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by J팔

죽고 땅에 묻혔을 때 난 언제쯤이면 썩어갈까? 아니다 내가 질문이 너무 먼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죽게 되면 땅에 묻힐지 불에 태워질지 그건 모를 일인데 말이다. 유서로 땅에 묻혀지고 싶다 글적여 나도 묻힐 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죽은 마당에 유서가 무슨 소용 있겠는가 ‘가성비’를 따져가며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한때는 어떤 이름으로 이 세상에 걸어 다녔던 육신은 사라지겠지. 어쩌면 이것조차 나에게는 호사일지 모른다. 적어도 누군가는 시간과 돈을 쓰며 날 사라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아마 이런 생각을 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병적으로 영양제를 먹기 시작한 것이. 몸에 좋다고 말하는 영양제는 돈이 얼마가 됐던 사서 먹어댔다. 부작용을 강조하는 말들이 많다 하더라도 효과와 효능이 한 단어만 있으면 모든 것이 납득이 되어 사서 먹고는 했다. 집에서 약국을 차릴 정도로 약들은 쌓여 갔다. 하루에 먹는 영양제들은 밥양만큼이나 되어 갔다. 원래는 하루 그것도 아침에 한 번만 먹어야 할 양이었지만 그 양이 너무 많아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주먹, 아침밥을 먹고 한 주먹, 점심밥을 먹고 한 주먹, 저녁밥을 먹고 한 주먹, 자기 전 한 주먹씩 먹어댔다. 차라리 이 돈으로 맛있는 밥이라도 사 먹는 게 더 건강하지 않았을까.


집착적으로 영양제를 먹을 때마다 의식적으로 왜 나는 이것을 먹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병적으로 먹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차라리 어딘가 탈이라도 나면 좋으련만 플라시보 효과인지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인지 탈 따위는 없거니와 심지어 몸에 힘이 나는 듯했다.


영양제를 먹을 때마다 목에 쾍쾍 막혀 괴롭기도 여러 번이었다. 소파에 털석 앉아 한 번은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왜 이런 것이지 정신적으로 병이 생긴 건가’ 그런 것을 생각했다면 정신병원을 찾아야 하지만 이미 나는 ‘뇌’에 관한 영양제 목록을 찾고 있었다.


결국에는 글을 써 보기로 한다. 타이핑이라도 하면 검색은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고민이라는 것을 해봤다. ‘왜 나는 영양제를 먹는가’ 그러다 문득 정확한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영상을 본 듯한 기억이 났다. 제대로만 본 영상도 아니었다. 괴짜 같은 사람들이 괴랄한 말들을 뱉어내는 영상이었는데 왜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영상에 꽂혀 정신을 놓고 본 기억이 났다.


영상 내용 중 어떤 이가 약을 많이 먹고 죽은 시체들은 잘 썩지 않는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말이 마음속인지 머릿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새겨지고 각인이 된 듯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영양제를 물방울이 우물이 되고 냇가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것처럼 영양제를 하나 둘 사 먹기 시작했다.

고민의 종착 지점에 오니 난 스스로를 방부제 처리를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미 죽어진 몸인데 썩든 말든 무슨 상관이라고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상하다 문제 하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고칠 수 없는 것은 왜일까. 나라는 존재의 정신이 약해서일까? 아니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이런 것일까?


아마 나는 누군가 따끔하게 혼내지 않거나 큰 병이 걸리지 않는 이상 계속 이럴 것 같다. 하루에도 한 통씩 되는 영양제를 몸 안에 때려 부어 스스로를 방부제 처리하게 되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본다.

‘좋아 방부제 처리를 하는 거 이해해 볼게. 그래서 넌, 넌, 넌 얻는 게 뭐야? 몸이 썩지 않으면 뭐가 좋은 건데? 이미 너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땅인지 하늘인지 어디인지 모를 곳에 사라지고 없을 텐데 말이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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