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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결혼을 기념하는 방법

열두 번째 결혼기념일

by JJ

우리는 매년 11월 2일 가족사진을 찍는다.


결혼하고 한 해를 채운 2014년 11월 2일

우리는 첫 사진 촬영을 했다.


사진을 찍는 것은 남편의 오랜 취미였고

나는 거창한 결혼기념일 축하가 싫었다.

이런 둘이 만나 결혼기념일에 셀프 가족사진을 찍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우리의 결혼을, 가족이 되기로 약속한 그날을 기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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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일, 우리는 열두 번째 사진을 찍었다.

시작은 둘이었지만 이제는 넷이 된 우리 가족의 결혼 기념사진.


매년 집 소파에서 앉아 찍던 사진에 변화를 준 건 작년부터다.

작년 결혼기념일에는 캠핑을 갔는데 텐트 앞에 캠핑 의자를 나란히 세팅하고 찍었더랬다.


이번 가족사진은 삼척 여행 숙소였던 쏠비치에서 촬영했다. 강풍주의보 탓에 머리는 휘날리고 찬 공기에 코는 빨개졌지만 이마저도 모두 추억이 되리라.


매년 같은 장소에서 찍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우린 억지스럽지 않게 11월 2일, 우리가 있는 그곳에서 결혼 기념 세리머니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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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2장이나 쌓인 가족사진.


매년 사진을 찍고 나면 아이폰 사진첩 '결혼기념일' 폴더에 넣어두고는 그 사진들을 몇 번이고 돌려본다.


사진을 보고 또 보다 보면 재미있는 점을 꽤 많이 발견하게 된다.


첫 사진엔 둘이지만, 다음 해엔 만삭의 배로 사진을 찍었고 다음 해엔 첫째와 함께, 그다음 해엔 무려 둘째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두 아들은 2살 터울이지만 개월 수로는 연년생에 가깝다.)

둘이 갑자기 넷으로 펑- 뻥튀기되었던 시기, 서툰 부모라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다. 그때 우리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또 재미있는 점을 찾아보자면,

작년과 올해를 제외하면 모두 집 소파에 앉아 사진을 촬영했는데 배경이 되는 집은 여러 번 바뀌었다.

첫 신혼집, 두 번째 전셋집, 세 번째.. 네 번째 전셋집을 거쳐 2020년 비로소 우리 집에서 사진을 찍게 된 것이다. 이 역시 치열했던 우리 가족의 발자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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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 장, 결혼기념일에 둘이 소파에 앉아 사진을 찍었을 땐 큰 의미는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12장의 사진이 쌓이고 그 한 컷 한 컷 안에 우리 네 가족의 역사가 기록되니 지금은 사진 한 장의 의미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매년 한 장의 가족사진이 더해질수록 그 의미가 더욱 커지고 소중해지는 느낌이다.


13년의 결혼 생활도, 12장의 사진도 실감이 안 나지만

한 장 한 장 되돌아보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지나온 길을 웃으며 회상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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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결혼기념일 축하는 없지만 우리 가족에겐 무엇보다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결혼 기념사진이 있다.

매년 가족이 모여 웃으며 찍는 사진 속에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 감사가 담겨 있다.


앞으로 우리가 찍을 가족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무엇으로 채워질까.

앞으로 찍을 사진도 무척 기대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결혼을 앞두었거나, 신혼부부인 사람이 있다면 우리 가족과 같은 결혼 기념사진 촬영을 추천하고 싶다. 사진이 취미가 아니어도 된다. 성능 좋은 스마트폰이면 충분하다.

가족의 순간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결혼 기념사진, 여러분도 꼭 시작하길, 그리고 느껴보길 바란다.


아이폰 '결혼기념일' 폴더 속 12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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