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을 위하여,

by J팔

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로또 당첨 번호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디즈니랜드가 방송했는지 안 했는지 텔레비전 리모컨을 돌리는 게 먼저였는데, 다 큰 어른이 되어서는 숫자 여섯 개에 울고 웃습니다.

회사에 늘 말하곤 합니다. 월요일에 보지 말자고요. 그러면 직장 동료들이 말합니다. 그 소리 지겹지 않냐고.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주문 같은 겁니다. 꼭 당첨이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요.

누구나 한 번쯤 질문을 받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로또 당첨이 되면 뭐 할 건데, 뭐 하고 싶은데?’라는 질문. 그때 전 말합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야. 그 감정을 느끼고 싶어. 당첨이라는 감정 말이야.’ 사람들은 웃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전 허허허 하고 흘려보냅니다.

여섯 자리 숫자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조깅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습니다. 달리기도 할 겸 로또도 살 겸, 겸사겸사 준비합니다. 굳이굳이 달리는 이유는 조금만 달리면 로또 명당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쪽으로 가는 길까지 달리기에는 좋은 코스입니다. 옆에는 바다, 또 옆에는 산. 그리고 일출 성공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달리기 코스입니다. 어쩐지 기분만으로는 벌써 로또 1등입니다.

어찌저찌 달리기를 하고 로또를 사서 걸어가면 일출을 볼 수 있습니다. 수평선 너머 빼꼼히 피어오르는 불처럼요. 마음이 몽실몽실해집니다. 하지만 이것도 날씨가 좋을 때 이야기입니다. 항상 맑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떨 땐 얄궂은 날씨도 있잖아요. 장마철에는 차라리 괜찮습니다. 그래도 더우니까요. 하지만 겨울날, 뼛속까지 추워 아린 날 있잖아요. 그때는 가끔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옵니다.

달리기 코스가 마음에 들지만 찰나에 조금 얄궂은 구간이 있습니다. 자갈도 많아 발바닥이 아픈 그런 코스입니다. 이쪽은 달리기도, 걷기도 조금 애매합니다. 좋은 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안 좋은 길도 아닌 그 길을 걷다 보면 감정이 올라와 눈물이 나려 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쪼그려 앉아 운 적도 있어요. 눈물이 나지 않았지만 울었습니다. 그때,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왜 내가 아닌가를 원망하는 걸까? 아니면 왜 나여야만 했나를 원망하는 걸까?’

난 어떤 감정으로 먹먹해하는 걸까, 하고 바람에 넘실거리는 바다를 보며 한참을 고민했더랬죠. 결국에는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평범하게 일상을 지내다가도 불현듯 바다를 보는 그 순간에 다시금 가 있습니다. 답이 없는 고민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다시 돌아가 답을 찾으려 애씁니다. 밥 먹을 때도, 일할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찰나에 공백이 오고 전 그 바다를 보고 있습니다.

그 순간이 가끔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같아, 뜻 모를 그 어떤 것인 것 같아 공백을 만들지 않으려 늘 귀에 이어폰을 끼고 다닌 적도 있습니다. 공백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그건 결국 늘 그렇듯 답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답이 아닙니다.

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답을 찾는 것은 왜일까요. 로또는 적어도 그 주에 여섯 개라는 숫자를 맞추면 되는데, 이놈의 ‘이것’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지긋한 무엇 같기도, 찰나 같기도 합니다. 아니하려 해도 평생 바다를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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