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왜 계속 절 붙들고 다니는 거예요? 맨날 일 못한다고 타박만 하면서 말이죠. 일 잘하는 다른 애들도 많잖아요.”
형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하얀 담배 연기를 내뱉는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동전 600원을 꺼내더니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오라고 시킨다. 그런 형의 모습에 어이없으면서도 일단은 커피가 땡기기도 하고 내 돈으로 사오라는 것도 아닌 공짜 커피이기에 군말 없이 커피를 뽑아온다. 서로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하면서 형은 담배를 두 개비째 태우고 나는 그런 형을 기다리며 먼발치를 본다.
“너하고 일을 하면서 대화하면 생각하게 돼. 정확히는 집에 돌아가서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거나 텔레비전을 볼 때 말이지.”
“네?”
“넌 이쪽을 봐야 하는 걸 아니. 방향조차 생각할 필요 없는 고정된 무언가에 의문을 달아. 난 그게 마음에 들어. 하지만 넌 전혀 그걸 몰라. 오히려 그게 당연한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일도 좆같이 못하는 널 데리고 다니는 이유야.”
당체, 그게 이유가 된다는 말인가. 일을 잘하는 애를 데리고 다니면 일의 효율이 늘어나고 효율이 좋아진다는 것은 일을 빨리 끝내고 꼬리를 물고 물다 보면 결국에는 돈이고 이 형이, 그리고 내가, 그리고 이곳에 온 모두가 빌어먹을 이곳에 오는 이유이다. 근데 언동설안에 값비싼 담배를 피운다는 소리가 생각이라니 어이가 없다.
“형님, 저 같은 사람에게도 철학이라는 게 있냐만은 한 가지는 알아요. 아무리 개성이 강한 사람도 한 집에 오래 있다 보면 그 집안에 어울리는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는 것을요. 형님과 함께한 지가 오 년이 되어갑니다. 그 말은 생각하는 게 거기에서 거기라는 거죠.”
쿡쿡쿡 하며 담배 연기를 뿜어댄다.
“맞아.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사람의 체형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 키가 180인 사람은 180의 위치의 모습을 보고, 150인 사람은 150의 위치에서 모습을 봐. 눈 작은 사람, 눈 큰 사람 등등등 뭐 그 체형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느끼는 게 있어. 생각이라는 것도 말이지. 정해진 체형이 있어.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어도 그것은 절대절대 쉽게 바뀌지 않아.”
날 붙잡아두고 괴롭히겠다는 말을 오늘따라 왜 이리 정성스럽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형과 이런 걸로 논쟁을 하면 욕뿐이 안 나온다. 일하기 싫어 툭툭 던진 말을 해몽을 이딴 식으로 해버리니 할 말이 없다. 열 번 말해봐야 결국에는 백 번 입이 아픈 결과로 돌아올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인다.
“형님, 로또 샀어요?”
“아니, 사야지. 넌?”
“전 맨날 사요. 그리고 오늘은 집에 돌아가기 전에 만 원 치 더 사야겠네요.”
“넌 로또 1등 당첨돼도 이 회사 다닐 거냐?”
아 헤헤헤헤헤 뭐 헤헤헤헤
그냥 아무 의미 없고 무게도 없는 웃음만 내뱉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