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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아이덴티티를 정의하자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요즘 ‘아이덴티티(identity)’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됩니다. 아이덴티티는 우리말로는 정체성이며, 이는 어떤 존재가 본절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아이덴티티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외부에 기업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CI(Ccorporate Identity)와 BI(Brand Identity)를 구축합니다. CI는 기업의 철학과 가치,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표현하는 체계이고, BI는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구체화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단순한 로고나 색상이 아니라, 그 기업이 세상에 어떤 존재로 인식되길 원하는지를 정리한 정체성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덴티티 수립은 기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개인도 ‘나’라는 존재의 핵심 가치를 정립하고,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개인 아이덴티티 수립이 필요합니다.

교육 출판 일을 하고 있는 저는 새로운 시리즈를 출간할 때마다 BI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입니다. 이렇게 BI를 개발하던 중에 그렇다면 ‘내 아이덴티티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일을 하지만, 교사와 다를 바 없는 ‘교육자’라고 자부해 왔습니다.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교육자라는 단어 하나로는 제 역할과 제가 하는 일을 가치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오해를 살 수도 있었죠.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저는 제 정체성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의 조력자’.

제가 개발한 콘텐츠나 서비스는 학생들의 성적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점수를 올리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아이들이 각자 꿈꾸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성취를 쌓는 것이고, 저는 그 여정을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의 조력자’인 것입니다.


개인의 아이덴티티와 관련해 떠오르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1962년 미항공우주국(NASA)에 방문해 ‘아폴로 계획’을 점검하던 중 복도에서 만난 한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무슨 일을 하십니까?”

그러자 그 노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케네디와 문답을 나눈 이 노인은 NASA의 청소부였습니다.

저는 이 일화에서, 그 노인이 자신이 하는 일에 명확한 가치를 부여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정의했다고 생각합니다. 직무나 지위에 관계없이,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더 큰 목적에 기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아이덴티티의 힘입니다.


개인의 아이덴티티는 직업이나 역할로만 정의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를 스스로 규정하고 선택하는 태도입니다.

나를 규정하는 한 줄의 문장을 찾는 건 단지 멋진 수식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삶의 방향과 의미를 분명히 하는 과정입니다.


이제 이 질문에 답해 볼까요?

“당신은 어떤 존재로 기억되기를 바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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