걸 빌어먹을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미래에 일을 알 수 있겠나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그냥 봄날의 벚꽃일 줄이야 나 자신이 마음이 조금만 여렸다면 그냥 다른 사람 생겼으니 나 같은 건 잊고 잘 먹고 잘살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난 그리 모질지가 못했다. 그래서 짬짬이 헤어지자는 말을 좀 더 세련되고 유하고 그리고 디테일하면서 조금은 스펙터클 하게 적어 내려 가려 노력하고 있다. 괜히 죄책감 때문에 나 자신이 너무 미웠다.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연인이 눈물을 흘리며 매달리까 너무 걱정이 된다. 하루도 나 없이는 아마 살기 힘들 것인데 말이다. 조금만 덜 잘났어도 이런 마음고생은 하지 않아도 됐었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광이 나는 듯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일 중으로는 무조건 헤어지자는 말을 해야 한다. 새로 사귄 연인이 더 이상은 봐주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2

몇 안 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에 별명은 다섯 손가락이다. 무슨 말이냐고 한 번에 연예 상대가 다섯 명이다. 스무살이 된 이후 한 번도 다섯 손가락에서 준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더해진 적도 없다. 여섯 손가락이 될 때쯤 꼭 내가 차거나 상대방이 헤어지자고 말하는 시기가 꼭 왔다. 누구는 말한다. 다섯 명을 어찌 만나냐고 맞다 사실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러나 감정이 아닌 감성으로 만나기 때문에 그렇게 못버틸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묻는다. 만나는 시간이 겹치면 어떡하냐고 이런 질문들에 짜증이 난다. 사람들은 꼭 이상한 데서 이성적이려고 노력한다. 다른 말도 안 되는 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면서 말이다. 자신들이 누리지 못하는 쾌락 앞에서는 부러워서 그런 것인지 시기질투를 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안돼’를 외친다. 그래서 굳이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싶지가 않다.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냥 안 겹치게 하면 된다. 그래도 안타까운 님들을 위해 말을 보태 약간의 예를 들자면 직군을 달리하면 된다. 직군에 따라 삶의 시간이 다르니 말이다. 사장, 학생, 샐러리맨, 무역업자, 프리랜서 무튼 잘 조절하면 된다. 그리고 다섯 명이 전부 내가 자신만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착각에 늪에 빠져 허우적 되며 나를 만나는 사람도 있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알아도 아는 데로 나를 만나는 사람도 있다. 전부 사랑만 원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 대답이 끝나면 그러면 누군가는 묻는다. 그러면 넌 뭐 하며 벌어먹고 사냐고 풋 식상하다 못해 상해 빠진 음식을 먹는 질문이다. 그래도 굳이 대답해 준다면 난 뭐랄까 이야기꾼이랄까 뭐랄까.. 인간 동화책 이라고나 할까... 아마 몸 팔고 마음 팔아서 우아하게 사는 그런 부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뭐~ 그렇다고 그리 틀린 말도 아니지만 하나 말하자면 나도 웬만한 어떤 치 보다. 돈은 많이 번다. 어떻게 버냐고 쯧쯧 영업비밀을 말해줄 수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상대의 말에 떠들 줄 모르지만 나는 그런 사람에게 나의 돈줄을 알려줄 마음이 하나도 없다. anyway 오늘스케줄 중에 다섯 손가락 중 한 명에게서 평소에 보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장소가 아닌 만남을 원한다. 분명 둘 중 하나다. 결혼고백 아니면 헤어지자는 말 둘 중 하나이다. 근데 지난 경험으로 봐서는 헤어지자는 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하자는 이야기보다는 이쪽이 마음이 가볍다.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꺼내면 너무 힘들어진다. 오죽하면 결혼이야기에 대비해 짜놓은 상황별 성향별 거절&헤어지기 매뉴얼을 만들 정도다. 인간이라는 족속을 어설프게 대하고 잘 헤어지지 않으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anyway 헤어지자는 사람이 편하다. 대충 상황에 따라 쿨한 척하거나 아니면 피해자 코스프레 정도만 해주면 되니 말이다. 거울을 보면서 오늘은 어떤 콘셉트의 연인이 될지 진정으로 고민이 된다. 다음 다섯번째는 누가되려나...

3

위스키 독서 동호회 에서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온몸을 옷으로 꽁꽁 싸매 자신을 숨기지만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에 말을 붙이기도 힘든 존재였다. 하지만 이 사람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머리 한올 움직이는 손짓 한 번이 안 성스러운 게 없었다. 한 번은 그 사람과 함께 사는 모습을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꿈을 꾼 그날 눈을 떳을때 침대 위에서 몇 시간을 하염없이 울었다. 어떤 갈증으로 나도 모르게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의 뒤를 따라다녔다. 한 사람을 만나는 모습을 보았다. 아니 두 사람 아니 다섯 사람 모두 연인인 듯했다. 그리고 연인 인 듯 보이는 사람들을 뒷조사를 하였다. 근데 모두 형편없는 사람들 이였다. 그 사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죽여버릴까도 생각하였지만 어쩌면 나도 그 사람의 한 명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의 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한 그날 부터 눈앞에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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