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고 있습니다. 어디인가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실루엣처럼 어떤 도심가의 길을 걷는 듯했습니다. 길 위에는 유령 같은 존재들이 떠들며 길 위를 지나다닙니다. 그것들은 나의 몸을 뚫고 지나 같습니다. 어떨 때는 따듯했다가 어떨 때는 차가웠다가 어떨 때는 찌릿찌릿했습니다.
내가 걷고 있는 이유가 분명 있는데 분명 있는데 그 이유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다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걷는 목적의 이유를 고민하고 있을 때 나에 앞에 한 아이가 나타났습니다.
키는 1m 남짓에 생긴 외형은 남자 같기도 여자 같기도 했습니다. 입고 있는 옷은 그 아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옷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여자 아이처럼 보면 여자아이들이 입는 평범한 옷을 입었고 남자아이처럼 보면 남자아이들이 입는 평범한 옷처럼 보였습니다. 어른처럼 느껴질 때면 어른의 옷을 입었고 옛날 사람처럼 느껴지면 옛날 옷을 입었습니다. 국적에 따라 성별에 따라 아이라는 체형만 안 바뀔 뿐 겉모습은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넌 오늘 죽었어”
아이가 나를 보자마자 한 첫 한마디였다.
“기분이 어때?”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다. 죽었다는 것조차 인지가 잘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잔상으로 어떤 것이 스쳐 지나가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하는 행동들도 곰곰이 생각해서 다시 하려 하면 무언가 어색하다. 내 몸이라 생각하는 것도 이것 또한 무언가 어색했다.
“생각만 하지 말고 말을 해줘!!”
말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읽은 듯했다.
“아냐 어느 정도는 짬밥이라 할 수 있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일을 오래 했거든 대게 죽으면 거기서 거기처럼 행동하거든 양반이든 쌍놈이든 귀족이든 노예든 하는 말이 다 비슷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해졌다 그래서 일부러 이상한 생각을 하려 했지만 왠지 이 또한 읽힌 걸까 싶어 창피해졌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말한 한마디 때문에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창피해할 필요 없어”
아이에게 삐죽삐죽 거리며 나는 말했다.
“그럴 거면 왜 물어봅니까 그냥 생각을 읽으면 되지”
아이는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면 말했다
“방금 머랬어 짬밥으로 아는 거라 했어 안 했어 네가 말을 안 하면 나는 정확히 몰라”
아이의 말에 툴툴되며 나는 말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무얼 해야 합니까? 죽은 사람은 죽어서 뭐하나요?”
아이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넌 나랑 놀아주면 돼”
“네?”
기억은 안 나지만 지금 이와 같은 순간이 오면은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나의 죽음이 라니...
“이것은 맞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생각했던 죽음과는 다른 것 같은데 이게 맞습니까?”
아이는 갑자기 나에게 검지 손가락을 까닥까닥하며 나의 머리를 자신의 키높이에 마추라며 손짓했다. 나는 머리를 아이의 얼굴 가까이 같다 됐다. 그러자 아이는 검지 손가락을 내 머리에 꾹 눌렀다.
죽은 사람은 몸이 굳어있다. 그리고 식음 땀이 흥건하게 젖어 있다.
눈을 꿈벅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여기가 어디인지 당최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아이와 눈을 마주친다. 아이를 알아보지 못한다. 아이는 그런 그의 모습이 웃기다는 듯 쳐다본다. 아이에게 누구냐고 물어보지만 아이는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길을 걷는다. 그 앞에 다시 아이가 그에게 말한다. 넌 오늘 죽었어라고 그는 아이를 이리 살피고 저리 살핀다. 그리고 그의 말을 똑같이 따라 한다.
그는 매번 매번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벌써 12876번의 일을 반복하지만 그는 매번 그리 틀린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너무 지겨워 아이가 상황을 미묘하게 바꾸고 있다.
혹시나 다른 행동을 할까 봐.
6818번째의 그의 질문
무언가 이상하게 느낀 그는 나에게 질문을 했다.
“지금 몇 번째 이러고 있습니까?”
나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재미있기도 했다. 딱히 숨기라는 말을 듣지 못했기에 이 녀석에게 솔직히 말해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너 6818 번째 이러고 있어”
생각보다 담담한 모습이었다. 잠시 멍한 눈빛으로 어디를 응시하다 내게 묻는다.
“이제 몇 번 더 남았습니까”
나는 순간 놀랐다. 똑같은 사람인데 갑자기 달라질 수도 있나 싶었다. 그래도 흥미로워서 솔직히 말해주었다. 넌 248672번 채워야 해 248672-6818 해봐 그게 너의 남은 횟수야
그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게 어떤 의미의 숫자의 의미인지 알고나 저렇게 우나 싶었다.
“너 왜 우는 거야 이게 어떤 의미의 숫자인지는 알아?”
고개를 절레절레 한다.
“모르면서 왜 우는 거야?”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모르지만 왜인지 눈물이 나옵니다.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딱히 가르쳐 주지 말라는 말을 듣지 못해서 알려줘도 상관은 없을듯했다.
“이건 너의 생명을 위해 죽었던 생명들의 숫자야 그들이 너를 위해 희생했던 것처럼 너 또한 다른 생명을 위해 네가 죽인 생명만큼 희생하는 것이지”
그는 납득했다는듯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대부분 이 말을 듣고 오히려 평온을 대찿았다. 자신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죽였다는 것에 놀라기는 하지만
“그럼 저는 이 업보를 끝내면 무엇이 되나요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나요”
매번 이대목에서 이 질문을 한다.
“무슨 소리하는 거야 넌 6818번째도 인간이었어 그리고 그동안 200번넘게 인간이었는걸”
당황해하는 눈빛이란...
6818번째의 눈에는 아이의 모습이 더 이상 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것의 모습이었다. 수만 가지 동물 같기도 수만 가지 풀 같기도 수만 가지 물고기 같기도 이리저리 바뀌었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다가와 이마를 꾹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