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어느 정도 나이를 가지게 되면 시간이 빨리 가곤 한다고 한다. 알 것 모를 것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 겪었던 경험들이 식상해질 무렵부터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한다. 이 말을 듣기 전부터였는지 듣고 나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꾸준함이라는 시간이 짧아지는 듯했다. 짧아지는 것도 있지만 뜨거움이 일렁이지 않는다. 바람이 휘이 부는 날에는 파도 또한 세차져야 하는데 이상하리만큼 잔잔하기만 하다.
“야 이 노래 들어봐 진짜 좋아”
늘 붙어 다니는 건 아니지만 가끔 통화로 쓰잘데기 없는 농담과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 통화에 대뜸 유명한 가수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짙게 묻은 노래를 들어보라고 한다.
“응, 근데 요즘 나 가사가 나오는 노래는 잘 안 들어.”
“응? 왜?”
친구에 질문을 생각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왜인지 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고민도 없이 입밖으로 나왔다.
“음은 잘 들리는데 가사는 와닿지 않아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모기가 왱왱거리는 것 같아. 가사에 집중해서 노래를 들어볼라치면 이상하게 가사에 내용들이 나에게 어떤 강요를 하는 것 같아서 거북해질 때도 있고 말야 그래서 요즘은 클래식 같은 거 들어 클래식은 어쩐지 나만에 가사가 만들어지는 것 같거든
이런 나에 말을 들은 친구는 한번 웃고는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오랫동안 전화 연락이 없었다. 가끔은 친구에 전화가 생각이 나면서도 오지 않기를 바란 적이 몇 번 있었다. 짧은 대화는 좋지만 이 친구와 통화를 하면 한 시간은 쓸데없이 지나가고 했으니깐 말이다.
이런 사랑 노래뿐만 아니 드라마 영화 소설책 등등등 예전같이 않다. 신선이 노닐던 동산을 보게 된데도 아마도 이와 같은 마음일 것 같았다. 이와 같은 감정이 편안하면서도 때로는 지치게 만든다. 유일한 친구다운 친구인 술조차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간이 건강해져서인가 간이 썩어문드러져서인지 모르겠지만 금방금방 제정신이 되고 만다.
냉정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왜인지 친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려오는 감정이 가끔은 생존 여부를 물으니 말이다. 이래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쓸데없다고만 느껴졌던 고통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사는 지도 모르겠다. 고통이 있어야 뜨거운 건 둘째치고 포근했던 그 순간 그러니깐 지금 이 순간을 상기시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