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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공동체의 심장이다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공동체는 사람이 모여 이루어지는 집합체이지만, 단순히 사람만 모였다고 공동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동체는 공동의 목표나 목적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그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구조를 가집니다. 회사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회사는 이윤 창출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구조화하고, 구성원에게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부여합니다. 역할과 책임이 명확할수록 구성원 간 상호 작용과 협력이 원활해지고, 조직은 그만큼 목표에 더 가까워집니다.


저는 공동체의 생명력은 사람의 생명력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며, 수많은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건강을 유지합니다. 각각의 기관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듯, 공동체도 구성원 개개인이 전체를 위한 역할을 다할 때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공동체에 있어 ‘심장’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건 바로 조직의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철학의 중요성을 자주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공동체가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그 철학에 공감하고, 그 가치를 함께 실현하고자 노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철학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2012년에 출간된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 교사 송승훈이 집을 짓기 위해 만나고, 집을 지으면서 소통하고, 집에 살면서 주고받은 이메일을 수록한 것입니다. 900일 동안 두 사람은 82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각자가 상상했던 집을 현실의 집으로 완성했습니다.

국어 교사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에 집을 짓고 싶었고, 오랜 시간 집과 건축에 관해 공부한 후 자신이 꿈꾸는 집을 설계할 건축가를 찾아 나섰습니다. 어렵게 찾은 건축가는 개인 주택은 설계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살고 싶은 집을 설명하며 그를 설득했고, 건축가는 마침내 그 설계와 건축을 맡기로 했습니다.

이후 주방, 마루, 창문, 마당, 화장실 등 집의 공간 하나하나에 관한 생각과 철학을 건축가가 묻고 국어 교사는 답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이러한 질문과 답은 집이라는 구체적인 현실로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은 건축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책의 주제는 철학의 공유와 소통의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서 ‘살고 싶은 집’을 짓는 과정은 국어 교사에게는 ‘어떻게 살겠다’는 철학이었고 건축가에는 ‘어떻게 짓겠다’는 철학의 분출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소통은 그 철학을 공유하고 현실화하는 행복한 교감이었습니다.

꽤 오래전에 읽었음에도, 이 책이 제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두 사람의 철학과 소통이 저에게 큰 울림으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생의 조각들을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 갑니다. 그 과정에서 철학을 공유하고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을 때, 그 조각은 의미와 가치를 지닙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모여 인생이 되고 각자의 인생이 빛난다고 믿습니다.

공동체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각자가 만드는 조각이 모여 전체를 이룹니다. 하나의 철학을 중심으로, 소통을 통해 그 철학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공동체에서 함께하는 시간과 그 성과는 진정한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철학은 공동체의 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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