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by J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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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자에 두 손, 두발이 묶여있다. 그리고 내 앞에 친구 녀석은 아아~ 더 이상 친구 녀석이 아니라 빌어먹을 녀석이라 해야 하는 게 맞나 모르겠다. 아무튼 한 시간 전에 친구였던 녀석은 내게 부탁인지, 협박인지 모를 말들로 나에게 돈을 요구한다. 욕하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울고불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녀석이 하는 모든 행동들이 내게 아무렇지 않다. 이 녀석이 나를 안 죽일걸 알아서!! 아니다 죽일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무식한 칼을 내 목에, 내배에 같다 된다. 그럼 돈을 주면 해결될 것 같아서!! 그건 잘 모르겠다. 이 녀석이 내게 요구하는 돈의 액수는 내 삶을 뒤흔들 만큼의 큰 금액이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기분 좋은 어느 날 여자 친구와 쇼핑했을 때 나 오는 금액 정도이다. 나에게 있어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 돈을 줘도 그만 안 줘도 그만인 돈이다. 근데 뭐 하고 있냐고 주고 이 상황을 끝내면 될걸 뭐 하고 있냐고 혹시 빠져나갈 기회를 옆 보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냐고 전혀 그런 건 없다. 만약 이게 영화라면 내가 어떻게 빠져나갈지 어떤 기상천외 한 방법으로 이 상황을 모면할지 기대하며 보는 사람이 많을 거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곳에 어차피 죽으려고 왔다. 나 혼자 깔끔하고 조용하게 죽으려고 내 주위의 친한 지인이 아닌 이 녀석에게 여러 가지 일을 맡겼다. 나를 숨기고 간 술자리에서 몇 번 만나 친해지고 이런저런 일을 한다고 들어서 부탁한 거였는데 아마 이 녀석은 나를 모르는 듯했다. 단지 돈이 많은 사람쯤으로 생각하지 내가 누구인지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사람인지 모르고 있다. 단지 조용한 곳에서 마약 파티나 즐기려 하는 부자집도렷님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딱히 그리 안 보이려 한 것도 아니지만... 멋대로 생각하게 끔 놔뒀다. 이 녀석에게 바닷가 근처 조그마한 별장 구입을 맞겨고 혹시 몰라 조금의 마약도 부탁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붙이며 돈을 많이 받아가기는 했지만 뭐 상관없었다.

어차피 죽으려는 마당에 돈이 무슨 소용인가 그냥 좋게 좋게 생각했다. 부자가 더 무섭다는 말 들어 봤지 않았는가 죽으려는 순간에도 사실 화가 나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천국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덜 나쁜 곳으로 가기 위해 약간의 선의를 베풀었는데 이 빌어먹을 녀석은 욕심에 눈이 멀어 날 의자에 묶고 돈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뭐 이대로 이 녀석이 찌르는....베려나 베는 게 들 아프려나 아무튼 이 녀석이 뭘 하든 상관없었다. 이 녀석이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있다.

한 시간 정도 아무 짓을 안 하면 화가 나서라도 어떻게 했을 것 같은데 이 녀석 행동은 성급했어도 나름 참을성이 있는 녀석 같았다. 아닌가 미련 한쪽인가....

퍽~

이 녀석이 드디어 답답했는지 내 얼굴에 주먹질을 해댄다. 아프지만 마음을 내려놓은 상황이라 그리 못 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무념무상한 마음이다. 손이 날아오는 대로 목만 와따 같다 할 따름이다. 갑자기 이 녀석 허공에 대고 고함을 지른다. 나 같았도 화가 날 것 같기도 하다. 돈을 빼앗으로 왔는데 상대방이 무서워 하든 반항을 하던 둘 중에 하나는 해줘야 하는데 그 어느 쪽도 안 하니 가해자 입장에서도 민망할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피해자로서 예의를 지켜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말해줘야 이 녀석이 다른 무언가를 할 것 같기도 하다.

슬슬 이 상황이 지겹기도 하니깐 다른 무언가로 넘어가야 할 것 같기도 해서이다.

“저~~ 어~~ 기~~”

입에 핏물이 고여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알아먹을 수 있게 최대한 또박또박 말해야겠다.

"저어기"

그 녀석은 거의 두어 시간 만에 내뱉은 나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저 여기 죽으려고 왔는데”

녀석은 나의 말을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아님 화난 표정을 지어야 할지 머릿속에서 서로 고민하는듯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도와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살”

이 녀석은 그제야 어느 정도 이해를 했는지 한 가지 표정을 고르면 내게 말했다. 돈을 달라고 다른 점이 있다면 아까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그리고 멘트도 바뀌었다. 전에는 죽이니 마니 했는데 이제는 죽을 사람이 돈이 웬 말이냐 죽으면 돈은 휴지에 불가하다 싸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도와달라 그리고 자신의 부모는 물론이고 사촌에 팔촌까지 들먹이며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이유를 읊조린다 평소에 외우고 다니는 거 아닐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돈을 주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하듯이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허공에 PPT자료라도 있는 것처럼 어디서 구했을지 모를 무식한 칼을 지휘봉처럼 이리저리 찍기도 하고 그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런 행동이 무모해서 그렇지 나름 자신의 인생의 계획은 다 있는듯했다. 계속 듣다 보니 어쩌면 내가 이렇게 납치돼서 돈을 강탈당하는 것도 혹시 계획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혹시 내가 자살하는 마음을 먹게 된 것도 이 녀석이 몇 년을 공들여서 만든 계획이 아닐까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해보았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녀석 참 살려는 의지가 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이 요구하는 돈은 내게 진짜 아무것도 아닌 돈인데 이 녀석은 그 돈으로 자신의 인생을 참 아름답게도 그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왜 그러지 못하는 걸까 크레파스가 아무리 많으면 뭐하나 그리고 싶은 게 없는데 나는 그리고 싶은 게 없다. 모든 게 다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려 받자 사라지는데 왜 그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이대로 가만히 이 녀석이 하는 말을 조금 듣다. 이 녀석이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떡하든 죽임을 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면 날 낳아준 부모님에게 어쩌면 조금은 덜 미안한 감정을 가져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수도 없이 했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 모습이 아른거려 망설였는데 적어도 이 녀석 손에 죽임을 당하면 나나, 부모님 자신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이 녀석을 원망하겠지 내가 내손으로 날 죽이는 것보다는 덜 아프겠다는 그런 감정이 든다. 맞다 차라리 이 녀석 손에 죽임을 당하자 돈을 주고 싶지만 혹시나 진짜 돈만 받고 나를 안 죽일 수 있으니 그냥 이 녀석이 화나기를 바라면서 확 김에 라도 날 죽이게 감안히 있어야겠다. 그렇게 감안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이 녀석 뭐하는 녀석일까 왜 우느지 모르겠다. 왜 우는 걸까? 빨리 죽여줬으면 좋겠는데 벌써 네 시간이나 지났다. 슬슬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오줌도 마려 운 것 같기도 하다. 오줌이야 그냥 하면 되는데 배고프고 목마른 건 참기가 힘들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집에서 깔끔하게 죽을 걸 그랬다.

아무 생각 없던 놈에게 이런 꼴 당하니 화나는 것보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 생각하고 있었던걸 당하면 그나마 괜찮은데 진짜 만에 하나라는 생각조차 안한일이 일어나니 웃음만 나왔다.

울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머뭇거리지 말고, 한방에 빨리 나를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녀석의 화를 돋울 필요가 있었다. 울고 있는 녀석에게 침을 뱉어 됐다. 녀석은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더욱 격렬하게 침을 뱉어 됐다. 그리고 화나는 김에 “배고파, 목말라” “배고파, 목말라” “배고파, 목말라”라고 계속 고함을 쳤다.

이건 진짜 리얼 10000% 진심으로 말한 거였다. 배고프고 목마르니깐 빨리 죽여줬으면 했다. 근데 이 녀석은 나의 진심을 몰라주고 물이랑 먹을걸 먹여주고 있다. 거부할까도 생각했지만 내 몸은 거부하기 싫어하는 듯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허겁지겁 먹고 난 뒤였다. 이때 이후로 녀석이 날대하는 태도가 조금 틀려진 것 같다. 뭐랄까 조금은 사람인 것처럼 보고 있다. 그전에는 비밀번호 까먹어 어쩔쭐모르겠는 ATM 기계를 보듯이 쳐다보듯이 봤는데 말이다.

이때부터 말투가 부드러워지기는 했지만 미묘하게 건방진 말투로 봐 뀌었다. 늑대를 마주했을 때 모습이 아니라 강아지를 대할 때의 모습 같다해 야하나 그래서 그런가 죽일 마음이 없어 보였다. 적어도 방금 전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모, 아니면 도가 아닌 개, 걸, 윷이 나와도 상관없다는 그런 자세가 되어버렸다. 내입장으로써는 딱히 좋은 상황이 아니다. 깔끔하게 죽여줬으면 좋겠는데 밥이 뭐라고 물이 뭐라고 조금만 참을껄그랬다. 죽기로 한 마당에 배는 왜 고프고 목은 왜 말라가지고 어떻게 하면 이 녀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고민스러웠다. 방금 전 까지는 자기 신세 한탄만 하더니 이제는 나보고 왜 죽느냐느니 하면서 힘들어도 살아야지 하면서 자기는 이런 일도 저런 일도 겪어도 산다느니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해대고 있다. 차라리 욕하고 때렸을 때가 나았던 것 같다. 슬슬 속에서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짜증이 났다. “죽여~~~~~” 큰소리로 고함을 쳤다 “죽여~~~~~~” 더 큰소리로 소리쳤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녀석은 날 쳐다본다. 그래 이거다 싶었다. “죽여~~~~ 개 XX야”

“죽여 십팔 XX 끼야” 이 녀석은 나에게 싸대기를 갈겼다.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미친놈처럼 웃어 됐다. 지랄 발광하듯 웃어 됐다. 그 녀석은 웃음을 멈추라면서 계속해서 내 볼때기를 때려 됐다. 아팠다 하지만 방금 전 거지 발싸게 같은 말을 듣는 것보다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런 고통은 참을 수 있지만 그런 감정은 도저히 못 참는다.

입안이 다 터져서 입에서 피맛이 계속 난다. 그리고 나는 잠시 기절한 것 같았다. 눈을 떠보고 정신을 차려보니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어쩌면 12시간이나 24시간이 지났을 수도 그런데 녀석이 꼭 집어서 이야기해준다. 두 시간이나 자고 있었다고 이 짓거리도 이제 열 시간이나 하고 있다.

너무 피곤하고 지친다. 편하게 죽으려고 왔는데 죽지도 못하고 입안에서 피맛만 계속 난다.

나름 괜찮은 건가 신이여 조금은 살고 싶은 마음을 가지라 만든 이벤트라면 그만두세요. 저는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어떠한 거든 나를 자극하려 만들지 마세요.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내용을 바꾸어도 이 이야기의 끝에는 저의 ‘죽은’만 있을 뿐입니다.

나에 이런 공허한 눈을 봤는지 녀석은 나에게 물어본다. 너는 왜 죽으려고 하려는지 돈도 많겠다. 얼굴도 그만하면 생겼겠다. 배부른 짓 하고 있는 거 아니냐면서 인생이 아깝지 않냐면서

물어보려면 입안이 멀쩡할 때 물어보던가 입안 다 터져서 아파 죽겠는데 물어보는 건 무슨 심보인지 그래서 말해주기 싫었다.

하지만 이 녀석의 질문을 생각해 보기는 한다. 막상 몇 년 동안 죽으려고만 했지 왜 내가 죽으려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분명한 이유가 있기보다는 ‘허무’라는 단어가 나에 죽음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다.

언제인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고3이 수능시험 때문에 비관해서 투신자살했다는 뉴스를 봤다.

주위에서는 쯧쯧 거리며 인생이 얼마나 긴데 수능 때문에 자살하냐는 이야기, 내가 저맘 안다는 이야기, 그래도 인생 새옹지마인데 자살 같은 바보 같은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로 사람들은 밥을 먹었다.

진심으로 궁금했었다. 왜 자살을 선택을 했을까? 흔히들 말하는 죽을 용기로 살생각은 왜 못하는 걸까?

그런 모습을 본다면 어쩌면 나도 달리 생각하고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아마 저 고3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다.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고3은 준비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을 거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자신에게 주어질 수 모든 것을 동원해서 열심히를 넘어 잘하기 위해 근데 잘되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잘되지 않았다.

아마 이런 생각을 했겠지 이렇게나 했는데 이렇게까지 했는데 세상이 나에게 웃어주지 않았다.

고3은 시작과 동시에 끝을 향하는 과정을 봤던 것 같다. 그리고 하루하루 지치고 고된 무언가를 말이다. 그리고 과정이 아닌 끝을 선택하기로 한 게 아녔겠나 싶은 거다.

근데 다이아몬드 수저 물고 태어나 더러운 꼴 안 보고 편안하게 죽으려 하는데 이게 뭐람.... 입에서 피맛만 잔뜩보고 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나. 정신이 몽롱해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아른거린다. 얼마 전에 사귄 여자 친구이다. 시간이 되었나 아직 죽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보낸 메일에 이렇게 올진 몰랐다. 근데 이상한 게 저 녀석과 히이덕 거리고 있는 건 왜일까? 이런 모습을 보고 있다면 놀라거나 아니면 나랑 똑같은 모습으로 되어 있거나 뭐 그래야 되는데 나를 때린 녀석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충 이런 이야기의 뻔한 스토리가 머리에 맴돈다. 너무 클리셰 하군 하지만 저들이 간과한 게 있다면 나는 목숨을 버리러 온 사람이라는 거다 저 둘이 나를 죽인다 해서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라는 거다. 저 둘 입장에서는 돈을 못 챙기고 나를 죽인다면 그냥 빈털터리 거렁뱅이 살인자가 될 뿐이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 성격상 경찰에 맡겨 체포하는 것보다.

살인청부업자 그런 곳에 맡겨 두 사람을 죽이려 할 거다. 다시 한번 생각하고 두 번 생각해봐도 이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 이렇게 걸레 꼴이 된 얼굴을 봐야 부모님도 무언가 화풀이할 동력이 생길터였다.

갑자기 둘이 웃다 말고 싸우기 시작한다. 대화의 내용은 아까 말한 것처럼 자살하려는 사람이라 목숨을 위협해도 돈을 내놓을 생각을 안 한다. 뻥카 아니냐 진짜다 아니다 그럼 어떡할 거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다가 뭐... 뭐라고 부모님한테 협박하자고 그리고 돈을 받고 해외로 도망가서 살자고 그리고 살인을 안 해야 죄질이 덜 나빠지고 도망갈 때 덜 힘들다고 결국 나를 안 죽이겠다는 말을 한다. 맞을 거 다 맞고 돈은 돈대로 빼끼고 부모님 걱정은 시키고 가장 중요한 나는 죽지 못한다는 거다. 갑자기 둘이 낄낄 대기 시작한다. 여자 휴대폰으로 내가 보냈던 유서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둘이서 사실였네 하면서 서로 낄낄 대면서 웃기 시작한다. 화가 난다 죽는 게 이렇게 까지 힘든 건가 싶다. 차라리 고층건물에 뛰어내리는 게 속 편한 거였다. 그나마 안락 방법으로 죽으려고 한 게 나의 착오였다.

둘이서 숙덕 되더니 전화를 건다. 아마 우리 부모님에게 전화를 거는 것 같았다. 몇 번의 큰소리가 나고 둘이서 이야기를 한다. 남자 쪽이 내게 다가와서 혹시 다른 사람한테도 이런 동영상을 보냈는지 물어본다. 사실 아니지만 혹시 맞다고 말하면 죽일지 몰라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있던 여자가 맞잖아 보냈잖아 하고 큰소리로 말한다.

둘이 한참을 숙덕이더니 장소를 옮겨야겠다고 말한다. 사실 동영상에 내가 자살하려는 장소를 말했기 때문에 혹시나 부모님한테 보냈으면 여기로 올 거라 판단한 듯하다. 근데 멍청한 녀석들이 전화하기 전에 그런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전화를 해놓고 뒤늦게 걱정하는 것이 웃겼다.

짐을 부랴부랴 싸기 시작한다. 어디 갈지는 생각하고 저리 움직이는 것인지 쯧쯧 곧 있으면 쓰러지겠군... 어이가 없으려니 두 사람은 헉헉 거리더니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픽하고 쓰러졌다.

아마 몇 분 후면 죽을 터였다. 먼지도 모를 걸 먹어되니 저리 되는 거다. 어이없는 건 마약을 판다는 사람이 마약인지 아닌지를 구별 못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자는 긴장했는지 마약을 찾았고 남자는 나에게 마약을 판 것을 생각해내고는 마약을 술에 태워서 둘이 러브샷을 하지 않겠는가 이래서 샴페인은 항상 늦게 터트리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나는 마약과 함께 청산가리를 먹을 생각이었다. 청산가리까지 부탁하면 일을 할 때 껄끄러워할까 청산가리는 다른 곳에 부탁했었다. 녀석은 식탁 위에 가루 가전부 마약만 있는지 알았나 보다.

웃음만 나왔다. 나는 이 둘 도움을 받아 죽으려 했는데 이 들 때문에 살고 이 둘은 나를 기회삼아 살아보려고 했는데 나 때문에 죽었다. 빌어먹을 왜 세상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게 냅 두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몇 시간 뒤 부모님은 나를 찾았고 사건은 범죄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비관해서 자살한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부모님 때문에 도저히 나에 자살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죽지 못해 살아간다. 언젠가 죽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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