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팔 Nov 16. 2024

목줄

 시대를 알아보지 못한 공장의 무리한 증축으로 부도까지는 아니어도 공장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회사직원들이 알아가고 있었다. 복지는 축소되고 보너스 받아본 사람이 없어졌으며 상여금 또한 줄었고 회식이라는 말 또한 꺼내지 못하게 되었다. 때마다 올려주던 임금 또한 전 직원을 최저임금으로 바꾸어 버렸다. 정작 30년 동안 회사를 다닌 직원의 월급은 줄이면서 일 년도 안 있을 회사를 회생시키겠다는 전문가를 대려 오면서 보통의 직원들의 10년 치 연봉을 주었다. 전문가라고 온 녀석은 공장 안을 둘러보고는 하는 말이 “청소를 하세요. 청소가 우스워 보이는 듯해도 청소를 한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청소, 청소, 청소 뉴욕 지하철 깨진 유리창이론 뭐시기 같은 걸 이야기하며 청소를 울부짖었다. 꼭 그럴 때마다 0.5대 9.5 가르마와 콧등에 일자수염을 한 작작 와 같은 모습을 한 것 같았다. 그래도 공장사장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근속이 오래되고 공장이 창립 때부터 해오던 평직원 몇몇이 직원의 의지를 말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보내온 회사를 생각한 마음으로 마지막 충언을 전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모욕과 천대뿐이었다. 그 순간 회사에 정을 때 버렸다. 이미 인생에 대부분을 무언가를 이루었기에 더 이상 회사에 미련이 없었다. 사주는 회사가 자신 것이라 생각하기에 오히려 망각에 빠져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알았다. 자연재해를 미리 감지하는 동물들처럼 회사에 오래 몸담았던 만큼 회사가 이번만큼은 먼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퇴직금을 받지 못할까 누가 말리세도 없이 퇴사를 해버렸다. 그 모습을 본 그나마 회사에 몸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직원들 중 일도 좀 하고 애사심이라는 것이 있는 직원들이 자신들이 없으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표현으로 최대한 둘러둘러 이야기하였다. 그들의 기대와는 많이 다르게 회사에서 돌아오는 말은 “개나 소나”였다. 그들 또한 결국 등을 돌려 버렸다. 그리고 회사를 나간 사람만큼 새로운 사람으로 채웠다. 모든 것이 속성으로 이루어졌다. 공장에는 누가 보더라도 어려운 일은 없었다. 사주 또한 그리 생각했을 거다. 쉽게 ‘개나 소나’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말이다. 분명 누가 봐도 어려운 일이 없었는데 얼마 있지 않아 모든 라인에서 불량들이 속출하게 되었다. 평소 매끄럽게 돌아가던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던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곳에서부터 삐그덕되었다. 평생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하다던 사주에 사주가 회사에 나타났다. 등장부터가 영화에 나오는 부잣집 도련님 같았다. 공장정문에 누가 봐도 비싸 보이는 차를 대자로 세우고는 차에서 내려 우뚝 서서는 공장을 주변을 바라본다. 그 모습을 보는데 어디 카메라 같은 것이 없나 둘러보았다. 혼자 영화 촬영하는 것 같았다. 나름 자신이 생각하는 공장에 와야 할 때의 복장을 입었는데 비싸 보이는 명품이었다. 새까만 선글라스와 위압감이 느껴지는 워커 손에는 별을 단 군인이 들법한 지휘봉 한쪽 손목에는 개목줄이 걸려있었다. 목줄을 따라 시선을 바라보니 건장한 성인의 반만 한 개가 주인의 발걸음에 맞추어 차에서 걸어 나왔다. 근데 덩치에 비에 표정과 걷는 모습은 무언가에 주눅이 들고 허기져 보였다.

사주는 선글라스를 멋들어지게 벋으며 자신을 마중 나온 사람들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마네킹처럼 세워두고는 공장주위이 풍경을 바라보고는 혼잔말로 “노친네만 아니면 싹밀고 멋진 카페를 짓는 건데 그렇지 나폴레옹” 사주는 개에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쓰담아 주는데 어찌나 힘을 주어 쓰담는지 눈알이 튀어나올 것처럼 머리에 있던 살들이 밀려났다 돌아왔다. 산책하듯 개를 끌고 다니며 공장 주변을 노니렇다. 개는 기운이 다해 쇠약해진 수사자처럼 뒤를 따랐다.

사주는 식당 앞에 개를 묶어 놓고는 공장사장에게 하는 첫마디가 공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여기 맛집이 어디야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해장이 되는 곳으로 알려줘” 

자신들이 알고 있는 평범이라는 기준에 상식선에서 예의가 없어야 ‘화’가 날 텐데 사장에게 하는 말은 화조차 나지 않게 했다. 사장은 순간 벙찐 얼굴을 했지만 밑바닥에서 쿠터 사장이 된 사람은 먼가 달라도 다른지 이네 표정을 고쳐 먹고 평소 접대를 받거나 접대를 할 때 자주 같었던 식당이름과 메뉴 등등등을 설명해 주었다.

사주는 죄다 아저씨 같은 메뉴라며 궁시렁되면 그중 그나마 마음에 드는 장소를 말하며 잡소리는 나중에 듣고 밥부터 먹자며 사장에게 안내하라고 말한다. 사장은 직원 중 한 명에게 자신의 차를 끌고 오라며 말했다. 직원은 헐레버떡 사무실에서 차키를 들고 와 사주와 사장이 있는 곳에 차를 새웠다. 사장은 차를 타라며 뒷좌석에 문을 열어 주었다. 사주가 차에 타자 마자 차는 미끄럼 타듯 공장을 빠져나 같다.

점심시간을 한 시간 일찍 하게 되었다. 이유인즉슨 사주가 돌아왔을 때 밥 먹은 모습이 아니라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점심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라는 사장의 지시가 왔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과하게 화를 냈고 누군가는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좋아했다.

‘난’ 이런들 저런들 상관이 없었다. 밥을 먹기 위해 식당에 줄을 서고 있는데 사주가 데려온 개가 앞발로 비게 삼아 몸을 누이고 있었다. 털에 가려져있지만 털이 걷어내면 앙상한 뼈만 남은 한 마리의 수케 같은 모습 같아 보였다.

반찬으로 나온 동그랑땡을 티슈에 쌓다. 회사동료들이 뭐 하는 짓이냐고 물었다. 앞에 있는 개에게 먹이려고 한다고 하자 그러지 말라고 괜한 짓한다고 뭐라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래’라는 말과 함께 손을 놓았겠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았다. 어떡해서 득 개에게 무엇이든 먹이고 싶었다. 끝까지 자신의 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는 나에 모습에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휴지에 싼 동그랑땡을 호주머니에 넣고 개에게 걸어가는 내 모습을 직장동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담배를 피우러 같다.

개에게 가까이 가니 엎드려 있던 개는 기운 없이 눈을 살짝 뜨고 가까이 오는 ‘날’ 쳐다보았다. 휴지에 싼 동그랑땡을 호주머니에 꺼내 겹겹이 싼 휴지를 펼치자 개는 어떤 냄새를 맡았는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개 입에서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에서부터 흐른 침이 마른 바닥에 흘러내렸다. 침이 떨어진 자리에 동그랑땡을 하나 던져주었다. 떨어진 똥그랑땡을 냄새를 한번 맞고는 순식 간에 혀를 갈고리 삼아 입안으로 끌어당겨 먹고는 더 없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또 한 개를 던져주었다. 이번에는 냄새도 안 맡고 입안으 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또다시 쳐다보았다. 마저 동그랑땡 던져주려는데 개가 이상해졌다. 고개와 꼬랑지를 푹 쑥이 고는 뒷걸음쳤다. 왜 그러지 하고 있었는데...

“너 뭐냐?”

또각이는 워커소리를 내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주였다.

“.....”

“개가 너무 멋졌어 직원이 먹이를 줬나 봅니다”

아무 말 없이 멀뚱히 서있는 날 본 사장이 어떡해서든 상황을 끝내려 말을 했다. 그런 사장에 말에 사주가 나른한 목소리지만 그 속에 짜증이 배긴 목소리로 말했다.

“나폴레옹은 엄선된 고급 먹이만 먹어, 쓰레기가 아니라 병이라도 걸리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사주말에 단어 선택들이 너무 구태의현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웃어”

사주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떻게 하며 이 녀석의 하루를 최악으로 만들까 하고 생각했다.

“너 짤리고 싶냐”

사주의 말을 듣자마자 사직서라 대문자 만하게 적힌 봉투를 품 안에서 꺼내 바닥에 던졌다. 사주는 머지하고 바닥을 보니 사직서봉투라는 것을 알고 어이없어했다. 옆에 있던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사주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직원이라서 어느 정도까지 선에서만 이야기하려 했는데 이제 직원 하기 싫다니 나폴레옹에게 쓰레기 먹인 것으로 손해 배상 물리 꺼야”

대꾸할 말은 많았지만 이런 녀석에게는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았다. 품 안에서 칼 한 자루를 꺼냈다. 칼의 모양이 일반적이 모양이 아니었다. 사주는 처음에 이상한 막대기를 꺼내고 뭐 하나 하며 비웃다. 막대기라 생각했던 것에서 서슬 퍼런 것에서 번쩍이는 것을 느끼고는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사장 또한 뒷걸음쳤다.

그런 모습을 보는데 생각했던 감정이 올라오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감정이 없어져버리는 듯 무덤덤 해져 버렸다. 갑자기 모든 게 귀찮아지면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졌다. 그래도 귀찮더라도 할 거는 해야 했다. 칼을 든 채 천천히 사주에게 같다. 사주는 뒷걸음치다 넘어졌다. 그 모습이 퍽이나 어울렸다. 칼을 들어 사주옆에 있던 개에게 채워진 목줄을 잘라 주었다. 개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개에게 카오스 슈퍼마켓이 있는 골목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러자 개가 알아들었다는 듯 사주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사주는 그런 나폴레옹이 어이가 없었지만 겁이 나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칼을 품에 넣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개가 달려가는 방향으로 천천히 거어 같다. 등뒤에서 사주의 절규와 비명소리가 들렸다. 얼핏 복수니 가만두지 않을 거라 말했다. 벌써 세상에 손을 놓아버린 나에게는 전혀 무감각한 단어들에 선택이었다.

토요일 연재
이전 06화 다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