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너보고 그렇게 살랬니?
아등바등 살다가 한 번씩 맥이 탁- 풀리고, 힘이 주르륵- 빠지는 순간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결국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시 아등바등 살아가겠지.
금방 마음이 괜찮아질 때도 있고, 가끔은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기도 한다.
긍정적인 생각만으로 회복이 어려울 땐- 음악을 듣는다. 내가 사랑하는, 조금은 우울하고 힘이 없듯 부르지만 듣고 있으면 아주 큰 위로가 되는 음악을 듣는다. 요즘 나의 응원곡은 자주 '밍기뉴'이다.
그래도 마음이 복잡할 땐- 음악을 들으며 뜨개를 한다. 음악과 뜨개 조합은 내게 아주 큰 무기다. 내 정신과 마음을 다독이는 데에 효과 만점인 조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려는 의지보다 뒤돌아보는 후회가 더 클 땐- 아주 약간의 눈물을 흘리거나, 낮밤 상관없이 불을 끄고 잠을 자버린다. 이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일 년에 두어 번 정도일 것 같다.
예전에는 운다고, 잔다고 해결되는 것 하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힘듦은 당장 해결이 안 되는 일들이다. 어쩌면 평생 안고 지고 갈 문제, 숙제들이다. 명쾌한 해결책이 없어 지치고 힘들고 슬픈 게 아니므로, 가끔은 그냥 다 덮어두고 내 몸을 쉬게 해주거나 울어버리는 것도 꽤 효과가 좋다.
자고 일어나도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을 땐- 이렇게 오늘처럼 글을 쓴다. 내 마음을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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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등바등 꽤나 열심히,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잘 살다가 맥이 탁 풀리고, 힘이 주르륵 빠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별 것 아닌 일, 큰 의미 없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부풀 대로 부풀다가 아주 작은 바늘 한 방에 팡 터져버린 풍선처럼.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자면, 빵빵했던 풍선과 쭈글 해진 풍선이 너무 대비되어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자연스러운 비포/애프터다. 다시 풍선을 적당한 크기로 만들려면 구멍 난 곳을 찾아 잘 막고 차분히 다시 풍선을 불어야 한다. 나에게 음악을 듣고 뜨개를 하고 잠을 자버리고 글을 쓰는 행위는 천천히 다시 풍선을 부는 것과 같다. 적당한 텐션과 크기의 풍선으로 내 삶을 살아내는 나만의 방식인 것이다.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 내 안의 힘으로 회복이 어려울 때는 나보다 못한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한다. 참 비겁하고 못된 방식이다. 뱁새가 황새를 쫓는 것도 옳지 않지만, 나보다 힘들고 불행하다고 (내 마음대로) 여기는 누군가를 통해 나는 꽤나 괜찮은 상황이라고 위로하는 것은 참 못나고 못된 일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그런 생각에 기대어 힘을 내보기도 한다.
이래도 저래도 힘들 땐 말을 아끼고 이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린다. (앞서 시도한 많은 노력의 결과인지 그것과 상관없는 갈대같은 마음의 변화인지는 몰라도) 어느 순간 마음이 스르르 풀리기도 하고, 나를 걱정해 주는 타인의 말 한마디에 급속 충전이 되기도 한다.
삶은 큰 축복이다. 동시에 어려운 숙제다. 잘 살아내려는 마음으로 아등바등하다 보면 감사함보다 버거움에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땐 음악을 듣고 뜨개를 하고 낮잠 한 번 자고 글도 쓰며 흘려보내야지. 남의 불행으로 위로받지 말고 나의 힘으로, 나를 아끼는 타인의 말과 마음으로 버거움을 툭툭 털고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