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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대화로 풀다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조직에서 갈등은 수시로 발생합니다. 업무적인 것뿐만 아니라 업무 외적인 갈등도 종종 발생하죠. 대부분의 갈등은 ‘말하지 않아서’ 혹은 ‘제대로 듣지 않아서’ 생깁니다. 특히 업무 외적인 문제는 말을 꺼냈다가 감정이 상할까 봐, 충고하려다가 오히려 관계가 틀어질까 봐 그냥 넘기곤 하지만, 그럴수록 앙금이 남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기 일쑤입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건 결국 ‘대화’입니다. 대화는 문제를 드러내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조직 생활을 하면서 ‘대화의 힘’을 자주 실감합니다. 대화가 갈등을 해결했던 제 경험 두 가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A는 지각이 잦은 친구였습니다. A가 속한 팀의 팀장은 이 친구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팀장은 A를 불러 이유를 추궁하기도 하고 호통을 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A의 지각은 더 잦아졌습니다. 팀장은 이 일을 저에게 털어놓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평소 말수가 적은 A의 태도 때문에 면담하면 속이 터진다면서요. 저도 뾰족한 수는 없었지만, A와 대화해 보기로 했습니다.

“A씨가 지각이 잦은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이야기해 줄 수 있어?”

A는 입을 꾹 다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A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도 건네며 말문을 열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중, 질문을 바꿔서 다시 물었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몇 시 출발해? 여유 있게 출발하나?”
A는 여유 있게 출발하지만, 지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배가 아파지고, 지하철에서 내려 화장실을 자주 들른다고 했습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구나. 그러면 집에서 좀 더 빨리 출발해야겠다. 앞으로 30분만 더 일찍 출발해 보는 거 어때?”

그날 이후 A의 지각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B는 근무 중에 손톱을 깎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조용한 사무실에 B의 손톱 깎는 소리가 딱딱 들릴 때마다 주위 동료들의 신경이 곤두서곤 했습니다. 동료들은 B의 행동에 관해 뒷담화했지만, 막상 B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B에게 사무실에서 손톱 깎는 건 주의해 달라고, 화장실에 가서 깎으라고 이야기하면 될 텐데 말이죠.

어느 날 B와 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B씨는 근무 중에 손톱을 깎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죄송해요. 제가 주의한다고 하면서도 안 되네요. 제가 건선이 있잖아요? 건선 때문에 머릿속이 간지러워서 일할 때 머리를 손톱으로 긁는 버릇이 있는데 일에 집중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너무 긁어서 피가 나곤 해요. 그럴 때면 손톱에 피가 묻을 걸 보고 놀라서 손톱을 바짝 깎거든요. 제가 조심해야 하는데 죄송해요.”

“그러면 손톱을 항상 짧게 깎는 게 좋겠다. 그러면 손톱으로 머리를 긁을 수 없으니 건선이 덧나지도 않을 것 같네.”

이후로 B는 더 이상 사무실에서 손톱을 깎지 않았습니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 갈등의 본질은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사정과 감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게 해주는 것은 선입견 없는 대화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들만 보고 판단하면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조직에서는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불편한 이야기를 꺼리게 되고 말해 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에 갈등을 외면한 채 지내게 되죠. 그러다 보니 사소한 오해도 쉽게 갈등으로 번지고, 조직의 결속력도 약해집니다.

대화가 모든 걸 달라지게 하는 건 아니지만, 대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건강한 조직 생활을 하려면 문제를 마주하고 풀어갈 수 있도록 대화해야 합니다. 수평적인 관계에서의 대화뿐 아니라 상하 간에도 솔직하고 열린 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화는 갈등이라는 자물쇠를 여는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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