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 년 XX월 XX일
어느 날 문뜩 신이 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신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지만 딱 한번 링크를 열고 읽기 귀찮아
그만두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일단 명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무술 영화나 만화책 아무튼 이런저런 곳에서 명상을 많이 하니깐
명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어쩌면 신을 만나 신이 되게 해 주십사
하고 부탁할 수 도 있으니깐요.
그런데 막상 명상을 하려니 피곤함이 몰려와 따듯한 커피를 한잔 먹기로 했습니다
한잔 먹고 나니 몸이 따듯해져 나른 함이 몰려왔습니다 명상이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부좌 자세를 하고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을 했습니다
오만 가지 생각이 나더군요 이게 명상인 건가요 머리가 시끄러워 눈이
계속 떠집니다 몇 번을 그렇게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다 지쳐 가부좌를 풀고
온몸을 펴 방바닥에 발라당 누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떴습니다
어 근데 눈을 뜨니 주위가 온통 초원이었습니다
주위는 초록색 풀들이 바람에 하늘하늘거리고 있고 앞에는 커다란 바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넓을 초원 어디쯤에 둥그렇게 풀들이 없고 둥그런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의자는 두 개가 있었고 한의자에는 하늘하늘 거리는 하얀색 옷을 입은 어느 사람이
앉아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에게 가까이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천천히 걸어가
앉아 있는 그 사람의 등 뒤에 가 말했습니다
“저, 저, 저기요”
그 사람은 앞에 있던 커피잔을 들고 후루룩 한 모금 마셨습니다
못 들은 건가 못 들은 척한 건 긴가 민가 해 다시 불러봅니다
“저, 저, 저기요”
그 사람이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습니다
“앞에 와서 이야기하면 되지 왜 등 뒤에서 지랄이야 목 아프게 고개를 돌리라고”
나는 살짝 당황하여서 그 사람의 앞으로 뻘쭘한 발걸음으로 같습니다
그리고 살며시 그 사람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저와 그 사람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저희 두 명은 괴성을 지르며 동시에 외쳤습니다
“FUCK x발”
10년 전에 헤어진 여자 친구였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왜 10년 전 여친이 내명상 안에 나타난 걸까요?
나: 야, 너 여기 왜 있어?
10년 전 여친: 그건 내가 할 말이지 네가 여기 왜 있어?
나: 어, 어 글쎄 눈떠보니 여기 있었어
10년전 여친: 그래 왜 그렇지 여기 함부로 오고 그러는데 가 안닌데
나: 여기가 어딘데?
10년전 여친: 아 무것도 아닌 곳
나: 그게 뭐야 ‘아무것도 아닌 곳’
10년전 여친: 그런 게 있어 너 같은 돌대가리가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설명해줘도 모르는 곳이야.
나: 그 그래 그래도 설명해주면 안 돼 궁금해서 그래
10년전 여친: 됐고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야? 아니다 질문을 바꿀게
뭐 어떤 걸 했어? 여기 오기 전에 했던 거 말해봐 이해는 내가
할 테니깐.
나는 10년전 여친에게 신이 되기로 결심을 했고 그 방법을 찾던 중 명상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고 그렇게 명상을 하다 여기까지 온 거라 말했다.
10년전 여친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날 지긋이 봐라 봤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
커피를 한목 음 후루룩 마시고 입을 땠다
10년전 여친: 야동 봤니?
나:........
10년전 여친:........
나: 아닐껄.
10년전 여친: 현자 타임 같은 소리를 지껄이 길레 물어봤어 5년 전쯤에
아마 내 생각 한번 했잖아 그치
나: 아닐껄.
나는 그녀의 눈을 피했습니다 그녀는 가소롭다는 입꼬리가 올라간체 웃습니다
10년전 여친: 그래 뭐 어쨌든 왜 신이 되고 싶은 거야 신이 되고 싶은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나: 음 로또 당첨되려고
10년전 여친: 뭐 뭐가 되려고!?
나: 로또 당첨되려고
10년전 여친: 야 미친놈아 그러면 로또 당첨되게 해달라고 빌면 되지 왜 신이 되려고 해
나: 맨날 비는데 안되니깐 내가 신이 돼서 로또 당첨되게끔 하려는 거야 신이
바쁜 것 같으니깐 내가 알아서 직접 나에게 로또를 당첨되게 하려는 거야.
10년전 여친: 잠깐만!! 근데 왜 로또야?
나:응? 왜 로또라 냐니?
10년전 여친: 로또 당첨되면 돈이 생긴다는 건데 돈이 필요한 거면 돈을 달라 하면 되지
왜 로또를 당첨되게 해 달라는 거야?
나: 돈보다는 돈이 안중 요하다는 건 아닌데 그러니깐 돈보다는
로또 당첨되면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어서 돈도 생기 면좋고.
10년전 여친: 뭐...... 어떤 기분이 알고 싶어 그게 왜 알고 싶어?
나: 그냥 요즘 자존감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무기력해진 것 같기도 하고
왜~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나고 해서 그래서.
10년전 여친: 그래서 로또가 당첨되고 싶다고?
나: 어~ 도파민이 분비가 안 되는 것 같아서
술을 먹자니 다음날 속이 너무 쓰리고
마약을 하자니 어디 파는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비쌀 것 같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자니 너무 싫어 담배 간접흡연으로도 충분해.
10년전 여친: 운동이라는 건전하고 건강한 방법이 있는데.
나: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말했잖아 무기력한 상태라고.
10년전 여친: 정 그렇면 연애라는 방법도 있는데.
나: 귀찮아.
10년전 여친: 귀찮아서 안 하는 거 맞아?
나: 그럴껄.
10년전 여친: 내가 너랑 왜 사귀었쓸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런 병신 같은 모습도 귀엽다고 생각한 적이 있긴 있었는데 말야
나: 너의 선택은 항상 옳았어.
10년전 여친: 됐고 네가 착각하는 게 있는데 로또 당첨은 신이 결정하는 게 아니야
엄밀이 말하자면 신은 자신의 능력, 파워, 힘만 쓸 뿐야 회사로 치면
회장 같은 존재지 네가 로또가 당첨되고 싶다면 ‘행운’ 사업 계열에
로또 파트 부사장 정도 되면 네가 이리저리 사문서 조작해서 암암리에
당첨되게 할 수 있겠네
나: 뭐야 갑자기 왜 이리 복잡해진 거야 나는 그냥 로또만 당첨되면 되는데.
10년전 여친: 그 로또 당첨되게 해주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당첨되게 해 주는 거야
신이 이래라저래라 당첨되는 게 아니라 매뉴얼에 따라 심사 통과를 하고
통과된 리스트를 신에게 주면 확인 후 신의 힘으로 당첨되게 하는 거지.
나:신이 돼서 그 리스트에 내 이름 적으면 안 될까?
10년전 여친: 쯧쯧 규칙이 있어 신이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큰 오산이야
나: 뭐야 머가 이리 이상하고 복잡해 이럴 거면 명상을 안 했지.
10년전 여친: 왜, 신이 전지전능하지 않아서 신이 되기 싫은 거야
솔직히 말해봐 너 로또 되려고 신이 되려는 거 아니지!!
나: 아니야 맞아 로또 되려고 그러려고 신이 되려는 거고.
신이 될 수 없을까?
10년전 여친: 음...... 음...... 잠시만
어디서 갑자기 생겼는지 태블릿 PC를 꺼내 뭔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강한 악센트로 말했습니다.
10년전 여친: 야 너 똑바로 이야기해야 해 너 신이 되고 싶은 거야?
신이 돼서 로또가 되고 싶은 거야?
나: 방금 전에 뭘 들은 거야 신이 돼서 로또가 되고 싶은 거라고.
10년전 여친: 그러면 안 되겠어.
나: 뭐가?
10년전 여친: ‘신’ 말이야 신이 될 수 없다고
나: 왜?
10년전 여친: T/O 가 없으니깐.
난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멀뚱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무슨 소리일까요 T/O라 하면 TableofOrganization 줄임말로 뭐 일자리나
뭐 회사에서 부서 이동할 때나 쓰는 말인데 ‘신’이라는 존재에 일자리라니
뭔 소리인지.
10년전 여친: 야 왜 넉이 나가 있어? 내 말 들었어?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하는 걸까요 일단은 생각나는 단어대로 지껄여 보기로 합니다.
나: 언제 T/O 나?
10년전 여친: 음 글쎄 잠시만
그녀는 다시금 태블릿 PC를 들여다봅니다 그러면서 조용히 말을 합니다
10년전 여친: 음 그렇니깐 지구 검색, 아시아 검색, 한국 T/O가
이게 말이야 신이라는 존재의 힘이 어떤 국운에 달리는 경우도
있거든 근데 변수가 많은 일이라 정확한 T/O는 알 수 없어
임기 기준이 라면 아직 한참 남았어 국운 문제라면 아직까지는
끄덕 없어 그리고 나라가 망해 신이 된다 해도 로또가 사라질 테니
신이 된들 소용이 없잖아.
막연하게 생각했던 신이라는 존재의 이미지와 너무 틀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나는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하는 걸까요, 이 여자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이쯤되니 신이라는 ‘전지전능’함으로 다음 주나 다다음주 로또 당첨
번호를 알아내 당첨되려는 나의 생각은 접고, 기존에 신이라도 만나 6개 번호를
물어보는 게 나을까 나는 어떻게 할지 몰라 한숨만 절로 나왔습니다.
10년전 여친: 왜 너무 오래 기다리는 거 싫어 그러면 다른 곳 신 추천해줄까.
나: 다른 나라 신으로 말이야?
10년전 여친: 아니, 지구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어 지구는 없는데....
다른 행성은 있어 다른 행성에는 자리가 있어
그래도 지구랑 가장 비슷한 곳으로 알아봤어.
나: 응?? 무슨? 뭐, 행성?
10년전 여친: 왜 넌 로또가 되면 되는 거 아냐 다른 행성에도 로또는 있어
조금 지내는 게 지구랑 틀려서 그래 해외여행하는 거라 생각하면
조금도 이상할 게 없어 그냥 해외여행하는 거라치면되
아니 해외여행 간 거다.
스케일이 너무 커져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물었다가는 도저히 저에 상식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나올까 겁이 납니다.
어디 가서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안 듣는 편은 아닌데, 이 여자와 이야기하면
머랄까 조선사람이 현재 세상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0년전 여친: 너 방금 스케일이 커지니, 상상력이 딸리니 그런 생각했지
나:....... 아닐껄
10년전 여친: 뭐가 아냐 넌 그냥 갑자기 귀찮아진 거야.
왠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강하게 말했어요.
나: 아닐껄!!
10년전 여친: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귀여워 너랑 사귀었는데
마지막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별로네
나: 아닐껄!!
10년전 여친: 지랄 뭐 어쨌든 어떡할 거야 신이 되기로 한 거야?
아님 로또번호만 얻어갈 거야?
나: 신이 되면 다른 행성으로 가야 하잖아 그러면 내가 있는 곳에서 느끼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로또번호만 얻어 가면 먼가 그냥 처음에 생각했던 일이 아니기 되는 것 같아
먼가 그래.
10년전 여친: 너 은근히 욕심이 많아 로또번호만 알려줘도 얼씨구나 해야 하는데
왜 곡소리를 내는 거지? 너 설마 원래는 로또 번호를 원하는데
로또번호 주십사 하면 안 줄 것 같으니깐 신이 어쩌고 저쩌고 말하는 거
아냐?
나: 그럴 맘이었다면 ‘아무 곳도 아닌 곳’ 여기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10년전 여친: 그렇네 근데 나도 여기 어떻게 들어오는지 기준을 모르겠네
예전에 정확히는 네가 들어오기 전에는 알았는데 말야 근데
네가 들어오고부터 말야 정확한 기준을 모르겠네.
나: 예전에는 어떤 기준이었는데?
10년전 여친: 너는 아니었어 적어도 너 같은 애는 아니었어.
나: 나, 나 같은 나 같은 애는 어떤 애인데?
10년전 여친: 호흡 몇 번 했다고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애
나: 왜 그러면 안돼 세상에는 그런 경우가 많아 예를 들면 태어나보니
호랑이 자식이라던가 태어나보니 토끼의 자식이라던가 그런 거 말이야
그렇게 태어난 것들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고 태어난 거야?
10년전 여친: 이렇게 말대꾸하는 애!!
나: 근데 말야 나 진작에 생각하고 질문했어야 하는데 말야.
10년전 여친: 뭐?
나: 넌, 뭐야 뭔데 신이 될 수 없다, 될 수 있다 말할 수 있어
그리고 아무 곳도 아닌 이곳에서 너가 왜 차를 마시고 있는 거야?
내생 각인 거야?, 내상상인 거니 아님 내가 너의 공간에 들어온 거야?,
아님 누군가 만들어진 공간에 너와 내가 들어온 거니 아님 너에
상상 속에 내가 들어온 거니 여기는 무엇이고 넌 무엇이야?
10년전 여친: 처음 만나 오고 가야 할 질문을 지금에서야 하네
근데 난 가르쳐 주지 않을 꺼야.
나: 왜?
10년전 여친: 왜냐면 여기는 ‘아무것도 아닌 곳’ 이기 때문에!!
나: 아까부터 질문하면 이곳 이야기로 말을 피하는 거야?
10년전 여친: 왜냐면 여~
나는 말을 가로챘다.
나: 여~ 기는 ‘아무것도 아닌 곳’ 이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웃으며 차 잔을 들어마신다는 모습이 아니라 입술을 축이는 느낌으로
살며시 입에 같다 됐다 다시 찻잔을 내려놓는다.
점점 내가 여기에 왜 온 것인지 왜 오려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이 느낌 감정 기분이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하고 있었다.
나에 기억이 사라지고 뒤죽박죽이 되어 가고 있다고
난 신이 되어야 한다 신이 돼서 난 왜 신이 대려 하는 거지
난 로또가 당첨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난 어떡해야 하지
난. 난. 난.
머리가 시끄러워 눈이
계속 떠집니다. 몇 번을 그렇게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다 지쳐 가부좌를 풀고
온몸을 펴 방바닥에 발라당 누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떴습니다.
어 근데 눈을 뜨니 주위가 온통 바다였습니다.
바다 위에 저는 서있었습니다. 어찌 된 일이 까요 저멀이 조그마한 섬이 보입니다.
모래로 된듯한 섬에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그아래 네모난 테이블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의자가 있고 한의자에는 하늘하늘 거리는 검은색 옷을 입은 어느 사람이
앉아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에게 걸어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