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죽음

by J팔

와인 잔 손잡이라 불러야 할지 기둥이라 불러 야할지... 그곳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남자는 여자에게 숨 쉬듯이 말합니다.

“예전에.... 그러니깐 음.... 여유롭지 못했을 때... 저녁을 먹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을 사러 같어요 진열대에 있는 도시락들을 보며 100원 200원 가격을 따져가며 도시락을 골랐지 신중하게 고른 도시락을 들고 계산하려는데 갑자기 크리스마스 행사 ‘와인’ 이라며 눈에 띄는 거예요.... 보통의 나라면 그냥 무시해야 한다고 해야 하나 관심을 두지 않는 다고 해야 하나 그랬을 거란 말이지 근데 그날따라 그 와인을 사지 않으면 내 인생 내 삶이 그냥 진짜 진짜 아무것도 아닌 그런 것이 될 것 같은 그런 게 느껴졌어 돈이 없다면 빛을 져서라도 꼭 그 와인을 마셔야겠다 결심했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가만히 듣고 있던 여자는 대화의 공백이 어색했는지 남자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요? 그 와인을 사셨나요?”

남자는 와인 잔 에 담긴 와인을 추억에 잠긴 듯 그윽하게 쳐다보며 그녀의 물음에 숨 쉬듯이 말을 이어나 같다.

“내 샀어요 100원 200원 따지며 도시락을 샀는데 5만 원이 넘는 와인을 덜컥 사버렸죠.”

살짝 미소 짓는 남자의 표정을 본 여자는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사고 난 후에 무언가 특별한 일!?...... 아니 무언가 특별한 기분을 느낄 줄 알았는데....

예상했다시피 별거 없었어요. 사기 전의 기분과 사고 나서 같지는 않았다 정도였어요.”

“뭐가요? 무엇이 같지 않았어요?”

“통장 잔고요.....!!”

여자는 몇 초 동안 남자를 멍하니 쳐다보다. 남자의 말에 웃어 주었다. 남자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말을 이어 나 같다.

“가계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환불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지만 주인공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말의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여자는 재촉하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남자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하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가계 안에 잔득퍼져있는 주황색 조명이 마주 보고 있는 서로가 몽환적이게 보이게 한다.

“그날은 보통의 날처럼 한 끼를 때우고 싶지 않았어요. 와인을 그냥 그렇게 마시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경건한 마음으로 목욕재계를 하고 도시락을 세팅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플레이 버튼 만 클릭하면 재생되게 세팅해놓고 와인잔은 아니어도 가지고 있는 컵 중에 가장 좋아하는 컵을 준비했었죠.... 그렇게 나름의 준비를 마치고 와인을 컵에 따르려는데 망연자실하고 말았어요”

여자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왜죠?”

“와인 오픈 어가 없었거든요.” 여자는 어린애 같은 웃음을 지으며 남자가 귀엽다는 듯 쳐다보며 묻는다 “그래서 그 와인을 어떻게 됐어요?” 남자는 와인을 한목 음 마시며 그녀의 눈을 한번 쳐다보고는 말을 한다.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와인이 그 와인이에요.” 여자는 놀란 눈으로

와인병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정말이요. 가장 비싼 술을 가져왔다더니 진짜네요.”

남자는 웃으며 말한다. “전 거짓말하지 않아요.”

여자가 그런 남자의 말에 웃으며 이야기한다. “사실 비싼 술이라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별로라 당신이 저에게 거짓말하거나 어떠한 장난이라고만 생각하며 욕했거든요. 미안해요 비록 속으로 한 욕이지만 사과하고 싶네요.”

남자는 한 손을 뻗어 여자에 손을 저으며 말한다 “아니요 이야기가 없는 술이었다면 그러고도 남을 일이에요” 여자는 빙그레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남자는 여자의 잔에 가볍게 자신의 잔을 같다 되었다. 쨍한 소리와 함께 남자와 여자는 눈을 서로 마주치며 와인을 한 목음씩 입술로 넘긴다. 여자는 와인병을 보며 말한다. “몇 년이나 됐어요?” 남자는 엄지손가락으로 와인병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줄 긋듯이 그으며 말한다. “15년 5개월 12일이요.” 여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떡해 일 까지 알 수 있나요? 그리고 저 죽는 거 아니죠?”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걱정 말아요 죽게 되더라도 같이 죽으니깐” 여자 또한 웃으며 남자의 웃음을 받아주며 살짝 미소를 짓는다

여자는 다시 한번 남자에게 묻는다. “와인을 오래 동안 먹지 않고 일수까지 기억하며 보관한 이유가 있나요?” 남자는 웃지만 약간은 처진 기분의 표정을 지으면 말한다. “모든 것들이 안 좋게 보이던 시간이었어요. 그래도 믿으려 노력하며 살려했던 것 같아요.”

“어떤 믿음이요?” 남자는 여자의 질문에 어눌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음~믿음이라는 게 참 바닷속 안을 쳐다보는 것과 같아 출렁일 때마다 수시로 모습이 바뀌어서 어떤 믿음이라 말은 못 하겠네요” 여자는 갸우뚱하며 말한다. “그게 뭐야!!.. 그래서 애지중지하던 와인을 지금 마시는 이유가 있나요?” 남자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를 쳐다보며 한번 웃고는 질문에 답해주었다. “그냥 소비하고 싶었어요 모든 것을요. 그래야 가벼워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가벼워지셨어요?” 남자는 남은 와인을 다 마셔버리고는 말을 했다.

“적어도 이 와인잔은 가벼워졌네요.” 여자는 와인잔을 돌리며 남자에게 말한다.

“이 와인을 저와 마시는 이유가 있나요?” “오늘 집을 나서는데 이 와인이 보이더라고요

왠지 이상하게 그 순간 와인병이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어요 그래서 들고 나왔죠”

여자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럼 오늘 와인병을 죽인 거네요!?”

남자는 당황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죽여요?” “죽인 거죠 와인병에 와인이 없으면 죽으거죠” 여자의 말에 남자는 와인병을 짠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여자는 그런 남자의 모습에 웃음이 나와 깔깔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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