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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리더인가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우리는 크든 작든 어떤 조직에 속해 있습니다. 조직은 파트와 팀, 더 크게는 실, 본부, 부문에 이르기까지 촘촘한 체계로 구성되어 있죠. 그렇기에 조직의 구성원 대부분은 작게든 크게든 리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리더는 조직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도 존재합니다. 선후배 관계에서 선배가 후배의 리더이기도 하지요.

리더는 조직을 이끌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야 하고, 이를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리더십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크게는 리더십의 스타일과 리더의 성향으로 나누어 설명되곤 합니다.

제가 주니어였을 때는 단순하게 리더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곤 했습니다. 업무 이해와 대처 능력을 기준으로 ‘똑똑하다-멍청하다’, 일하는 태도를 기준으로 ‘부지런하다-게으르다’라는 두 축을 세우고 조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 똑부형: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

* 똑게형: 똑똑하지만 게으른 리더

* 멍부형: 멍청한데 부지런한 리더

* 멍게형: 멍청하고 게으른 리더


그때 우리는 ‘똑게형’ 리더가 가장 좋은 유형이라 말했습니다. 방향을 명확히 잡아주고 구성원들에게 기회를 주어 성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멍부형’은 최악이라 했죠.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면서도 부지런히 일을 망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분류표에 제 리더들을 대입하며 뒷담화를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는 반드시 똑게형 리더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습니다.


이후 대학원에서 학문적으로 리더십을 접하며 더 다양한 유형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더십 스타일로는 모든 결정을 내리고 구성원에게 지시하는 ‘권위적 리더’,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고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는 ‘민주적 리더’, 간섭을 최소화하고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자유방임적 리더’가 있었습니다. 또 리더의 성향에 따라서는 강한 인격과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카리스마형 리더’,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는 ‘비전형 리더’, 구성원을 섬기며 지원하는 ‘서번트(Servant)형 리더’, 구성원의 잠재력 발굴과 성장 지도에 집중하는 ‘코치형 리더’ 등이 있었습니다.


리더의 유형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는 리더를 하나의 틀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리더는 상황과 조직의 특성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좋은 리더는 한 가지 유형에 머물지 않고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스타일을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의 특성과 스타일에 맞춰 자신만의 리더십을 개발하고 확립해 가야 하는 겁니다.


저는 조직 생활 속에서 질문하는 리더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일하는 방향과 정답을 제시하고 따라오게 하기보다, 제가 던진 질문을 통해 구성원이 스스로 답을 찾고 방향을 발견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리더십을 ‘소크라테스 리더십’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질문을 통해 제자들을 교육했기 때문이죠. 좋은 질문, 적확한 질문은 저 자신도 그리고 구성원도 성장시키기에 저는 앞으로도 소크라테스가 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개인이 조직 안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곧 리더로서 단단해지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리더십에 정답은 없지만 자신만의 리더십을 확립하고 끊임없이 다듬어야 합니다. 내가 어떤 유형의 리더인지, 또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조직도 구성원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결국 리더는 주어진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나만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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