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by J팔

출근길 날씨가 쌀쌀하다. 찬 공기가 폐 속 깊이 가득 찼다 입 밖으로 내뱉어질 때면 마스크 사이로 입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입김이 왜인지 신기하게 느껴져 쳐다보고 있는데 낙엽 한 장이 이상하리만큼 천천히 내 발밑까지 떨어진다. 어디서 떨어진 걸까 궁금해하며 주위를 둘러보다. 떨어져 있던 낙엽이 궁금해 천천히 다가가 쳐다본다. 손으로 잡아 주먹을 꽉 하고 쥐면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처럼 말라있다. 만져보지는 않았지만 너무 가벼워 금방이라도 바람을 타고 방금점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어딘가로 사라져 버릴 것 같은데 떨어진 그 바닥 위에서 꿈쩍 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낙엽을 보며 멍 때리게 된다. 넌 또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겠지 약하디 약한 모습을 한 낙엽 너는 또 어디론가 날라 가버리겠지 그러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사라지겠지.



포근한 공기가 온 공간을 채우던 날 위병소 근무를 스고 있었다. 그날따라 날씨가 신기하리 만큼

따듯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누군가의 품 안에 있는 듯한 날씨였다. 위병소 앞에는 벼들이

황금색으로 변해 조그마한 바람에도 이리저리 하늘하늘 거리며 움직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글뭉글 해진다. 후임 녀석도 나와 같은 기분일까 콧노래를 부른다. 그 흥얼거림의 소리가 나쁘지가 않았다. 하늘은 청랑해서 평소 하늘보다 더 넓어 보인다.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이 기분이 너무 좋아 어딘가 빈병에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의 행복감이 넘쳐서 나중에 나중에 혹여나 기분이 나쁘면 덜게 말이다.



외갑집 옥상 위에 삼촌과 함께 올라가 하늘을 구경하고 있었다. 시골이라 모든 집들이 낮아 저 멀리 있는 건너 마을까지 보였다. 노을이 지고 온 세상이 주황빛으로 물들 때 그날따라 구름들이 온하늘을 매우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던 삼촌은 날 부르며 저 구름이 꼭 강아지처럼 생기지 않았어, 저 구름은 꼭 비행기처럼 생겼구나 하며 손가락으로 짚어 말해주었다. 나는 삼촌의 손가락을 따라 정말 강아지처럼 생겼는지 정말 비행기처럼 생겼는지 확인한다. 맞다 똑같이 생겼다며 나는 좋아했다. 나도 다른 어떤 생김새가 보이면 삼촌 삼촌 부르면 말해주었다. 삼촌은 맞네 그러네 하며 웃었다. 내가 발견한 구름이 점점 어디론가 날아가면서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아쉬워했다.



동네에 동생 한 명이 있었다 한 살 차이라 동생이라기보다는 친구처럼 지내던 사이였다 온갖 장난과 말썽을 부리며 놀았고 싸우는 일도 많이 있었다. 이 녀석과 놀 때는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무얼 해도 즐거웠고 무얼 해도 신났었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나도 진심으로 화가 났었고, 무엇 때문에 기뻐도 진심으로 기뻤다. 모든 게다 진심이었다. 한 번도 가짜 감정을 보이지 않았었다. 우리 동네에는 뚝이 있었는데 놀다 지치면 거기 않아 쉬곤 했었다. 않아서 뚝 아래 흐르는 물을 보며 하늘을 보며 생각나는 대로 말했었다 내가 내뱉은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말이다. 나는 그런 게 좋았다. 내 상상, 내 생각, 내 감정을 동생에게 아니 친구에게 말했었다. 이야기가 끊기면 어딘가 시선을 두어 잠시 멍하니 있다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나는 그게 좋았었다.



어릴 적 여름날이면 정말이지 너무 더운 날이면 집 밖으로 나와 길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 같지만 그때는 길고 긴 밤더위를 밖같공기로 식혔었다. 에어컨이 아니고, 선풍기도 아니고 말이다. 가끔은 앞집 네도 옆집네도 나온 걸 볼 수 있었다. 앞집네, 옆집네에 아이들은 같은 또래 친구들이라 서로 같이 자겠다며 투정 부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 지쳐 이불속에 가족이 쪼롬이 누워 밤하늘을 본다. 묘한 기분이 든다. 잠들기 전 형광등이 아니라 별 하나, 달하나를 보며 잠들었다. 옆에 있는 가족들의 체온의 푸근함에 잠들었다.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갔었다. 한라산을 오르는 일정이었는데 비가 무척이나 오는 바람에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 비가 그리 많이 오지 않아 선생님은 오르고 싶은 사람은 올라도 된다며 말했다. 몸이 안 좋거나 쉬고 싶은 사람은 버스에 남고 말이다. 나는 언제 여기 오겠냐며 산을 올랐다. 산을 올랐던 기억이 없다. 느낌 감정만 생각난다. 비가 추척추적 내리는 걸맞으면서 경치를 구경할 정신도 없이 앞사람 등 뒤를 보며 내 앞에 보이는 길을 보며 산을 올랐다. 우비를 입었지만 빗물에 신발과 옷은 축축하게 젖어 몸이 무거웠다. 숨은 가빠 오르고 날씨가 추워 한숨 한숨 내뱉을 때마다 김이 나왔다. 그리게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 안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듯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보며 한참을 서있는데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문득 초등학교를 찾아 같었다.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는데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더운 날씨였는데 학교까지 걸어 같다 어릴 적 언제까지나 계속 걸어 다닐 것 같은 길을 추억을 더듬으며 걸어 같다. 멀었다고 생각했던 길이였는데 짧았다. 소란스러웠던 등하굣길은 왜 이리 조용한 걸까. 학교 운동장에 있는 그네에 않아 한번 둘러보는데 작아졌다 왜 이리 작아진 걸까. 새로우면서도 정겹고 낯설면서도 익숙한 것들이 날 이상하게 만든다. 꼭 나 같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나왔다.



높은 건물들을 보고 있자면 저 건물 안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있는 걸까?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분명 이 세상에는 저 건물보다 큰 것들이 많을 것이고 그 건물 안에는

사람들이 있겠지 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내가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몇십명 뿐인데

내가 못 보는 사람들은 지금 무얼 하고 살아가는 걸까 하는 생각에 어지러웠다.



아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나는 분명 기억하는 하나의 기억이 있다. 나는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예전에 아버지 따라 낚시하는 곧을 간 적이 있었다. 어느 물가였는데 냇물보다는 깊고 강물보다는 얕은 그런 곳이었다. 아버지는 친구들과 낚시를 하고 있었고 나는 얕은 물에서 모래를 만지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 물가에서 놀고 싶어 물안으로 걸어 같다. 배까지 물이 차오르는 대까지 들어가 발밑에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걸 구경했다. 그러다 몇 발자국 걷다 갑자기 쑥 하고 물안으로 들어 같었다. 그때 기억이 흐릿하지만 나는 무섭다는 생각보다도 더아래로 더아래로 내려가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 같는데 바위한개가 내발에 닿았다. 나는 그 돌을 힘껏 차 물 위로 올랐다. 그리곤 천천히 다시 물안으로 가라 않았다. 발에 무언가 대이면 박차고 물 위로 올랐다.를 몇 번 반복하니 얕은 물까지 다 달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가 날 보며 “너 여기서 뭐해? 배고파? 조금만 기다려 밥해줄게 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등을 돌려 방금 전까지 모래로 놀던 곧까지 다른 길로 같다.



영화관이 영화를 보면 가장 좋은 점은 좋은 점이라기보다는 영화관을 찾게 되는 이유는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하기 전 잠시 어두워지는 그 순간 몇 초도 아닐 거다. 아마 잠시 눈 깜짝하는 그 순간에 참 많은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영화표 가격이 비싸져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는 이 짧은 순간에 내게 들어오는 찰나를 느끼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가기 위해 무궁화 열차표를 사려는데 좌석에 않아갈수 있는 표가 없어 할 수 없이 입석표로 서울에 올라가야 했다. 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 어떻게든 편하게 가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방과 방 사이 사람들은 공간이 보이는 어디던 자리 잡고 앉아있었다. 추운 날씨여서 사람들 입에서 짧은소리들을 내뱉었다. 춥다, 추워 라던지 으으윽 이라던지 하는 소리들을 말이다. 나도 한켠에 자리를 잡고 그들과 똑같이 떨었다. 역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작은 공간에 사람들이 채워졌다. 사람들이 채워질수록 따듯해졌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한참을 바라본적이 있었다. 무서웠다 왜 무서운지는 모르겠으나 무서웠다. 분명 내 모습이었는데 무서웠다. 내 살을 꼬집어 보기도 하고 혀를 내밀어 보기도 하고 말을 걸어 보기도 하고 눈알을 이리 굴렸다, 저리 굴려 보기도 했다. 왜 무서운 걸까 거울에 비취는 내 모습은 나인데 말이다.



1년인가 2년인가 지나 예전에 자주 걷던 길거리를 걸었는데 생전 처음 걷는 길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바뀐 것 같기도 안 바뀐 것 같기도 한 길 위해 커다란 건물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 건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예전에 저 건물이 있었던 자리에는 무엇이 있었던가 하고 생각을 되짚어 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릴 적 우리 동네에도 이런 커다란 건물이 생겼어하고 놀란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 그 건물은 작아졌고 때가 꼬질꼬질 해졌다. 그리고 얼마 뒤 예전 집에 가니 포클레인이 그 건물을 부스고 있었다.



물컵에 물을 따라 마시려는데 한통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물을 따른 물 잔을 싱크대 옆에 두고 1달 정도 지나 집에 돌아오니 물컵에 물들이 살아져 있었다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여기 방안에 이 공간 안에 있는 걸까?


눈이 정말이지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많이 내린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될 정도로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눈이 온 세상을 덮어 다 하얗게 보였다. 예전에 소설책에서 눈을 쳐다보다. 실명하였다는 말이 있었다. 나는 믿기지 않았다. 눈을 보다가 실명을 한다고 근데 그 말이 진짜였다. 눈을 계속 보고 있자니 실명할 것만 같았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모습을 보며 실명할 것 같았다.



2021년 12월12일 오전 9시47분 56초 57초 58초 5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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