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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성격을 이해하면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직장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요? 버거운 업무나 긴 야근보다 더 힘든 건, 아마도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일지도 모릅니다. 상사든 동료든 서로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구성원의 퇴사 면담에서 퇴사 이유를 사람과의 관계 문제를 이유로 꼽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삼십 년이 넘게 일해 오면서도, 신입 사원이었을 때나 초급 관리자를 거쳐 고급 관리자 된 지금까지 일보다 어려운 건 늘 사람이었습니다.

요즘 MBTI, 애니어그램, DISC 등의 성격 유형 검사가 유행하는 것도, 결국 사람 관계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현상 아닐까요?


예전에 외부 교육업체를 통해 DISC 성격 유형 검사와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신청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구성원이 많아지면서 조직 내 갈등이 늘어나던 시점이라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제가 담당하고 있는 조직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이 교육을 신청했습니다.

교육은 참가자 전원이 DISC 검사를 받은 후, 결과에 따라 네 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뉘어 그룹을 구성하고, 같은 질문지를 받아 그룹별로 의견을 나눈 후 하나의 답안을 작성해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각 그룹이 답변을 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기 마련인데. 성격이 같은 사람들이 모인 그룹이라서인지 놀랍도록 빠르게 그룹 의견이 정리되었습니다. 그리고 네 그룹이 도출한 답변은 마치 좌표평면의 내 개의 사분면처럼 뚜렷하게 네 방향으로 갈라졌습니다.

4시간 남짓한 교육 내내 ‘우리가 이렇게 다르구나.’. ‘성격이 같은 유형은 이렇게까지 비슷할 수 있구나.’라는 걸 참가자들 모두가 깨달으며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요즘에도 면접을 볼 때면 조직 적합성을 파악하기 위해 지원자의 성격을 주의 깊게 살핍니다. 지원자와 대화를 나누며 성향을 가늠하고, 마지막엔 면접에 대한 인상을 편안하게 남기기 위해 MBTI를 물어보곤 합니다. 함께 일하는 한 리더는 MBTI 전문가 자격이 있는데, 그는 면접 중에 파악한 지원자의 MBTI 유형을 직접 물어 확인하면서 “MBTI는 과학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저도 일면 동의하는 바고요.


오늘 제가 성격 유형 검사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런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각자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그리고 그 다름을 이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하루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회사 사람들과 함께 보냅니다. 그만큼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태도는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함께 일하기 위한 기본입니다.

성격은 단지 개인의 특징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투와 일하는 방식, 갈등을 대하는 태도까지 결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의 성격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바꾸려 하기보다, 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 그 마음이 모일 때 조직은 조금 더 따뜻해지고, 일은 조금 더 부드러워집니다.


제 MBTI 유형은 ENFJ입니다. 당신의 MBTI 유형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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