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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연속을 쉽게 표현하자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있는 것이고, 불연속은 끊어진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수학의 함수 단원에서 연속과 불연속을 배웠던 게 기억날까요?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개념이라 아마 망각의 늪에 빠뜨려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연속이라는 개념은 우리 삶에 철학적으로 녹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연속은 시간입니다. 시간은 끊어지지 않고 흐르고, 삶 속의 상황과 상황을 연결하며 선순환(Virtuous Cycle) 혹은 악순환(Vicious Cycle)이 만들어냅니다.

선순환은 긍정적인 결과가 계속 이어져 그 결과가 더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뜻하고, 악순환은 부정적인 결과가 이어져 그 결과가 다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순환과 악순환은 어떻게 시작될까요? 저는 그것이 각자의 생각과 판단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제가 경험했던 상황 하나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몇 년 전, 회사에서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는 지방 협력업체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그곳에서 만난 업체 대표가 그 지역을 담당하는 본사 영업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듣고 보니, 그 이야기는 제가 영업자를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습니다. 업체 대표에게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영업자에게는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미팅은 애써 태연한 척 마무리했지만, 그 후에는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영업자를 만났을 때 말을 전한 사람이 드러나지 않도록 오해한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며 그 상황에 관해 설명해 달라고 했습니다. 영업자의 말을 들어보니 업체 대표의 오해한 부분이 있더군요. 그래서 영업자에게는 정확한 소통을 위해 표현을 다듬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고, 업체 대표에게는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업체 대표와도 영업자와도 친밀도가 높아졌고, 업무적으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돌아보며, 만약 제가 다른 방식으로 판단했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업체 대표 말을 무작정 믿고 영업자에게 화를 냈거나, 업체 대표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면박을 주었더라면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도 업체 대표와도 영업자와도 불편함이 생기고, 결국 업무 결과는 나빠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판단이 선순환을 이끌어낸 덕분에 두 사람과의 관계도 돈독해지고 업무적인 성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순환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수레바퀴는 앞으로도 뒤로도 구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굴러가기 시작한 수레바퀴를 되돌리기 어렵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선순환은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악순환은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결국, 내 삶의 수레를 움직이는 주체는 나 자신입니다.

우리가 내리는 판단과 선택은 그 자체로 선순환을 만들 수도, 악순환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작은 선택 하나가 결국 우리 삶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감정이 휘둘리지 않으려는 노력,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려는 노력, 그리고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 등이 그것입니다. 삶의 흐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면, 결국 나 자신이 내 선택의 중심임을 언제나 기억해야 합니다.


선순환의 첫걸음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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