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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Nov 23. 2024

동네

낙후된 동네가 있었다. 특이한 동네였다. 주변동네들은 재개발이다 뭐다 하면서 건물들이 높아지고 무언 가들이 새롭게 생겨나는데 이 동네는 한때는 이 도시에 시내라 불릴 정도로 먼저 발전된 동네였지만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바라보는 것처럼 늙어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물었다. 

“왜 이 동네는 왜 발전이 안 되는 겁니까. 아니 왜 발전을 안 시키는 겁니까?” 

그러자 누군가가 질문에 답했다. 

“낸들 어떻게 알겠습니까.... 못 입고 못 먹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까요? 여기가 마지막 그런 겁니다. 발전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시키는 겁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말라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지요.” 

누군가는 자신이 뱉은 말을 다시 생각하는지 방금 했던 말을 혼자 중얼중얼거리듯 조용히 말하고는 누군 마지막에 혀를 딱 차며 말을 더 보탰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생각이지 요즘에는 여기 없으면 이곳 공장 못 돌아갑니다.”

누군가에게 왜라고 물었다. 

“동네 길거리 걸어보셨어요. 조금은 다른 동네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걸어보면 알겠지만 이 동네에 반은 외국입니다. 어쩌면 더 될지도 모르지요. 우리나라 보다 쪼매 못 사는 나라애들이 와서 돈 벌어 갈라고 왔는데 돈이 어디 있겠어요. 좀 산다고 말하는 동네에는 집을 못 구하지요. 그나마 여기가 방값이 싸고 일하는 곳과 가깝기 도하고 자기들 나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고 하니 동네에 사람들이 돌고 돈이 돕니다. 웃기지요 동네가 낙후가 되니 돈이 된다니 그러니 개발을 안 시키는 겁니다. 일할사람들도 모여들고 돈도 모여드니 오히려 개발을 안 시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점점 뭐랄까 구룡성채 알아요. 그것처럼 되어가는 것이지요.”

구룡성채에 대해 얼핏 본 적이 있어 알고 있었다. 구룡성채라는 말에 어쩐지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에게 물었다. 

“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데가 어디예요,”

누군가가 헛헛헛 웃으며 말했다.

“딱히 뭐가 유명해 서라 보기보다는 이정표 같은 곳이 있어요. 카오스 슈퍼라고”

카오스 슈퍼, 이름이 특이했다. 슈퍼라는 말자체도 요즘 같은 세월에 어색한 단어인데 ‘카오스’라니 웃기다.

“왜 그곳 이름이 카오스고 이정표가 됐습니까.

누군가는 잠시 생각했다.

“잘 모르겠네요. 어릴 적부터 그냥 그렇게 불리고 생각해 오던 거라 이 동네에는 골목이 많아요. 그런데 그 많은 골목이 한 곳에 모이는 곳이 카오스 슈퍼라서 이정표가 된 듯합니다. 제가 여기 이십몇 년을 살았는데 아직까지 동네 지리가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네요. 그런데 길을 안 잃고 집 잘 차져 간 거 보면은 카오스 슈퍼가 이정표 역할을 잘하는 듯합니다.”

이정표 역할을 하는 특이한 이름에 슈퍼마켓이라 웃겼다. 쉬는 날이며 이 동네를 탐험하듯 이곳저곳을 걸어 다녔다. 누군가에 말처럼 제법 오랜 시간을 걸어 다녔는데도 지리가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길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면 카오스 슈퍼마켓은 기가 막히게 눈에 보였다. 꼭 귀신에 홀린 동네 같았다. 방진으로 되어 있는 동네 같았다.

누군가에 말 그대로 동네에는 외국인이 많이 살았다. 골목을 걷다 지나쳐간 사람들 중 오히려 한국 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외국인들은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에 비해 한국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보였다. 골목골목이 한 도시 한 도시인 것 같았다. 골목마다 특색이 있었다. 할렘 같은 골목도 있고 신사 같은 골목도 있고 중동 같은 골목도 있고 동남아 같은 골목도 있었다. 인상적인 건 특색은 다 달랐지만 골목 안에는 불법과 합법을 외줄 타기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은 것들이 하나씩은 보였다.

인간에게서는 필요하지만 도의적으로는 규제해야 하는 뭐 그런 것... 들 세상에 대부분이 그런 것들이 아니겠냐만은 어떤 부류에 전유물이 같은 것이 라고만 생각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걸 이 동네에서 알았다. 질의 가치가 다를 뿐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어떤 단어로 규정지어야 할지 모를 동네였다. 밝으면서도 어둡고 깨끗하면서도 더럽고 활력이 넘쳐 보이면서도 어쩐지 죽어있는 썩여있지 않는, 썩히지 않는 끝과 끝의 다른 두 성격이 공존하는 그런 동네였다. 어떻게 하면 이런 동네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신기하면서도 80억이 살고 지금이 시간에도 늘어나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이런 동네 하나쯤은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모르고 있을 뿐 마법을 사용하는 마을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니깐 말이다.

골목을 돌아 돌아 이런저런 생각하며 다리 아파오는 줄 모르고 걸었다. 타는 목도 달래고 아픈 다리도 쉴 겸 카오스 슈퍼에서 오렌지 주스를 하나 사 슈퍼 앞에 있는 마루에 앉아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방금 전까지 지나오고 다녔던 골목골목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떤 여자아이가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뜬금없이 말을 걸어왔다.

“알아요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놀라기도 뜬금없기도 했다.

“내가 무슨 생각하는데”

“뭉쳐지지 않는 것이 같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이상하게 같이 있는 것 같은... 그런 생각”

단어와 말은 달랐지만 의미와 뜻은 같은 걸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맞다. 어떡해 알았어 내가 그런 생각한다는 걸”

여자아이는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나를 힐끗힐끗 보며 말했다.

“아저씨가 딱 그런 느낌이여서요. 여기 대부분 사람들이 이동네하고 비슷한 무언가가 닮았어요. 이 동네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한테 무슨 생각하냐고 물어보며 말은 조금 달라도 아저씨나 저 같은 대답을 합니다. 무슨 생각하는지 물어본 거는 아저씨가 이 동네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빛으로 바라봐서요.”

마음에 들어 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라 거울이 있으면 당장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했다. 내 얼굴이

“넌 여기 얼마나 살았니?”

“여기서 자취한 지 4개월 정도 다돼 가요.”

“여자아이가 겁도 없이 아저씨한테 자취한다 말해도 되니?”

“아저씨는 제가 겉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라는 모습 빼고는 누구인지 모르잖아요. 잠시본 아저씨의 모습이지만 그렇게 사리분별 못하고 조심성 없어 보이지 않거든요. 돌다리가 깨질 때까지 두들겨 보고 건널 것 같아 보이는데 아닌가요.”

맹랑한 말에 뼈가 아닌 칼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학생처럼 보이기도 어른처럼 보이기도 하다. 생김새는 학생이지만 말하는 말투에서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성숙한 말을 써서가 아니라 반쯤 작두 위에 오른 말씨라 나이를 알 수 없었다.

“고등학생이에요”

“응~?”

고개를 갸우뚱하며 여자를 쳐다봤다.

“그렇게 쳐다볼 필요 없어요. 아저씨표정에서 그걸 궁금해하는 것 같았거든요. 근데 아저씨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소설가”

소설가라는 말에 뭔 말이라도 해줄 줄 알았는데 아이스크림을 핥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물어본다고 해도 걱정, 안 물어봐도 걱정이기는 했다. 물어본다고 해도 그동안 수십 수백 명에게 했던 말을 앵무새처럼 떠들 거다.

“어떤 소설을 쓰는데요.?”

“음~ 그냥 소설”

“이 동네를 둘러보는 건 소재거리를 찾으 려고 그러는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래서 찾았나요?”

“아니 아직 찾지는 못했어 근데 골목골목을 걷다 보니 생길 것 같아”

“.... 흠 이 동네가 이상해 보여서 소설소재가 마구 나올 것처럼 보여도 평균대 위에 있는 거와 마찬가지여서 오히려 중심을 잘 잡으려고 하는데 소재 거리가 나올까요.?”

“무엇이든 한 끗이 묘미지 한 끗과 한 끗이 만나 쾅할 때 대게 흥미로운 일이 생기거든”

“한 끗 한 끗은 언제 만나나요?”

“몰라 계속 걸어봐야겠지 그래도 안 나올 수도 있고”

슈퍼할매가 이쪽을 쳐다본다. 쳐다보는 눈빛으로 보아 더 안 사 먹으면 마루에 그만 앉아있고 가라는 의미였다.

“그만 일어나라네요. 다음에 보면 소설이 시작되어 있기를 바래요.”

얼떨결에 인사를 하고 누가 일어나라고 말했는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슈퍼 할매와 눈빛이 마주쳤다. 그리고 0.00001초 만에 누가 일어나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색하게 웃으며 밖에 나와있는 아이스크림 냉장고에서 여자아이가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서 계산을 한다. 껍질을 까고 아이스크림을 핥으면서 바로 앞에 보이는 골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 같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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