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 선배의 편지
‘상상’과 ‘추측’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저는 일하면서 종종 이 둘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전에서 상상과 추측을 찾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네요.
* 상상(想像): 경험하지 못한 일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미루어 생각함. 현실의 존재하지 않는 사물을 마음에 떠올려 그림.
* 추측(推測): 미루어 헤아림.
사전의 뜻만 보아도 두 단어가 지닌 뉘앙스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상상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창의적이고 열린 생각을 의미하는 반면, 추측은 제한된 정보로 내리는 섣부른 판단에 가까워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상상을 창의적인 발상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죠. 반면, 추측은 마치 연기처럼 명확하지 않고, 때로는 허공에 흩어져버리는 불확실한 생각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저에게는 추측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어느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출근해서 인터넷 뉴스를 잠시 보고, 오전 업무를 처리한 후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책상 위에 감기약이 놓여 있었습니다. 너무 뜻밖의 상황이라, 이걸 왜 두고 간 사람을 찾았습니다.
“○○님 감기 걸린 거 아니었어요? 감기 걸렸다고 해서 점심시간에 나가서 사 왔어요.”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사정은 이랬습니다.
아침에 뉴스를 보다 제가 무심코 ‘아...’라고 내뱉었던 모양입니다. 뉴스 기사를 보다 감탄했거나 놀랬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무의식 중에 내뱉은 추임새였겠지요. 그걸 들은 직원이 화장실에서 동료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님 아픈 거 같아. 아침에 앓는 소리를 내시더라고.”
사실이 아닌 추측이었죠. 이 추측을 들은 직원은 또 다른 동료에게 전했습니다.
“○○님 아프시대. 감기인 것 같아.”
그렇게 점점 단정적인 말로 바뀐 추측은 곧 하나의 ‘사실’처럼 굳어졌고, 결국 누군가는 감기약까지 사오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로 인해 감기 환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경험은 작은 해프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추측이 어떻게 오해를 만들고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아무리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도, 그 기반이 불확실한 추측이라면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반면 상상은 추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힘을 발휘합니다. 상상은 새롭고 다채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창조, 공감, 문제 해결, 미래 설계 등 많은 영역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특히 업무를 함에 있어서 상상력은 매우 중요한 자산입니다. 단순히 업무를 반복하거나 익숙한 방식으로는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거나 개인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상상력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다르게 바라보고, 고객의 니즈를 새롭게 해석하며, 기존과는 다른 접근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의 불만을 듣고 단순히 이유를 ‘추측’하기보다는, “고객 입장에서 어떤 장면이 그려졌을까?”라고 상상해 보면 진짜 문제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또한,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상상함으로써 불필요한 단계를 줄이고, 더 나은 프로세스를 고안해 낼 수도 있습니다.
상상과 추측은 비슷해 보여도 그 작용과 결과는 다릅니다. 추측은 때때로 오해를 만들고 관계를 흐리게 하지만, 상상은 관계를 넓히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줍니다.
회사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측은 실수를 만들고 신뢰를 잃게 할 수 있지만, 상상은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창의적인 결과를 끌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니 업무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상황 앞에서 추측하기보다는 한 번 더 상상하는 태도를 가져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