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을 뽑으라면 피자를 빼놓을 수 없죠.
평소엔 집밥을 먹곤 하지만, 밥 하기 귀찮을 때면 피자 한 판을 통째로 주문하기도 합니다. 2인 가족에겐 상당한 양이지요.
조금 과장 보태서 이곳의 피자 한 판은 성인 남성 상체를 덮을 정도죠. 저희 2인 가족의 경우 이를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으니 당일 먹을 것만 빼놓고 나머지는 소분해 냉동실에 넣어둡니다. 이 정도 양이면 2끼 정도는 더 때울 수 있어요.
때때로 배달비가 부담되면 마트에서 냉동피자를 사 오기도 합니다. 트레이더조만 해도 냉동 피자 종류가 많은데 가격은 10달러 이내라 합리적입니다. 맛도 준수한 편이라 자주 애용합니다.
이런 간단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은 직접 피자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무모한 생각이 들었어요.
트레이더조 냉장코너에서 피자 도우 반죽을 발견(!)하면서 괜한 용기가 마음 속에서 싹을 틔운 거죠.
피자에서 가장 까다로운 게 도우를 만드는 일인데 트레이더조에서 이미 반죽된 도우와 피자 소스를 팔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 밖에 들어가는 올리브, 양파, 페퍼로니, 치즈만 피자는 끝입니다. 그 위에 토핑은 이제 내 맘대로 커스터마이즈 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럼 미국에서 못 먹는 한국의 포테이토 피자도 만들 수 있고요.
재료는 간단하죠. 시판이 최고입니다.
이날은 프로슈토 피자가 먹고 싶어서 프로슈토와 루꼴라도 함께 샀습니다.
반은 페퍼로니 피자로, 반은 프로슈토 피자로 만들 거예요.
재료 값이 두 배로 드는 반반 피자를 만들다니. 피자를 처음 만드는 초심자 치고 야망이 컸던 것 같네요.
피자 도우는 상온 잠시 두고 온도를 올려두면 모양 잡기가 쉬워집니다.
올리브유를 뿌린 오븐 그릇에 도우를 얇게 펴주고, 토마토소스를 바릅니다.
페퍼로니와 치즈를 올리고 한쪽에는 루꼴라, 다른 한쪽에는 시금치를 올렸습니다. 채소는 오븐에 들어갔다 나오면 숨이 다 죽어서 가장 마지막에 토핑으로 더 올려줄 예정입니다.
지금 사진을 보니 치즈를 좀 더 과감히 뿌릴 걸 그랬네요. 스크루지 영감도 아니고 저게 뭔가요. 배포가 작았습니다.
그렇게 한 20분 정도 구웠을까요. 피자 같은 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럴듯한 한 판이 나왔어요. 피자, 저 같은 요린이도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이었군요?
잘 구워진 피자에 루꼴라를 올리고 그 위에 프로슈토를 올려 먹었어요.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떨까요. 동네 빵집에서 먹는 피자빵 정도 구현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탈리아 화덕 피자를 예찬하는 한 사람으로서 제가 만든 피자는 외식을 대체할 만큼 훌륭하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피자 크기에 비해 도우가 너무 두꺼웠거든요. 빵 맛이 너무 많이 났어요. 왜 피자 장인들이 도우 반죽을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려 넓고 얇게 퍼트리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적한 도우 반죽을 두드려가며 제가 좋아하는 토핑을 골라서 올리는 나만의 피자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새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