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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할까, 변하지 않을까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사람을 평가할 때 ‘한결같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한결같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 단어는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은 늘 좋다는 칭찬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나쁜 사람은 늘 그대로라는 비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늘’이라는 부사를 사용한다는 건 사람은 대체로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그렇다면 사람은 정말 변하지 않을까요? 조직에서 구성원을 관리하고 함께 일하며 육성하다 보면 이 질문을 늘 하게 됩니다.


제 경험으로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고 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대부분 그랬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왜 사람은 변하기 어려운 걸까요? 아마도 현재가 주는 익숙함과 편안함, 변화가 가져올 결과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지금의 방식에 대한 과도한 확신 같은 것 때문이겠죠. 또한 변화에는 에너지와 용기가 필요한데, 에너지를 쓸 엄두를 내는 것도 용기를 낼 마음을 내는 것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도 잘 바뀌지 않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라는 말이 흔한 거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절대 변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적어도 저는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래전 증명사진 속의 저는 눈썹 사이에 골을 패며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찍은 증명사진 속의 저는 얼굴에 미소를 살짝 띠고 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예전에는 사무적이었다면 지금은 현상이 아니라 내면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왜 변했을까요? 그건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사무적이고 딱딱한 저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했고, 그 불편함은 저를 고립시켰습니다. 조직이든 사회든 혼자 존재할 순 없습니다. 사람과 함께해야 하고, 그들의 조력을 받아야 합니다.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사람에게 조력하려는 사람은 없겠죠. 그래서 저는 변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제 내면을 보이기 위해서는 태도를 바꿔야 했고 표정을 바꿔야 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즉 자기 자신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모습인지, 또 타인이 바라보는 나는 어떤 모습인지를 때때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만약 두 모습이 다르다면, 그 이유를 찾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그 사람 참 한결같다’는 말을, 혀를 끌끌 차며 듣는 것이 아니라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소와 함께 들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단점 없는 사람은 없고, 변화 없는 성장도 없습니다. 따라서 변화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입니다. 한 걸음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려 할 때, 성장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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