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의 빛깔에 홀려 방안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모텔방의 조명은 왜 다 이모양 일까 라는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옆에 있던 그녀가 말을 했다.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도 안 해”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남편이 말이지...” “우리 영화 볼까!?” 그녀가 나에게 고개를 돌려 나를 한참을 빤히 쳐다본다. 그 시선을 느낀 나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빤히 쳐다본다.
그녀를 쳐다보는 내가 그녀는 얄밉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한다. “자기는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하려 하면 이상 한쪽으로 빠지더라” “응?” 딱히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다. 그녀의 물음을 생각해보면 아마 생각은 안 하더라도 본능적으로 그것을 피하고 싶은 거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녀만 원할 뿐이었고 그런 나를 그녀도 알터였다. 몸은 선은 넘었어도 감정은 선은 넘지 못하고 있었다. 죄책감 같은 그런 이유 따위는 아니다. 그녀는 자세를 고쳐 나를 등지고 누워있다. 그런 그녀의 등을 보며 이질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아마 그녀의 관계가 이런 식으로 바뀔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아서 그럴터였다. 우연히 아는 사람과의 만남에 알게 된 그녀였다. 몇 번의 만남에 얼굴을 익히게 되었고 그녀가 결혼했다는 것도 아이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와는 설마 이런 관계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여러 명이서 보기로 한 모임에 어쩌다 그녀와 나만 단 둘이 만나는 일이 있었다. 어색했었다 여럿이 일을 때는 장난도 농담도 했었는데 이상하게 둘만 덩그러니 있으니 어색했다. 그 어색함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이상하게 그녀도 나도 헤어지자는 말을 못 했다. 그녀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는데 혼자 가기 그래서 못 봤다며 이렇게 된 거 영화나 같이 보자고 제안을 했다. 어색한 식사보다, 어색한 술자리보다는 암전에 있는 것도 나을 꺼라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간단하게 술이든 커피든 영화에 대해 몇 마디 이야기하고 헤어지면 되고.....
그날 후부터였다. 주말이 면 그녀는 혼자서 하기는 뻘쭘한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면 나에게 연락을 했다. 처음에는 남편이 있는데 굳이 나를 이라는 의문을 품음의면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 거절이 오히려 어색하게 만들까 수락했다. 그렇게 한번 두 번 만남에 그런 물음조차 사라졌다. 몇 번은 의아해하면서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 나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순간부터 나 또한 주말이 기다려졌다. 언제가 부터 주말쯔음 오는 그녀의 연락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와 연락이 오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두절에 당혹스럽기도 걱정되기도 했지만 굳이 그녀를 찾지는 않았다. 그렇게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와 나 사이의 암묵적인 그 어떤 것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해가 다 사라질 때쯤 그녀에게서 연락이 다시 왔다. 뜬금없이 술을 마시자는 그녀의 연락 하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설렌다는 감정이 어느 정도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예전에 분이기가 좋다며 다음에 다시 한번 오자던 와인바에서 보기로 했다. 그녀는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녀는 전에 보다 말라있었다. 눈빛도 약간은 어딘가 반쯤 혼이 사라져 있다. 그녀는 힘없는 웃음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나 또한 웃으며 그녀를 반겨주었다. “그동안 뭐 하고 지냈어?” 스스로 생각해도 어색한 질문이었다. 그녀는 와인을 한목 음 마셨다. 잔을 내려놓으며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어 전에 있던 공황장애가 조금 심해졌거든” “공황장애?” 늘 밝은 표정이었지만 그 모습이 어딘가 불안해 보였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해도 그리 이상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녀는 흐르는 음악을 흥얼거린다. “노래의 제목이 뭔지 알아?” “지금 나오는 노래? 아니?” “글루미 선데이” 그녀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달라 보였다. 무언가 몽한 기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했다. “공황장애 왔을 때 어떤 느낌이야? 주위에서 공황장애라 말해도 감이 오지 않아서...” “...... 가장 무서워하는 무언가가 곱하기 백해서 다가오는 느낌” 그녀는 항상 밝았었다. 이런 그녀가 낯설다. “사람이 왜 종교를 믿는 줄 알아?” “글쎄 신을 사랑해서 아님 소원 성취하려고?” 그녀가 나의 눈을 보며 이 순간에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어 주었다. “그런 것도 맞지만... 어느 책에서 보니깐 사람은 죽는 것보다 죽어서 어디갈지를 모르는 것에 두려움이 더 크데, 그래서 종교를 믿는 거라 하더라 천국이든 지옥이든 이상한 것으로 다시 태어나던 죽는 게 끝이 아니라는 그 믿음을 얻기 위해 종교를 믿는 다더라”
“그래서 당신은 종교가 뭐야?” “나.... 공식적으로는 있는데 비공식적으로는 무교야” 그런 그녀의 뜬금없는 이야기가 그녀를 생각하는 나를 안심되게 만든다. “공식은 뭐고 비공식은 뭐야?” “주말 때만 당신한테 만나자 고한 이유랄까 주위 사람은 절신 한 신자로 알고 있거든 불륜녀가 아니라” 그녀의 입에서 불륜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은 나한테만 해당되는 말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만남에 대화는 그녀의 아이들이 많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일 그녀가 사랑스러워하는 일 대부분은 그녀의 아이들과 하거나 했었거나 할 일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아닌 척 그런 거고 그녀는 맞는 척 아니었던 것 같다. 마음이 찡해졌다. 그녀의 얼굴을 빤히 봤다. 무언가 안쓰러운 그녀의 얼굴이 보듬어 주고 싶었다.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속 싹이듯 말했다. “어깨에 기대 도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천천히 어깨에 기대었다. 향기가 좋았다. 그녀의 숨소리가 좋았다. 은근하게 들려오는 그녀의 심장소리도 좋았다.
그녀가 그만 집에 들어가야겠다며 고개를 들었다. 아쉬웠다. 내 인생에 몇 안 되는 솔직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녀의 볼에 입술을 같다 되었다. 그녀는 돌이 된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심장소리가 들렸다. 이소리가 내 심장 소리인지 그녀의 심장소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볼에서 입술을 떼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사진처럼 멈춰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 포겠다. 그녀의 몸이 경직된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짧은 입맞춤 후 정적이 흘렀다. 귓가에는 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만이 웅웅거린다. 그런 그녀가 말했다. “네가 이럴 줄은 몰랐어!!” “미안해” 시계 초심이 움직이는 것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로 모든 것들이 기민 해졌다. 그녀의 손이 나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 손잡고 좀 걸을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나는 정말이지 오랫동안 걸었다. 몇 시간을 걷고 또 걸었다. 거리에 불빛, 노래, 수다에 취해 계속 걸었다. “나 피곤한데 재워줄 수 있어 며칠째 잠을 못 자고 있거든.” 그녀의 말에 순간 철렁했다. “집... 은?” “글쎄 모르겠어 이 시간이 되도록 전화가 안 오는 거면 괜찮을 거야.” “아이들은?” “엄마 집에 놀러 같어” “아~그래” 우리 둘은 길 위에 우두커니 서서 뻘쭘하게 서있었다. 그녀가 그런 나의 배를 찌르며 말한다.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러는지 나조차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그냥 왠지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어!!”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는다. 그리고 이네 키득키득거린다
“왜 우리 남편한테 죄책감이라도 느끼냐?” “어쩌면” “너 지금 혹시 내 남편이 나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쓰레기 같은 남편 말이야 때리고 술 먹고 바람피우고 그런 거 하는....?” 나는 그녀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거짓말하기도 솔직히 말할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남편은 최고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람이고 단지 내가 이런 사람인 거야 만약 네가 생각하는 선을 넘는다면 넌 그런 사람인 거고 그뿐이야” 빈정대는 듯한 그녀의 말이 오히려 날 편안하게 해 주었다. 세상에는 참으로 모호한 게 많다. 겪어보기 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늪에 빠져 버렸을 때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 돼버린다. 합리화하고 자신을 부정하기도 한다. 빌어먹을 그래도 한 번쯤은 망가 질 줄 알면서도 늪에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밤 나는 늪에 빠져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