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 선배의 편지
일을 한다는 건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매일 아침 우리는 책상 앞에 앉아 크고 작은 문제들과 마주합니다. 예상했던 것도 있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도 있죠.
중요한 건 어떤 문제인가가 아니라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느냐입니다.
회사 업무는 아니지만 제가 한겨울 눈길 위에서 겪었던 경험을 통해 문제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어느 해 겨울이었습니다. 퇴근 무렵부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눈길 운전이 부담스러워 서둘러 하던 일을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더 많은 눈이 내리기 전에 집에 도착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출발하자, 눈은 폭설로 바뀌었고, 뚝 떨어진 기운은 도로를 순식간에 빙판으로 만들었습니다.
얼어붙은 도로에서 자동차들은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멈췄다 움직이기를 반복했고, 주변에는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량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잊을 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 한 대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는데, 앞바퀴는 그대로인 채 뒷바퀴만 옆으로 돌아가더니 결국 차선과 수직으로 놓인 채로 한참을 미끄러졌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서스펜스 영화의 한 장면 같았고, 제 차에서 끽끽거리며 움직이던 와이퍼 소리는 마치 공포 영화의 배경음악처럼 들렸습니다.
몇백 미터를 가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던 중, 제 차 역시 바퀴가 휙 미끄러졌습니다. 차는 제 뜻과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이다 인도에 닿고서야 멈췄습니다. 심장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었지만, 눈은 멈출 줄 몰랐고 저는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꼼짝없이 갇혀 있었죠.
그때, 계기판을 보니 휘발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러다 정말 길바닥에서 밤을 지새우겠구나 싶어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 순간 멀리서 빨간 봉을 휘두르며 교통을 정리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그 뒤를 따라 노란 제설차가 천천히 도로 위로 들어섰습니다. 제설차는 제 차 앞까지 와서 갈지자로 움직이며 도로에 하얀 가루를 뿌렸기 시작했습니다. 눈과 얼음으로 덮였던 도로는 어느새 까만 아스팔트의 본래 모습을 조금씩 되찾았고, 차량들도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걱정과 불안은 스르르 녹아내렸습니다. 제 앞을 열어준 그 제설차는, 제게 영화 <트랜스포머>의 노란 ‘범블비’로 보였습니다.
한 시간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던 퇴근길은 결국 네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는 중요한 걸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걸릴 뿐, 결국 문제는 해결된다는 사실을요.
제가 회사에서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교육할 때, 마지막에 전하는 문구가 있는데,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다음 대사입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We will find away, We always have.)
문제는 언제든 생길 수 있습니다. 예고 없이 찾아오고,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며, 때로는 길을 막고 멈춰 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문제는 언젠가 해결됩니다.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해결할 수 없는 건, 머릿속에서만 걱정하고 끝내는 상상 속의 문제들뿐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상황을 마주하든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문제는 해결된다!
늘 그랬듯이 나는 답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