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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즐기기 위한 노력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저는 20세기(^^)에 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기간 일해 왔고 앞으로도 능력이 닿는 데까지 가능한 한 오래도록 일할 생각입니다. 이제는 회사에서 가장 경력이 많고 여전히 실무형으로 일하는 리더다 보니 후배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중 하나가 어떻게 지치지 않고 일하냐는 겁니다. 젊은 후배들보다 체력적으로 힘들 텐데 힘든 기색 없이 또 힘든 상황일 때도 힘들다는 내색 없이 일하냐는 것이죠.


제가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던 건 게임하듯 일했기 때문입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게임을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공부할 때는 5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게임할 때면 엉덩이 한 번 떼지 않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서 합니다. 왜 그럴까요? 공부는 재미없고 일은 지루한데 왜 게임은 재밌을까요?


저는 게임은 자발적으로 즐기면서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기는 게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는지는 일찍이 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인 공자께서 배움에 관해서 하신 말씀에서 알 수 있습니다.


知之者不如好之者(지지자불여호지자) 똑똑한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 하고,

好之者不如樂之者(호지자불여락지자)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 하다.

<논어(論語)>


공자의 이 말씀에는 배움에 임하는 진정한 자세와 태도에 대한 가르침이 담겨 있으며, 배움의 자세를 지(知), 호(好), 락(樂)의 세 단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知之者(지지자)는 지식을 아는 사람이고, 好之者(호지자)는 지식을 흥미롭게 느껴 애정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이며, 樂之者(락지자)는 배움 자체에 기쁨을 느끼며 즐기는 사람입니다. 知之者가 지식을 머리로 이해한 사람이라면 好之者는 스스로 배우고 싶어 하여 깊이 있는 학습을 하는 사람이고, 樂之者는 외부 동기 없이도 꾸준히 공부함으로써 지식이 삶에 체화된 사람입니다.

지(知), 호(好), 락(樂)으로의 확장은 배움이나 지식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대체해도 의미가 통합니다. 저는 공자님의 말씀에서 지식을 일로 바꾸어 마음에 새기고 자주 되새깁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일을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일과 삶은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일이 개개인 삶에 고유한 가치를 부여하고 삶을 유지하는 생계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생 일해야 하고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내 옆에 딱 붙어 있는 일이라는 녀석과 나와의 관계가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요? 즐거움은 감정입니다. 나에겐 감정이 있고 일은 감정이 없으니 나와 일의 관계가 즐겁기 위해서는 관계의 주도권을 내가 잡아야 합니다.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일을 즐기는 주도권을요.


리더다 보니 저는 구성원들의 일하는 자세와 태도를 살펴볼 기회가 많습니다. 회의나 보고 때는 물론이고 각자의 책상에서 일할 때도 살펴봅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라고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죠. 그래서 표정이나 태도만 봐도 그 사람이 일하는 자세와 태도를 대략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知), 호(好), 락(樂)의 자세인 구성원이 대부분이지만 힘들고 싫은 티를 내는 구성원이 있습니다. 그런 구성원에게는 기회가 될 때마다 태도를 바꿔 즐기면서 일해 보라고 조언해 주곤 합니다. 일을 지배하고 즐겨보라고요.


일을 즐기는 건 경험이 많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경력이 쌓이면 지(知)는 자연스럽게 깊어지지만, 오히려 호(好), 락(樂)이 흐릿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꾸로 신입은 호(好), 락(樂)은 왕성한데 실무 경험이 부족하니 지(知)가 약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신입일 때는 즐기던 일이 경력이 쌓이면서 즐기지 못하게 되는 걸 보면 즐기는 게 알거나 좋아하는 것보다 어려운 경지인 것 같네요.

결국 일을 즐기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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