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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은 힘이 세다

쏀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정직(正直)’은 사람이 세상을 대할 때 갖추어야 할 중요한 태도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정직해야 한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습니다. 누구나 정직의 의미를 대략 알고 있지만, 막상 설명하려 하면 쉽지 않습니다.

정직은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태도입니다. 마음과 말, 그리고 행동이 일치하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죠. 정직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투명하게 소통하는 자세까지 포함합니다.

이렇듯 정직의 뜻을 곱씹어 보면 정직하게 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상황에 따라서는 정직함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유혹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와 관련해 제가 겪은 어려운 상황을 하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때 저는 종아리뼈가 부러지는 사고로 무릎에서 발목까지 지지대를 넣는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통증이 심하고 자세도 불편해 울기 직전이었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새로 출간한 교재에 다른 출판사의 문제가 수록된 사실이 발견되었다는 보고였습니다. 개발을 담당한 직원이 ‘몇 문제쯤은 아무도 모를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가져다 쓴 것이고, 교재가 이미 시중에 배포된 뒤에야 문제가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교재에 실리는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침해할 경우 출산 간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출판사는 늘 저작권 교육을 반복하고, 교재를 개발할 때도 교차 검수를 통해 저작권 침해를 예방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큰 사고가 터진 것이었습니다.

저는 병원 침대에 누워 다리를 공중에 매단 채 통증 억제 주사를 맞고 있었으니 당장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암담했습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곤 해당 리더에게 이 사실을 정리해서 회사 관리 부서에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리더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텐데 꼭 그래야 하냐고 물었지만, 저작권 문제는 빈틈없이 처리해야 하기에 그렇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퇴원 후 저는 직접 상대 출판사 책임자에게 연락을 취했고, 다리에 깁스하고 목발을 짚은 채로 찾아가서 저작권을 침해한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 설명했습니다. 상대 출판사 책임자는 제 외양에 놀랐고, 저작권 침해 사실을 먼저 밝힌 제 태도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그때까지 업계에서 저작권을 침해한 쪽이 침해받은 쪽에 먼저 사실을 고백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일은 상대 출판사의 배려로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 조직 관리 미흡이라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저는 그때의 판단과 행동을 저의 자랑스러운 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직했고, 그 정직이 결국 저를 지금의 자리에 서게 만든 힘이라고 믿습니다.


인간관계와 사회가 그렇듯 조직도 신뢰를 기반으로 합니다. 정직은 상대에게 신뢰에 대한 확신을 주어 관계를 더 단단하게 합니다. 거짓말로는 순간을 모면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불안과 죄책감이 당사자를 괴롭히고, 조직은 해이해집니다. 정직이 기반이 되어야 조직은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정직하면 손해 본다는 말이 종종 들려옵니다. 실제로 정직이 불리하게 보일 때도 있지요. 그러나 정직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를 드러냅니다. 개인에게는 평안함을, 관계에는 신뢰를, 조직에는 건강한 문화를 남기며, 개인과 관계 그리고 조직을 모두 성장하게 합니다.

정직은 가장 강하고 흔들리지 않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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