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

by J팔


가끔 진지하게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있다. 처음 이런 마음을 먹었을 때는 스스로에게 놀랐었다. 어떨 때는 범죄가 된 듯도 했다.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도 살인자의 굴레가 씌어진 듯했다. 그렇다고 사람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응시하게 되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난 아니야’라고 외치듯 말이다.
굴레가 씌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어도 죄책감이라는 성격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확실한 건 죄책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떳떳하거나 오만하거나 우월감 같은 것도 아니다.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한 단어가 떠올랐다. <자연> 그래 자연이다. 때가 되면 시간이 지나면 그리고 일상적이고 평화스럽고 자연스러운 것들, 삼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미친 싸이코패스들이 자주 쓰는 단어, 약육강식이나 순환 같은 거 말이다. 여기서 내포하는 성질은 순수한 자연에서 일어나는 약육강식 순환을 말하는 거다.


정확히 타인의 감정은 모르겠으나 누구나 이런 감정을 가지고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 번쯤은 꼭 그 사람이 둘도 없는 성인군자라도 말이다. 난 죽이고 싶다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보다도 오히려 덤덤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 다만 시스템이 그걸 입에 담는 걸 껄끄럽게 만들었다.


가끔 농담처럼 ‘이 새끼 죽이고 싶네’라고 툭 던지는 사람의 눈빛을 자세히는 말고 흘기듯 한 번 바라보라. 어쩌면 무협지에서 나오는 살기, 살의 같은 게 짙게 베어 있을 수 있다. 백에 하나 열에 하나는 진심으로 내뱉는 말일 수 있다.


‘안전 불감증’ 정확히 꼬집는다면 휴먼 안전 불감증.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우리 내면에 뿌리 박혀버렸다. (웃음) 지금 이 같은 세상이라 그런 것이지 이 같은 세상이 만들어진 지는 불과 많아야 백 년이다. 우리는 몇천 몇만 년 전에는 죽임이라는 단어가 그리 특별할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닌 자연스러운 거였다. 무섭기도 두렵기도 한 것이지만 특별하고 대단한 일쯤으로는 생각하게 만든 세상이, 그렇지 않은 세상이었던 시간보다 짧았다. 아로새겨진 그런 세상을 살았던 DNA는 어디쯤인지도 모를 내면에서 박멸되지 않은 채 꿈틀되고 있다. 그것들에게 먹잇감이 들어오고 자라다 보면 연가시처럼 숙주를 언제든지 잡아먹을 준비가 되었다. 어쩌면 우리를 고대해 바라지 않는 3차 대전에 두려워할 것은 핵폭탄이 아닐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생겼다 사라지는 인간일지 모른다. 80억 개의 핵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다. 빨간 버튼이 어느 곳이든 언제든지 터질 준비를 한 채 말이다.


말이 갑자기 장황해지기는 했지만 어쩌겠는가 사실을 말했는걸. 서로가 서로에게 핵폭탄인 셈인 거다. 그것을 모르기에 다른 이의 기생충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겠지 그 숙주를 얼른 차지하라고 말이다. 그 마음 이해한다. 자신이 좀비가 되느니 좀비에게 먹힐 준비가 된 사람이고 싶은 마음을, 그게 우리가 말하는 사람으로서의 존엄이라 생각한다는 걸 말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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